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7월3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관세협상 타결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협상 결과 두고 양국 설명 달라
美 “완전 개방”…韓 “개방 없어”
비관세장벽 추가 협상 여지 남아
과채류 등 압박 가능성 충분
농민신문 양석훈 기자 2025. 8. 3
우리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농축산물시장 추가 개방을 막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미국 측 설명에 간극이 존재하는 데다 검역 절차 개선 등 비관세장벽 추가 협상 여지는 남아 있어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는 반응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7월31일 미국과의 관세협상 타결 소식을 전하면서 농축산물시장은 ‘레드라인’으로 지켜냈다고 밝혔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식량안보와 우리 농업의 민감성을 감안해 쌀과 쇠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며 “농축산물시장이 이미 (미국에) 99.7% 개방돼 있고 유보조항이 10개 내외인 데다 우리가 미국 쇠고기의 제1 수입국이라는 점을 미국의 (통상) 부처들이 상당히 공감해줘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는 딜(협상)을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농업계는 이같은 소식을 반기면서도 얼떨떨한 반응이다. 쌀과 쇠고기 시장 개방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워낙 거셌을 뿐 아니라 협상 막판엔 “논의 테이블에 농축산물이 올라갔다”는 소식마저 들려왔기 때문이다.
협상에 대한 미국 측 설명이 한국과 미묘하게 달랐던 점도 여러 해석을 키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리 정부 브리핑보다 한발 앞서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국은 무역에 있어 미국에 완벽하게 개방하는 데 합의했다”며 “한국은 자동차·트럭·농축산물 등 미국제품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정치 지도자의 표현”이라면서 말을 아꼈다.
특히 비관세장벽에 대한 추가 협상이 예고된 점은 사과시장 등의 개방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통상협상 결과를 설명하는 미국 현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과채류에 대한 한국 검역 절차를 문의하며 많은 관심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이번에 소나기를 피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비관세장벽 등에 대해선 압박이 계속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7월31일 성명에서 “국내 과수농가 사이에서 시장 개방이 시간문제 아니냐는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며 “미국이 꾸준히 요구해온 유전자변형생물체(LMO) 수입 규제 개선에도 속도가 붙을까 우려된다”고 짚었다.
같은 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기자회견을 통해 “검역 절차 개선 등에 대한 미국과 추가 협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검역은 과학의 영역일 뿐 아니라 국민 건강과 식량안보를 지키는 국가 주권의 핵심으로, 국익의 이름으로 검역 기준 완화를 정당화하거나 협상의 뒷문을 통해 농업 개방이 시도돼서는 결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쌀·쇠고기 외에 사과 등이 개방될 가능성에 대해 “(우리 농업에) 부담이 될 만한, 우리나라에서 많이 논쟁됐던 사항은 (협상에) 없었다”는 답변을 재차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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