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면 농협 영농자재판매장서
복구용 농자재 사는 데 못 써
생필품 구매처도 마땅치 않아
멀리 이동 어려운 고령층 애로
농민단체, 사용처 확대 촉구
농민신문 이재효 기자 2025. 8. 5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사용처 부족으로 불편을 겪는다는 농촌 주민들의 불만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도시에 비해 가맹점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쿠폰을 편하게 쓰기 어렵다는 민원이 급기야 농민단체에까지 빗발치는 실정이다. 적어도 농촌 읍·면 단위 만큼은 사용처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또 한번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각 도연합회를 비롯한 농촌 일선 현장 조직을 중심으로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처 확대를 위해 정부를 설득해달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원거리로 이동이 쉽지 않은 고령회원들 사이에서 거주지 주변에 사용처가 부족해 불편을 겪고 있다는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한농연 관계자는 “특정 지역을 가릴 것 없이 상권이 부족한 농촌지역에서 한목소리로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며 “이 정도면 한농연 회원뿐 아니라 전국 농촌 주민들 대부분이 문제를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1차 민생 소비쿠폰 지급률이 90%를 넘으며 유통업계 전반에 활기가 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사용처를 놓고 도시와 농촌의 온도차는 극명하다. 행정안전부가 소비쿠폰 사용처를 연 매출 30억원 이하 매장으로 제한하며, 농촌에서는 사용처 부족으로 소비쿠폰 혜택을 온전히 누리기 힘들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으면서다. 읍·면 단위에서는 그나마 도보권으로 쇼핑할 수 있는 매장이 농축협 하나로마트나 영농자재판매장인데 이들 매장 대부분이 연 매출 30억원 기준에 걸려 사용이 막혀 있다. 행안부가 최근 면 단위 하나로마트 120여곳을 가맹점으로 허용했지만 전체 매장의 5% 수준이어서 뚜렷한 체감 효과는 못 내고 있다.
이에 따라 한농연은 4일 성명을 내고 “소비쿠폰은 11월말까지 사용해야 하지만, 농촌에서는 높은 고령인구 비중과 열악한 교통 여건 탓에 기한 내 쓰기 어렵다는 우려마저 있다”며 “행안부는 농촌의 특수성을 고려해 사용처를 재설정해야 한다”고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최근에는 복구작업으로 한시가 급한 극한호우 피해지역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충남 예산에서 사과·배 농사를 짓는 서순원씨(58·오가면)는 7월 중순 극한호우로 과수원 대부분이 침수됐다. 그는 “급한대로 피해 복구에 필요한 농자재를 구입하려고 농협 영농자재판매장을 찾았지만, 소비쿠폰을 사용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더 허탈하고 힘이 빠졌다”며 “사는 곳 근처 소매점은 농자재는커녕, 생필품이 구비되지 않은 곳이 많아 소비쿠폰을 쓰려면 읍까지 나가야 하는데 피해 복구에 한시가 급한 상황이라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고 씁쓸해했다.
한농연은 “수해 복구로 한시가 아까운 상황에서 정작 근처에는 소비쿠폰으로 생필품을 구매할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아 현장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생필품 마련이 시급한 지역에서는 물품 조달의 역할을 맡는 농협 하나로마트 등에서 소비쿠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나아가 읍·면 단위 농축협 경제사업장으로도 사용처를 확대해야 한다”고 재차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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