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하면서 농정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새 정책이 ‘농가경영 안정화’라는 취지대로 작동할지는 곧 개정될 시행령의 향방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에 개정된 ‘양곡관리법’은 정부가 쌀 적정 재배면적을 포함해 수급계획을 매년 수립하고, 타작물로 전환하는 벼 재배농가를 재정적으로 지원해 쌀 과잉 생산을 사전에 막도록 했다. 그럼에도 쌀이 남으면 정부가 사들이도록 했다.
정부는 2019년 쌀 변동직불제를 폐지하는 대신 ‘양곡관리법’ 시행령과 고시를 제·개정해 초과생산량이 생산량의 3% 이상이거나 쌀값이 평년 대비 5% 이상 하락하는 경우 남는 쌀을 매입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의무조항은 아니었다. 이 때문에 2021년산 쌀값 폭락 당시 정부가 적절히 개입하지 못해 문제를 키웠다는 비판도 일었다. 같은 문제를 막기 위해 이번 개정 법에 담은 조항이 ‘남는 쌀 시장격리 의무화’다.
‘농안법’엔 농산물 가격안정제 도입 근거가 담겼다. 쌀을 포함해 주요 농산물가격이 기준가격 아래로 떨어지면 정부가 농가에 차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하는 제도로, 농업수입안정보험·공익직불금과 함께 농가경영 안전망의 핵심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제도의 구체적 작동 요건은 시행령에서 규정하도록 했다.
개정 ‘양곡관리법’은 남는 쌀 시장격리 발동기준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위 내에서 양곡수급관리위원회가 정하도록’ 명시했다. 예컨대 ‘초과생산량은 3∼5% 이상, 쌀값은 5∼8% 이상 하락하는 경우’처럼 범위를 시행령에 규정한 뒤 구체적 개입 시점은 양곡관리위원회가 당해 상황에 맞게 정하도록 한 것이다. 임병희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이 기준을 법에 규정하자는 당초 논의와 달리 결과적으론 정부가 개정하는 시행령에 담게 됐다”면서 “초과생산량은 2% 이상, 쌀값은 4% 이상 하락하면 개입하는 것으로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농안법’상 가격안정제는 차액 지원의 근거가 되는 기준가격이 ‘생산비와 수급상황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정해진다. 지난 정부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농안법 개정안’에는 ‘평년가격(최근 5년 시장가격의 최대·최소 값을 제외한 올림픽평균)을 기준으로 생산비와 수급상황을 고려한다’고 돼 있었는데 최종 통과된 법에선 ‘평년가격’이라는 표현이 빠지며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비례대표)은 “양파는 2007∼2021년 생산비가 시장가격보다 높은 해가 단 한번도 없어서 생산비만으로 기준가격을 정하면 15년간 한번도 가격안정제는 발동하지 못했던 셈”이라면서 “평년가격에 생산비 등을 더해 기준가격을 정해야 실질적 지원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임 사무총장은 “가격안정제 품목과 차액 보전비율을 정하는 농산물가격안정심의위원회가 품목별로 존재하는지 등도 시행령에서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적정 기준가격 설정 등을 포함해 정부가 법 개정 취지에 맞게 시행령을 개정할 수 있도록 생산자와 간담회, 국회 보고 등을 거치기로 협의가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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