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오후 방문한 함평 전통시장은 침수 피해로 바닥이 진흙으로 뒤덮힌 채, 상인들은 가재도구를 꺼내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 4일 오후, 굵은 빗방울은 그쳤지만 함평지역 하천은 범람 위기에 놓여있었다.
전남 연이은 집중호우 강타
농경지 유실·가축 폐사 잇따라
“계속 이러면 농사지을 수 있을까”
용배수로 용량 확대 등 대책 촉구
한국농어민신문 무안=이강산 기자 2025. 8. 5
“초저녁에 막 쏟아붓기 시작하는데, 집 문을 열기가 무서울 정도로 내리는 비는 처음이었다”
4일 오후 망운면에서 만난 농민이 하루 전 저녁을 회상하며 한 말이다. 밭을 둘러보러 나온 농민은 “7월에도 비가 많이 오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한두시간에 다 퍼 부어서 밭이 다 쓸려나갔다”며, “비가 적당히 와야 하는데, 계속 이런 식이면 앞으로 농사를 계속 지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7월 중순 전남 서남부권을 강타한 집중호우 피해에 대한 긴급 복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8월 초, 무안·함평·담양 지역에 다시 한번 ‘극한 호우’가 기록됐다. 3일과 4일 이틀에 걸쳐 내린 비의 양은 최대 289mm로 무안군 운남면에서는 시간당 142mm라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이번 비는 짧은 시간에 집중되면서 농경지 유실과 가축 폐사 등 농업 분야 전반에 피해를 발생했다. 다만 해안 지역의 지형 특성과 바닷물 만조 이전에 폭우가 집중되면서, 침수 피해는 지난 7월보다 다소 줄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무안읍과 함평읍 전통시장 등 상가 밀집 지역은 배수 용량을 뛰어넘는 물이 집중되면서 침수 피해가 발생했고, 지역경제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
특히 저지대에 위치한 함평읍 전통시장은 3일 저녁 시간당 84mm의 집중호우를 견디지 못하고 순식간에 물에 잠겼다.
4일 찾은 전통시장 바닥은 진흙으로 뒤덮여 있었고, 상인들이 꺼내놓은 가재도구들이 당시 상황의 처참함을 말해주고 있었다.
식당 앞에서 진흙을 쓸어내던 한 상인은 “물이 순식간에 허리까지 차올랐다”라면서, “냉장고와 가전제품이 다 물에 잠겼는데, 일단 청소하고 다시 쓸 수 있는지 확인해보려고 한다”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전남도가 4일까지 집계한 이번 폭우로 인한 피해는 △주택 침수 150동(무안 70동, 함평 76동 등) △가축 폐사 약 3만7000여마리(닭 3만2000, 오리 5000, 돼지 246) △농작물 침수 1000ha △벼, 대파, 참깨 등 도복 피해 190ha 등이다.
안타까운 인명사고도 발생했다. 3일 운남면의 60대 농민 A씨는 시설하우스가 침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소형 포크래인으로 물꼬를 정비하던 중 갑자기 불어난 물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다. 고인은 과거 한농연과 4H 등 농업단체 활동을 통해 지역 농업 발전에 헌신해온 인물로 알려져, 지역사회는 큰 슬픔에 빠졌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3일과 4일, 피해가 집중된 무안과 함평을 잇달아 방문해 피해 현장을 점검하고 즉각적인 복구 조치를 지시했다. 또한 4일에는 호우 피해 조사 및 응급복구 점검회의를 주재하며 “작은 피해라도 재해 구호에 빈틈이 없도록 세심하게 살피고, 도민 피해 최소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이어 “피해 분야와 지역에 따라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피해 지원 내용을 도민에게 명확히 알리고, 국비 외에도 도 자체 재원 활용 방안을 다방면으로 강구해 피해 복구가 최대한 이뤄질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한 달 사이 발생한 두 번 극한 호우 피해를 경험하고 재해 재난에 대한 새로운 대비책 마련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홍영신 한농연전남도연합회장은 “올해 여름과 같은 극한 호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고 있다”며, “집중호우에 대비하기 위해 용배수로 용량 확대, 수문 관리 체계 개선 등 전반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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