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쌀쌀해지는 날씨와 함께 김장철이 다가오고 있다. 유통업계에선 수도권 기준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까지를 김장 적기로 보고 있는 가운데 산지에서부터 유통·식품업계까지 관련 종사자들의 손길도 바삐 움직이고 있다. 김장철을 목전에 둔 현 시점에 산지와 유통·식품업계 등을 돌며 들여다본 올해 김장철은 배추와 무 등 주 김장품목의 낮은 시세와 계속되는 소비 침체 속에 분위기가 밝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날씨가 추워지지 않아 지금부터 김장철이 본격화된다는 점에서 일부 기대감도 묻어나오고 있고, 또 어두운 여건 속에서도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며 분위기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시세 전망은
배추 생산량 증가로 약세
무 재배면적 늘어 낮은값
양파·마늘 등 양념류 선전
김장철 농산물 시세는 품목 간 전망이 극명하게 나뉜다. 가락시장 동향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관측정보, 최근 발표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김장비용 전망 자료를 종합해보면 공통적인 내용이 김장 주재료인 배추와 무의 김장철 시세가 어둡다는 것이다.
배추의 경우 재배면적과 생산량 증가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반적인 약세 흐름이, 무도 신품종인 천수무 재배면적이 늘며 역시 낮은 시세가 점쳐지고 있다. 수확기 이후 생산량 감소에도 불구 시세까지 떨어진 건고추도 김장철에 좋은 시세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앞으로의 날씨변화에 따라 시세는 요동칠 가능성도 있다.
반면 양파와 마늘, 대파와 쪽파 등 양념류 시세는 비교적 선전이 예상된다. 지난해 계속된 약세 속에 올해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줄어든 영향을 받는 것. 그래도 지난달과 비교해 큰 시세 변동은 없을 것으로 보여 김장철 수요로 인한 시세 상승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 김장철을 앞둔 도매시장과 산지의 분위기는 밝지만은 않다. 하지만 앞으로 본격적인 김장 대열이 합류하면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측면에 기대를 걸고 있다. 사진은 지난 17~18일 찾은 가락시장 경매장 현장.
●김장철 맞는 현장
아직은 잠잠…“날 추워지면 좋아질까”
잦은 비에 시장 반입량 들쑥날쑥
흐린 날씨 탓 산지 작업도 차질
유통업계 저가경쟁 과열
작년 이어 ‘500원 배추’ 또 등장
절임배추 인기는 지속
김치업계 소포장·프리미엄 승부
▲밝진 않지만 기대감도 있는 산지와 도매시장=“5600원, 2500원…” 지난 17~18일 밤 김장철 물량이 본격적으로 들어온 가락시장 배추·무 경매장. 이날 경매사가 외치는 경락가는 유독 물량 간 시세 편차가 크게 느껴졌다. 배추의 경우 10kg망 기준 2000원대 초반에서 최고 5000~6000원대의 경락가가 형성됐다. 무도 배추와 비슷하게 2~3배 정도의 시세편차를 보였다.
이날 경매장에서 만난 대아청과의 김찬겸 경매사는 “그렇게 안 오던 비가 김장철을 앞두고 최근 자주 내리며 시장 반입량이 들쑥날쑥하고, 당일을 놓고 보더라도 작업 시 비를 맞은 물량과 그렇지 않은 물량이 나뉘어져 당일 물량 간 시세 차이는 물론 하루하루의 시세 편차도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시세 편차는 커 일부 높은 값을 받는 물량이 있더라도 평균적으로 보면 올해 배추와 무 경락가가 시장에서 여러 기관의 전망치처럼 낮게 흐르고 있다. 다만 여전히 평년보다는 낮지만 김장철이 다가올수록 시세가 조금씩 올라서고는 있다. 배추의 경우 10kg 상품 기준 이달 초 3000원대 초반에서 11월 셋째 주 현재 4000원 내외의 시세가 형성돼 있다. 무도 같은 기간 18kg기준 7000원 내외에서 8000원대를 오가며 조금 올라섰다.
시장에선 지금까지의 추워지지 않은 날씨로 인해 김장을 해야 하지만 아직 준비하지 않은 이들을 주목하고 있다. 이들이 앞으로 차가워지는 날씨 속에 김장 대열에 합류하면 그래도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할 수 있지 않을까 보고 있는 것.
