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상협상에서 검역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그 중심 역할을 할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역할 강화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농림축산검역본부 전경
한미 관세협상 마무리, 이후는
쌀·소고기 추가 개방 없었지만
‘검역절차 개선’ 협의 남아 촉각
미, 사과·감자·GMO에 군침
정부 후속 대응에 ‘농정 성패’
검역본부 역량 강화 여론 고조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2025. 8. 5
한미 통상 협상이 쌀과 소고기 등 농축산물의 추가 개방 없이 마무리되며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후속 협의 사항으로 ‘농축산물 검역절차 개선’이 포함되면서, 관세 장벽보다 더 치열한 ‘검역 싸움’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통상 협상의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되는 검역은 과학의 영역”이라며 정부의 대응 역량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7월 31일 관세 협상 타결 이후, 농축산물 추가 개방 여부를 두고 한국과 미국 정부는 엇갈린 메시지를 내놨다. 한국은 “추가 개방은 없었다”고 선을 그은 반면, 미국 측은 자국 농축산물에 대한 시장 접근 확대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8월 4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서로 다른 주장이지만 양측이 이를 용인한 상태”라며 “김용범 정책실장이 밝힌 바와 같이 추가적인 쌀이나 육류 개방은 없었고, 미국 측의 이견이나 항의도 없었다”고 일축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SNS나 백악관 대변인의 발언도 맥락상 개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분명히 추가 개방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검역절차 개선’과 관련해서는 양국 모두 합의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있어, 이 부분이 향후 후속 협의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사과, 감자, 유전자변형농산물(GMO) 등 검역 문제로 수입이 제한돼 온 품목들에 대해 미국의 지속적인 개방 요구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과수농가와 농민단체들은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검역 체계 전반을 점검하고, 특히 주무 기관인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역량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검역 체계를 ‘공공재’로 인식하고, 국가적 책임 아래 전면적인 투자와 구조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검역 역량이 곧 식량주권과 수출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만큼, 정부의 후속 대응이 농정의 성패를 가를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임정빈 서울대 교수는 “쌀과 소고기 개방을 막은 것은 상징적으로 잘한 일”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사과나 감자 등은 미국이 오래전부터 검역 개선을 요구해온 품목으로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감자는 현재 특정 주에서만 수입이 가능하지만, 이를 전면 허용하라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이미 수입 중인 품목이라도 검역 기준이 완화되면 사실상 추가 개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검역은 과학의 싸움으로 수입 제한은 물론 수출 확대를 위해서도 중요시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검역본부는 지역구와 무관한 기관이라 정치적 관심에서 밀려 있고, 전문 인력도 부족하다. 석·박사급 인력이 가야 할 자리지만, 직급이 낮고 처우도 열악해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며 “선진국에선 검역관의 위상이 높다. 우리도 이제라도 검역본부 예산과 인력을 확충하고 R&D 예산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은 “검역은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로, 절대 통상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검역은 광우병이나 각종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과학적·공중보건적 조치이며, 우리 축산물이 수출되는 국가들 역시 엄격한 검역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우리도 느슨한 기준을 받아들이는 협상에는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허 회장은 “한국의 검역 체계는 진단 능력 등에서 선진국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조직과 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역본부를 질병관리청처럼 독립성과 위상을 갖춘 기관으로 격상하고, 검역 수의사에 대한 처우 개선이 병행돼야 우수 인력이 유입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말로만 검역의 중요성을 외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투자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8월 4일 국민의힘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들이 진행한 한미 관세협상 관련 간담회에서도 검역 이슈가 집중 거론됐다. 농해수위 야당 간사인 정희용 의원은 “이번 협상에서 ‘검역절차 개선’ 협의 사실이 확인돼 과수 농가의 생존권 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국내 농업 생산 기반을 공고히 하고, 농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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