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열질환을 유발하는 폭염의 기세가 꺾일 줄 모르는 가운데 지난달 23일 충북 괴산군 소수면 수리의 담배밭에서 한 외국인노동자가 담뱃잎을 수확해 농로로 이동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민 생명 위협하는 온열질환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2025. 8. 3
온열질환은 농작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 가운데 유병률이 높은 편은 아니다. 농촌진흥청이 지난 4월 발표한 ‘2024 농업인 업무상 질병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농작업 질환 가운데 1.3%에 그친다. 그러나 이 수치를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농작업 질환 중 유병률이 가장 높은 근골격질환(92.9%)은 농민의 생명 자체에 지장을 주지 않지만, 온열질환은 농민의 생명까지 위협하기 때문이다.
특히 농민은 대표적인 폭염 취약계층이자 기후민감 직업군에 속한다. 지난해 온열질환으로 숨진 전체 사망자(34명) 가운데 농업분야는 32.4%(11명)에 이르며, 2023년엔 이보다 많은 53.1%(32명 가운데 17명)에 달했다. 무엇보다 지난해 농업분야 온열질환자의 22.8%가 열사병이었는데, 열사병은 치사율이 가장 높은 질환이다.
폭염의 강도가 매년 거세지고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농민들은 마을이나 건물 등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냉방이 불가능한 노지나 시설하우스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 아울러 혼자 작업하는 소농가나 근무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기 힘든 외국인 농업노동자들은 온열질환에 더욱 취약한 실정이다.
기록을 갈아치운 극한 폭염이 닥쳤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여름 날씨도 심상치 않다. 지난 6월 한 달 평균 기온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폭염의 시작이 빨라졌음을 예고했고, 지난 7월 초엔 사상 처음으로 전국 일부 지역의 기온이 40℃를 넘어섰다. 지속되던 마른장마 끝에 극한 폭우가 몰아치면서 폭염의 기세가 잠시 누그러졌지만, 그 직후부터 맹렬한 폭염이 시작됐다.
사각지대가 여전히 있어도 노동자들에겐 작업중지권과 시간 조정 근무, 폭염 시 휴식권 보장 등 체계가 법적으로 보장되고 있지만, 농민들에겐 사실상 이 같은 형식적 보호장치마저 없다. 노동자는 작업 환경과 산업재해로부터 안전을 관리해 주는 고용노동부가 정부 중앙부처로 엄연히 존재하지만, 농민들의 안전 관련 행정은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진청의 일부 부서에서만 관장한다. 기후위기에 따른 농작물 생육 변화 등 각종 우려와 대비책이 제시되지만 정작 농민의 건강과 안전 문제는 소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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