김찬겸 경매사는 “김장을 할 만큼 날씨가 쌀쌀해지지 않았고, 오히려 따뜻한 날씨가 이어져 아직 김장 붐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고 있다”며 “이들이 김장 대열에 본격 합류하면 지금보다 시세가 좀 더 올라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올해는 배추와 무 모두 품위가 너무 좋으니 부디 김장을 좀 더 많이 담길 바란다”고 밝혔다.
산지에서의 분위기도 그리 밝지 못하다. 모 배추 주산지의 경우 비가 많이 와 절반정도의 물량을 수확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고, 연일 흐린 날씨에 작업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는 곳도 많은 상황이다. 여기에 시세 역시 제대로 받쳐주지 못하니 흥이 나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도매시장처럼 김장을 좀 더 담아 시세가 조금이라도 올라서길 바라는 마음은 같다. 전남 해남의 한 산지유통인은 “지난해 수준은 아니더라도 여전히 시세가 낮은 상황이다. 여기에 비까지 자주 찾아오니 작업하는데 전혀 흥이 나질 않는다”며 “그래도 이제 날씨가 쌀쌀해진다고 하니 이에 맞춰 김장 붐이 일어나길 바라고 있다”고 바랐다.
▲저가경쟁 벌이는 유통업계, 프리미엄 내세우는 김치업계=본격적인 김장행사가 진행되는 등 김장철에 본격적으로 접어들고 있는 유통·식품업계는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다만 유통업계는 저가를 내세우는 과당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반면 김치업계는 천편일률적인 김치 시장에서 프리미엄 시장을 노리는 업체들이 늘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유통·김치업체 모두 매년 계속되고 있는 절임배추에 대한 관심은 여전했다.
지난 18일 찾은 서울 시내 대형마트 3사 매장에는 모두 김장 매대가 따로 꾸려져 김장철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업체마다 배추와 무를 크게 쌓아 전면에 배치하고 그 옆으로 쪽파, 생강, 마늘, 고춧가루, 천일염, 액젓 등의 부재료와 김장용기, 고무장갑, 김장용 비닐 등의 부자재까지 한자리에 모아 ‘원스톱 쇼핑’을 가능하게 했다.
김장수요를 잡기 위한 유통업체의 움직임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저가경쟁’이 한층 과열되며 지난해 김장철 배추시세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비난이 일었던 ‘500원’ 배추가 다시금 등장했다. 올해도 역시 김장 대표 품목인 배추를 ‘미끼상품’으로 내걸어 다른 김장재료를 파는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다.
김치업체들은 본격적인 김장철을 앞두고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의 경우 원재료 가격 및 공급 상황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이외에 별다른 변수가 크지 않을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김치 수요 역시 전체적으로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몇 가지 특징적인 흐름들이 주목되고 있다. 소용량 포장 추세가 지속되는 흐름과 더불어 올해 프리미엄급 김치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점과 이른바 ‘쿡방 열풍’ 영향 등으로 절임배추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우선 국산 ‘태양초 고춧가루’나 ‘천일염’ 등 더 좋은 원료로 만든 이른바 ‘프리미엄’ 김치 매출 비중이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일반적인 김치에 비해 10~20% 이상 비싼 편이지만, 그만큼 수요가 따라주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의 김치 매출 중 프리미엄급 김치 매출 비중은 2013년 6.6%에서 2014 10.7%, 2015년 14.8%로 늘어나고 있다. 이런 흐름은 김치업체들의 시장 점유율 등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절임배추 인기도 지속되고 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이달 2~8일 30대 이상 주부고객 821명에게 통배추와 절임배추 가운데 어떤 김장 재료를 선택할 것인지 묻자 48%가 “절임 배추를 쓰겠다”고 답했다. 홈플러스의 지난해 11~12월 김장용 배추 매출 가운데 절임 배추가 차지하는 비중도 44.4%에 이르렀다. 절임 배추의 연도별 비중은 2010년 28.5%, 2011년 32.4%, 2012년 38.2%, 2013년 42.3%, 2014년 44.4%로 해마다 커지는 추세다.
박윤식 김치협회 전무는 “김치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프리미엄과 기능성 김치 등의 새로운 수요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와 함께 1인 가구 등이 늘어나면서 간편화·소용량화 추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절임배추 물량도 올해 많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기상청이 밝힌 김장하기 좋은 시기는 서울, 경기도 및 중부 내륙지방은 11월 하순∼12월 초, 남부지방과 동·서해안은 12월 상순∼중순 전반, 남해안은 12월 하순 이후이다. 이제 시나브로 김장철로 들어서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 김장철을 맞아 생산농가와 가공업체, 소비자를 연계한 로컬푸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유통비용을 줄이고,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상생을 꾀한다는 취지에서다. 사진은 김포 로컬푸드 ‘엘리트농부’ 최장수 대표(오른쪽)와 인근 아파트단지 연합회 관계자들.
