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미국과 관세협상을 마친 일부 국가가 미국산 에너지를 대거 구입하기로 약속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미국 휴스턴에서 출발한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이 항해 중인 모습. 연합뉴스
한국 등 수천억달러 구매 약속
“미, 집행 계획·강제 권한 없어
정치적 장려에 불과” 분석 나와
농민신문 조영창 기자 2025. 8. 5
최근 미국과 관세협상을 마친 일부 국가들이 미국산 에너지 구매·투자 계획을 잇달아 내놨다. 일본은 미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에 투자하기로 했고 한국은 미국산 원유·LNG·석탄 등을 1000억달러 규모로 3년6개월에 걸쳐 구매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구체적인 이행 계획이 없는 데다 정작 미국이 약속한 공급량을 감당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분석에서다.
‘뉴욕타임스’는 7월31일(현지시각) 미국과 주요 국가 간 이뤄진 에너지 구매·투자 합의가 각국의 실제 수요나 미국의 공급 여력을 따지지 않은 채 성사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계속된 관세협상으로 미국 행정부의 시장 개입이 확대되고 있지만 미국 내 민간 기업의 참여를 어떻게 끌어낼지는 불분명하다고 꼬집었다.
뉴욕타임스가 특히 비현실적이라고 꼽은 사례는 유럽연합(EU)과의 합의다. EU는 7월27일(현지시각) 자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율 15%를 얻어낸 대가로 향후 3년간 원유·원자력·천연가스·석유 제품을 포함해 모두 75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를 구매하기로 약속했다. 연간 2500억달러 수준으로 지난해 EU가 미국에서 들여온 에너지 수입금액의 3배가 넘는 규모다.
EU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산 에너지 구매를 늘린 바 있다. 하지만 새로 합의한 수준으로 에너지를 사들이려면 EU는 사실상 모든 에너지를 미국에서만 조달해야 한다.
뉴욕타임스는 “2500억달러 규모 수출은 올해 미국 전체 에너지 수출액의 80%에 달한다”며 “이 물량을 EU에 수출하면 타 국가에 공급할 여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합의 위반 때 양측 모두 제재 조항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도 비판했다. 미국이 EU에 2500억달러 규모의 에너지를 수출하더라도 EU가 회원국 내 민간 기업에 미국 에너지를 강제로 구매하게 할 방도가 없고, 미 정부 역시 자국 기업들의 에너지 판매처를 강제로 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석유시장 컨설팅 업체 ‘골드윈 글로벌 전략’의 데이비드 골드윈 대표는 “일반적으로 무역 협상에는 집행할 수 있는 내용이 들어가는데 이러한 협상은 새로운 형태”라며 “에너지 구매 약속은 명확하지 않고 강제력도 없어 정치적 장려 조치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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