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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 양곡법·농안법 개정, 사후 격리보다 ‘사전 조정’에 방점 둬야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5-08-07 조회 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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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안 통과했지만 우려 계속 

          타작물 전환 유도할 재원 한계 

          재배면적 조정 등 선제 조치 중요 

          직불금으론 장기적 효과 어려워 

          가격안정제 두곤 이중지원 논란 

          수입안정보험과 역할 나눠야



                                                                                  농민신문  김소진 기자  2025. 8. 7



 재발의와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라는 곡절 끝에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농가경영 안전망이 한층 강화할 거란 기대감이 크다. 하지만 법의 핵심인 ‘남는 쌀 시장격리 의무화’와 ‘농산물 가격안정제’가 쌀 과잉 생산을 부추기고 과거 변동직불제로의 회귀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기존 제도와 기능이 중복되지 않도록 ‘교통정리’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 쌀 과잉 생산 우려…타작물 전환 실효성은 미지수

 이번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안법 개정안’은 남는 쌀을 일정 기준에 따라 의무적으로 매입하고, 가격이 기준치 아래로 떨어지면 차액의 일부를 보전하도록 설계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정책이 농민에게 쌀 재배를 유도하는 신호로 작용해 쌀 편중 구조를 더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와 여당은 전략작물직불금 확대 등을 통해 타작물 전환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쌀과 타작물 간 수익성 격차를 보완할 만큼의 직불금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따른다. 한 예로 벼 대신 두류를 재배할 경우 올해 1㏊당 약 200만원의 직불금을 받지만, 콩 자급률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단가를 743만원까지 인상해야 한다는 한국농업경제학회의 연구 결과가 있다.

직불금만으로는 타작물 전환을 유도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65세 이상 고령농가가 전체의 절반을 넘는 현실에서 기계화율이 높은 벼농사가 선호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타작물의 안정적인 판로 확보도 문제다. 김태연 단국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쌀 중심의 생산구조를 다양한 작목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전략작물직불제만으로는 장기적인 전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권장한 작목이라도 결국 정부 수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직불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대안의 하나로 직불금 중심의 지원을 넘어 단지화와 가공·유통을 연계하는 지역 주도형 유통 모델이 거론된다. 장민기 농정연구센터 소장은 “전략작물을 단지화해 재배하는 사례를 보면, 지역리더들이 이 흐름을 주도해 단순 납품을 넘어 직접 가공하고 판로까지 개척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며 “직불제 하나만으로는 농가소득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6차산업이나 융복합산업과 연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재배면적 조정·고품질화 등 사전 조치 중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담긴 ‘남는 쌀 시장격리 의무화’ 조항을 두고 전문가들은 시장격리가 발동되지 않도록 벼 재배면적 조정 등 사전 조치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종인 인천대학교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는 “쌀 과잉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전제로 농가와 소통해야 한다”며 “과잉 이후 무조건 격리하는 것보다 사전에 면적 전환이 이뤄진 상태에서 격리가 작동할 수 있도록 정책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메시지는 규모화한 농가를 중심으로 전달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고품질 쌀 생산을 유도해 구조적 과잉을 완화하고, 소비자 수요에 맞춘 질적 성장으로 쌀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세욱 인천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국내의 쌀 품종 개량은 그동안 다수확 중심으로 진행됐지만, 이제는 수량이 다소 줄더라도 고품질 쌀을 원하는 소비자 수요에 맞춰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일본은 주산지를 중심으로 10년 이상 품질과 재배관리를 지속하며 쌀을 고급화해왔는데 한국도 이에 맞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격리가 불가피한 경우라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선제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개입이 늦어질수록 가격 하락폭이 커지고, 결국 가격안정제가 발동되며 더 큰 예산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 직불제·가격안정제, 역할 조정 필요

 공익직불제와 농산물 가격안정제가 함께 운용되면서 이중 지원 논란과 정책 혼선 우려도 제기된다. 농정의 흐름이 ‘가격’ 보장에서 ‘소득’ 보전 중심으로 전환됐지만, 다시 가격 중심 정책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뒤따른다.

서 교수는 “2020년 공익직불제 도입 당시, 직불금 단가는 과거 쌀소득보전직불제의 고정·변동 직불금을 합한 수준보다 높게 설정됐다”며 “여기에 별도 가격안정제까지 도입하면 이중 지원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태연 교수는 “가격 보장 중심의 농정이 지속되면, 직불제가 지닌 본래 취지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가격안정제와 농업수입안정보험 간 명확한 역할 구분도 과제로 떠오른다. 가격안정제를 통해 가격 하락분을 보장하면, 현행 수입안정보험의 가입 유인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가격안정제는 소규모 농가 중심으로 평년 가격의 75∼85%선에서 보전하고, 대규모 농가는 수입안정보험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간 기능을 명확히 나눠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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