국산 신선배·샤인머스캣 타격
관세 여파 현지가격 인상 불가피
값싼 중국산과의 가격차는 여전
소비위축 우려…지원방안 시급
농민신문 김인경, 서효상, 정진수 기자 2025. 8. 7
한·미 관세협상 타결에 따라 7일(현지시각)부터 미국으로 수출되는 신선농산물에 관세 15%가 새롭게 부과된다. 배·포도 등 주요 수출 품목의 가격 경쟁력이 급속히 악화할 공산이 커지면서 수출산지에 비상이 걸렸다.
◆ “국산 신선배 미 현지 시판가격 5㎏ 기준 3달러 인상 전망”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신선농산물의 대미 수출관세는 올초 기준 대부분 무관세였다.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하면서 품목·품종별로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4월5일 미국이 일방적으로 한국산 수출 농산물에 상호관세 10%를 매긴 데 이어, 7월말 양국간 관세협상이 타결되면서 한국산 수출품에 매기는 관세는 15%로 최종 확정됐다.
aT 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미국 대상 수출이 가장 많은 신선농산물은 배다. 물량으로 치면 1만539t, 금액으론 3750만7000달러에 달한다.
그런데 배는 지난해 공급물량 부족과 올해 관세협상 현안이 겹치면서 이미 협상 타결 이전부터 공급단가가 높아진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동희 전남 나주배원예농협 조합장은 “이달 17일 미국으로 2025년산 햇배를 실어보낼 예정인데, 관세협상 개시 전인 7월 상중순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현지 벤더(판매사)와 협의해 수출단가를 5㎏ 한상자당 500∼1000원 올려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김원영 충남 천안배원예농협 상무는 “상호관세(15%) 영향으로 올 하반기 현지 시판가격이 5㎏ 한상자 기준 지난해 21∼22달러에서 3달러가량 오른 25달러 전후로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는 “값이 오른다고 좋아할 일이 아닌 것이 미국 소비시장에서 그렇잖아도 한국산 대비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과의 가격 차이가 더 커지게 된다”면서 “현지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한 중국산 배의 저가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aT가 6일 내놓은 ‘미국 상호관세조치에 따른 현지 수입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미국 현지 수입·유통 업체 12곳을 대상으로 ‘상호관세 적용이 한국산 농식품에 미치는 영향’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모두 “한국산 농식품에 대한 소비자 판매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답변했다.
한 무역업체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중국산 햇신선배가 미국에 한국산보다 한달 일찍 들어와 판매되는 데다, 가격 또한 국산의 3분의 2 수준”이라면서 “새 관세로 인해 미국 대상 신선배 수출 감소는 사실상 불가피하고 감소분을 얼마나 축소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역시 미국과 관세협상이 진행 중이나, 세자리 숫자의 관세율이 적용되지 않는 한 국산 배와의 값차이는 지금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란 견해가 대체적이다.
◆ ‘케이푸드(K- Food·한국식품)’ 소비 위축 우려…정부, “지원방안 검토하겠다”
배 다음으로 수출액이 많은 포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aT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미국으로 수출된 국산 포도는 394.9t이다. 김정수 충북 영동 황간농협 상무는 “지난해 미국 현지에서 600g들이 샤인머스캣 포도 한팩당 27달러로 시판됐는데 올해는 관세 인상분을 고려하면 소비지 판매가격이 3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현지 판매가격이 오르면 소비가 줄어 국내로의 발주량도 감소할 것”이라면서 “중국산에 더해 2∼3년 전부턴 칠레 등 남미산 샤인머스캣이 미국으로 많이 반입돼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진현준 NH농협무역 미국법인장은 “관세가 10%이던 7월 마지막주 기준 샤인머스캣 포도 팰릿 2대분을 미국으로 들여오는 데만 관세 1만달러를 냈는데, 15%로 오른 이후엔 1만5000달러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관세 10%를 매긴 4월5일 이후 현지 수입업체들이 한국산 신선농산물 취급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는데 15% 관세 확정으로 미국 내 소비 위축이 우려된다”고 내다봤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신선농산물 중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품목인 배는 10월 이후가 본격 수출시기”라며 “관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수출통합조직이나 수출 전문 생산단지를 대상으로 지원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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