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회 이상 조회된 문제영상
100건 중 5건만 삭제·비공개
농진청, 검증 기술 홍보 주력
‘농사로’ 통한 콘텐츠 배포 노력
“등록된 약제 구입·사용하고
공인기관 정보로 고민 해결을”
농민신문 조영창 기자 2025. 8. 6
락스·소주 등을 활용한 잘못된 농법 영상이 유튜브 등을 통해 확산하고 있지만 이것들을 규제할 수단은 지극히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규제책 마련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함께, 공신력 있는 기관이 제공하는 양질의 농업기술을 농가 스스로 잘 가려내려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7월까지 2주 간격으로 유튜브에 게시된 조회수 10만회 이상 영상 가운데 부정확한 농업기술 정보가 담긴 콘텐츠를 조사했다. ‘농민신문’이 지난해 8월 해당 실태를 보도(2024년 8월16일자 6면)한 이후 지난해 10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농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시정을 촉구한 데 따른 것이다.
8개월간의 조사 결과 모두 100건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농진청은 해당 유튜버에게 영상을 삭제하거나 비공개로 전환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같은 요청에 동참한 유튜버는 극소수였고 실제로 조치한 영상물은 5건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농진청 대변인실 관계자는 “문제 영상을 올린 유튜버에게 농가가 피해를 볼 수 있으니 해당 정보를 바로잡거나 없애줄 것을 요구했지만 대부분 강하게 반발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내가 효과를 봤는데 무슨 문제냐’고 주장하거나 표현의 자유를 운운하는 유튜버가 상당수였고, 심지어 농약업체와 결탁해 이같은 연락을 한 것이 아니냐고 되묻는 사례마저 있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러한 농업 유튜버, 즉 농튜버에 대해 농진청이 제재를 가할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데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직접적인 (농가의) 피해 신고가 없어 정보통신 심의 규정을 위반하는 정보로 보기 어렵다”면서 “농진청이 심의를 요구한 사항에 대해 ‘해당없음’으로 결론을 내리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농진청 관계자는 “유튜브 본사 측에 해당 내용을 문의했지만, 내용이 법에 저촉되지 않는 이상 자체 제재는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방심위를 통해 해당 영상물을 강제적으로 내리게 했더라도 그 유튜버가 농진청을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법률사무소 정혜의 박주화 대표변호사는 “관련 영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유튜버는 콘텐츠가 삭제되면 농진청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변호사는 “다만 이미 관계기관에게서 영상 속 정보가 부정확하다는 사실을 고지받은 이후 영상 시청자가 피해를 봤다면 해당 유튜버가 책임져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진청은 검증된 농업기술 정보를 적극적으로 확산하는 것을 최선책으로 삼고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자체 농업기술포털인 ‘농사로’를 중심으로 카드뉴스·영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콘텐츠를 제작·배포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 포털에선 농민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농업기술포털 농사로 초성퀴즈’ 행사를 진행했고, 올 4월엔 ‘잘못된 영농정보 시청금지 챌린지’를 벌였다.
농진청은 올초 ‘새해 농업인 실용교육’에서도 27만3000농가를 대상으로 문제 영상 사례를 알리고 올바른 정보 구분법을 교육했다. 이같은 노력 때문인지 7월31일 기준 농사로 누적 방문자수는 245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86만명)에 비해 3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경희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예특작환경과장은 “검증되지 않은 농법을 따라 했다가 토양의 성질이 변하거나 유익한 미생물을 죽이는 등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며 “반드시 등록된 약제를 구입하고 궁금한 사항은 공식 기관이 제공하는 정보를 통해 해결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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