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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 [시론] 스마트농업의 현실과 방향 설정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5-08-07 조회 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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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론] 스마트농업의 현실과 방향 설정



                                                            김유용 서울대 식품·동물생명공학부 교수  2025. 8. 6



 정부가 2021년부터 다부처연구사업으로 진행 중인 스마트팜연구개발사업단이 올해부터 3년간의 2차 사업을 시작했다. 스마트팜 연구사업엔 7년간 30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된다. 4년간의 1차 사업이 끝난 시점에서 진행됐던 연구사업을 평가해보면 생산성 향상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자재,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설치 위주로 흘러 우리나라 농업 현장에 필요한 기술 개발이나 혁신적인 연구사업이 진행됐다고는 보기 어렵다.

1차 사업에 선정된 연구·개발 사업들이 대부분 인공지능(AI)을 이용하고, 자동화된 기자재로 농가 생산성을 높여 농업경쟁력을 향상시켰다는 설명에 많은 전문가들은 의문을 제기한다. 농업 현장에서 정보기술(IT)을 이용하거나 자동화 기자재를 설치한다고 해도 품목별로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농산업은 기계화·자동화보다는 사람이 직접 수행해야 하는 작업들이 너무도 많다.

예를 들면 국내 양돈장에선 이미 온도와 습도에 따른 환기량 조절, 사료의 자동급이기, 임신진단기 등은 오래전부터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여기에 CCTV가 설치되고 원격으로 장치가 조절된다고 해서 양돈농가의 생산성은 올라가지 않는다. 양돈장에서 이뤄지는 발정 체크, 종부, 임신 진단, 분만 관리, 백신접종, 양자 보내기 등은 여전히 수작업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세계 양돈 선진국인 유럽연합(EU)의 덴마크나 네덜란드는 농장에 다양하고 복잡한 장비를 설치하지 않아도 어미돼지 한마리당 출하마릿수(MSY)가 30마리를 넘어 전세계 생산성 1위를 다투고 있다. 생산비는 우리나라의 50∼60%이고 생산성은 우리나라에 비해 40%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6년부터 정부 지원으로 스마트팜이 많이 확산되고 있지만 MSY는 18.4마리에 그치고 있다.

또 국내 농가들이 스마트팜사업에 참여할 때 향후 발생하는 재정적 부담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서 정부는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스마트팜 지원사업은 대부분 금리 1%에 3년 거치, 7년 분할 상환이다. 총소요금액 중에서 자부담 20%, 보조 30%, 융자 50%로 이뤄져 있다. 일부 지방자체단체에서 자부담까지 보조로 지원해주는 경우가 있지만 융자 50%는 스마트팜사업으로 인해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7년 후에는 고스란히 농가의 부채로 남게 된다.

스마트팜연구개발사업은 농업분야에서는 이전의 골든시드프로젝트(GSP)사업 이래로 가장 크고 장기간에 걸친 과제다. 그런데 투입된 연구비에 비해 현장 농가에 적용되지 못하거나 생산성을 높이지 못해 수익성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의문이다. GSP사업도 한국형 종축 생산을 목표로 했던 초기의 계획과는 달리 돼지·가금 분야에선 종축 개발이 결국 이뤄지지 못한 채 사업이 종료됐다.

스마트팜연구개발사업은 지금이라도 엄격한 평가를 통해 현장 실용화 가능성이 전혀 없거나 농가소득과 무관한 연구과제에 대해서는 적절히 조치돼야 한다. 국가연구개발사업에서 사용하는 예산은 모든 국민들의 귀한 세금이므로 연구자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연구·개발에 임해야 할 것이다. 실용성과 현장 연계를 갖춘 연구에 집중한다면 스마트팜 연구사업은 한국 농업의 또 다른 변화와 성장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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