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사과연합회·한국과수농협연합회·농협사과전국협의회 소속 농민들이 7월31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미국산 사과 수입 반대 국민대회’를 열고 사과 수입을 결사 반대한다는 의미로 얼음 깨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세종=이종수 기자
한·미 관세협상 전격 타결
''레드라인’ 사수 성과 냈지만
농축산물 검역 절차 개선 예정
원예작물 시장 접근 허용 우려
양국 정상회담·세부 협의 ‘촉각’
농민신문 이민우 기자 2025. 8. 2
한국과 미국의 관세협상이 7월31일 전격 타결됐다. 협상 결과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로 확정됐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시장 개방 압박에 맞서 쌀·쇠고기 등 ‘레드라인’을 사수하는 성과를 냈으나, 농축산물에 대한 검역 절차 개선에 나서기로 해 미국산 사과·배 등 원예작물의 수입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 백악관은 7월31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연간 상품 무역적자를 해소하고자 특정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수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수정 관세율은 8월7일(미국 동부 기준)부터 발효된다.
백악관 발표 하루 전인 7월30일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협상 타결 소식을 먼저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3500억달러(약 487조원)를 미국에 투자하고, 1000억달러(약 139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와 에너지 상품을 구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한국이 미국에 시장을 완전히 개방하고, 자동차·트럭·농산물 등 미국산 제품을 받아들이겠다고 해 관세율을 15%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4월2일 미국이 한국에 부과한 상호관세율은 25%였다.
이번 합의에서 농업계가 우려했던 쌀·쇠고기 시장 개방은 이뤄지지 않았다. 7월31일(한국시각)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열린 관련 브리핑에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쌀과 쇠고기 시장을 추가 개방하지 않는 걸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서 밝힌 “한국이 미국산 농산물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은 “정치 지도자의 표현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김 실장은 “중요한 것은 협상을 책임진 각료들간 대화인데, 농축산물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었고 합의된 것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앞서 일본·호주 등이 쌀·쇠고기 시장 개방에 나서면서 한국에 대한 압박도 강화됐을 거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한국 협상단은 기존 ‘레드라인’을 사수하면서 관세 인하에도 성공해 성과를 거뒀다는 평이 나온다.
전국한우협회는 7월31일 성명에서 “미국의 부당한 요구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당당하게 협상을 이끌어준 정부 협상단, 대응 논리로 적극 대변한 농림축산식품부와 국회에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과 미국이 농축산물에 대한 검역 절차 개선에 나서기로 한 점은 농업계에 우려로 남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협상단에 과채류 검역 절차를 직접 문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약 2주 뒤 치러질 한·미 정상회담에서 검역 절차 개선과 관련해 추가 요구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번 협상 국면에서 미국의 농축산업계는 자국산 사과·배·핵과류 등 과실류와 감자·미니당근 등 원예작물의 한국시장 접근 허용 및 유전자변형생물체(LMO) 관련 규제 개선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서진교 GSnJ 인스티튜트 원장은 “규제 개선의 정확한 의미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미국 입장에선 자국 농산물에 대한 검역 절차에 속도를 내달라는 뜻일 수 있다”며 “양국 정상회담과 이후 진행될 세부 협의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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