●눈여겨 볼 움직임은
생산자-식품업체-소비자 김치로 똘똘
정성껏 기른 친환경 김장재료
김치업체 거쳐 소비자 식탁에
단순 체험행사 넘어 유통 새 길
다양한 국산 신품종 배추 주목
기능성 높이고 가격도 쑥
소비 꾸준…농가 소득증대 기대
▲지역 선순환 김장 유통체계 가동, 김포로컬푸드=눈여겨볼 만한 새로운 움직임도 있다. 지역에서 생산한 김장 재료가 지역의 김치업체를 거친 뒤 그 지역 소비자들이 이를 직거래하는 로컬푸드 방식의 유통 흐름이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도매시장 또는 대형유통업체 등을 거치지 않아 중간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 또 지역 농가들이 정성껏 키운 친환경 농산물을 지역 가공식품업체가 부가가치를 만들고, 이를 지역민들의 식탁으로 바로 올린다는 점, 이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 가공식품업체 모두가 상생하는 길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 유통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민-민 협력’ 구상에 기대가 실리고 있다.
올해 김장철을 앞두고 경기 김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김포는 한강신도시 등 아파트단지를 넓은 농촌지역이 감싸고 있는 전형적인 도농복합도시로, 김장김치 수요가 많은 수도권과도 지리적으로 가깝다. 이곳에 위치한 민간 최초의 로컬푸드센터 ‘엘리트농부’는 지역 생산 농가와 김치업체 ㈜미래, 지역민들과 함께 ‘도농상생 프로젝트’ 차원에서 이런 노력을 벌이고 있다. 이들이 만든 김치는 ‘금치’라는 이름으로 ‘가장 정직하고 건강한 김장김치’라는 타이틀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까지 엘리트농부는 소비자들과 함께 하는 ‘김장담그기 체험행사’ 등을 진행해 왔지만, 올해는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유통 측면의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나섰다.
최장수 엘리트농부 대표는 “직거래 방식을 통해 생산자는 고정 수요처를 확보하면서 수익을 증대시킬 수 있고, 소비자들도 품질 좋고 신선한 지역의 농산물을 손쉽게 만나볼 수 있게 된다”며 “무엇보다 민간 차원의 협력을 통해 우리 김장문화의 나눔의 가치가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이며, 나아가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확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역민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모임 ‘김행나-김포여인들의 행복한 나눔’과 김포 지역 아파트 거주민들의 호응이 이어지고 있다.
서현석 한강신도시연합회 회장은 “연합회는 김포 지역 아파트단지 거주자가 모여 있는 곳이며, 회원 수는 2만여명 정도 된다. 김장철을 앞두고 지역 농가들과 상생하자는 좋은 취지에서 김치 공동구매를 적극 홍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통업계도 새로운 변화 감지=유통업계에서도 새로운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국내 종자 등을 이용한 신품종 배추의 등장이다. 올해는 명장배추, 베타후레쉬배추, 보라배추 등 다양한 신품종 배추를 김장 매대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일반 무처럼 생긴 외관에 속이 빨간 과일무 역시 시선을 끌고 있다. 모 마트의 경우 배추 종류만 5개가 진열돼 있었는데 이 중 4개가 신품종 배추였다.
특정성분을 강화해 기능성을 강조하는 신품종 배추들은 포기당 1500원부터 2400원 사이 가격대에 포진해 있었다. 국내 종자명장이 만들었다는 ‘명장배추’는 포기당 1980원, 베타후레쉬 배추는 1750원, 보라배추는 2480원을 받는 등 1000원 이하의 가격대가 형성돼 있는 일반 배추들보다 높은 몸값을 자랑했다.
이 같은 신품종 배추들은 상대적으로 마트별 가격경쟁에서 자유롭고, 소비자들이 배추의 가격이 아닌 품질이나 특징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곽대환 이마트 채소팀장은 “베타후레쉬 배추는 작년에 처음 소량 취급하고 올해 물량을 늘렸는데 소비자들에게 기능성 배추로 인식되면서 꾸준히 소비가 이뤄지고 있다”며 “신품종 배추는 가격도 높아 농가소득 증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경욱·고성진·김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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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 궂은 날씨에 농산물 비상 농산물 유통시장 영향은… 
[농민신문] “가락시장 시장도매인제 도입 시기상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