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이 4일 국회에서 ‘한·미 관세협상 농업분야 간담회’를 열고 농산물시장 추가 개방을 막았다는 정부 발표에도 사그라들지 않는 농업계 우려를 청취하고 있다.
한·미 관세협상 결과 발표
검역 개선 언급에 농업계 반발
“과수농가 생산기반 붕괴 우려”
美와 입장 달라…설명 촉구
농민신문 양석훈 기자 2025. 8. 4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농산물시장을 지켰다는 정부 발표에도 농업계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농산물 검역절차 개선 협상을 지속한다고 밝힌 만큼 그 결과에 따라 사과 등 주요 과일에 대한 추가 시장 개방이 얼마든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 내용을 상세히 설명하고, 농산물 검역 주권을 협상 카드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4일 국회에서 사과 생산자단체와 주요 농민단체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미 관세협상 농업분야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선 한·미 관세협상에서 거론되고 있는 검역절차 개선 논의가 미국이 요구하는 사과시장 개방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3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농산물 협상과 관련해 “검역절차 단계를 조금 줄이고 신속하게 하자는 기술적 논의 정도만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박성훈 전국사과생산자협회장은 “검역절차 단계를 줄인다는 건 동식물 위생·검역(SPS) 조치의 완화나 무력화를 내포하는 심각한 문제”라면서 “미국산 사과가 제대로 된 검역절차 없이 들어올 경우 과수화상병처럼 우리 농업에 심각한 피해를 줄 병해충의 유입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을 시작으로 검역 빗장이 줄줄이 무너질 가능성도 거론됐다. 남정순 농협사과전국협의회장(경북 영주농협 조합장)은 “검역절차가 완화되면 미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도 사과시장 개방을 요구할 게 불 보듯 뻔하다”면서 “만약 가격 경쟁력이 있는 중국산 사과까지 수입되면 국내 사과산업은 물론이고, 배·포도 등의 생산기반도 연쇄적으로 고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석자들은 이같은 현장의 우려가 정부의 제한적인 정보 제공에 기인한다면서 충분한 설명으로 농가를 안심시켜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과의 통상협상 결과를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국은 자동차·트럭·농축산물 등 미국제품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올려 농산물 협상 결과를 놓고 우리 정부와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송종만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경북도연합회장은 “미국 행정부는 우리가 농업을 전면 개방할 거라고 발표했는데, 이런 입장 차가 무엇 때문에 생겼는지 명확히 설명해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서천호 국민의힘 의원(경남 사천·남해·하동)도 “(한·미간 상반된 설명 때문에) 우리 정부가 뭔가 감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농산물시장 개방을 찬성하는 국내 일부 여론에 대해선 이상기후 대응 정책 등으로 국내 생산기반 강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의견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서경화 경북도 스마트농업혁신과 팀장은 “과수고품질시설현대화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재해예방사업은 보조율이 50%로 농가 부담이 상당하다”면서 “예산 증액으로 보조율을 80%까지 높여달라”고 건의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조만간 있을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협상 결과에서 문제가 있는 부분, 필요한 대응책을 충분히 논의해 정리해야 한다”며 “우리 농민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정부 측의 확실한 입장도 나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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