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봉산 지역은 고온·연작피해 등으로 배추 재배면적이 꾸준히 감소해 올해 정식된 배추는 전체 면적의 25%에 불과했다.
* 강릉 안반데기 지역은 6월 고랭지배추 정식 당시 심각한 가뭄으로 살수차를 동원해 정겨우 정식했다.
강릉 안반데기·태백 매봉산
고랭지배추 재배현장 ‘울상’
한국농어민신문 이두현 기자 2025. 8. 1
6월 중순부터 시작된 가뭄
반쪽시들음병·선충까지 기승
농가단위 방제로 확산 못막아
대부분 양배추로 작목 전환
매봉산 정식면적 25% 불과
생산성 저하로 걱정 커지는데
물가안정 명분 비축물량 풀어
생산 의욕 찬물…재배 기피 초래
강원 강릉·태백 등 고랭지채소 주산지 농가들이 이상고온과 가뭄, 지속적인 병해충 발생과 생산비 상승, 생산현장의 여건을 고려치 않는 정부의 단기적 물가 대책 등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고랭지배추가 재배되고 있는 강릉 안반데기·태백 매봉산 등지의 농가들을 7월 29~30일 만났다. 올해 강원 지역은 고랭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30℃가 넘는 고온이 연이었으며 보름 가까이 비마저 내리지 않아 배추 농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강릉 안반데기 지역에서 수십 년째 배추 농사를 짓고 있는 김시갑 강원고랭지무배추공동출하협의회장은 “이곳에서 농사만 수십 년을 했지만 올해처럼 농사짓기 힘든 해가 없었다. 정말 최악의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안반데기에선 6월 14일부터 배추 정식을 시작했다. 당시에도 이미 가뭄이 심해 인근 저수지에 물이 말라 급수차를 여러 대 동원해 밭에 물을 뿌리며 정식을 진행했다. 급수차 한 대의 하루 사용료는 100만 원에 달하며 이는 고스란히 농민들의 부담이다.
어렵사리 안반데기 전체 농지 약 60만평(1평=3.3㎥) 중 55만평가량에 배추를 심었지만 정상적인 상품 출하율이 떨어져 농가 수익은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024년 강원 고랭지 농가 4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농자재 감가상각과 본인 인건비 등을 제외하고 고랭지배추의 생산원가는 평당 1만2700원에 달했다. 여기에 수확 작업·포장·운송 등 출하 비용이 추가로 평당 8000원 발생했다.
김시갑 회장은 “정상적으로 배추가 자랐을 때 평당 3.5망(10포기)이 산출되지만, 현재 강원 고랭지지역에 이런 포전은 극히 드물다”며 “지난 10년간 작황을 고려했을 때 올해 강원 고랭지배추의 정상 출하율은 60%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며 최악의 경우 20%의 출하율을 보이는 지역도 있다. 평당 6포기 정도를 출하하면 망당 1만 원을 받아야 겨우 본전”이라고 설명했다.
태백 매봉산 지역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5~6년 전만 해도 매봉산 농지 40만평 대부분은 배추였지만 올해 정식면적은 11만 평에 불과하고 대다수의 밭에 양배추가 심어졌다.
산지유통인 정승래 씨는 “매봉산 지역이 30℃가 넘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고온뿐만 아니라 경사진 밭의 특성상 수십 년간 유기물이 쓸려가고 반쪽시들음병과 선충 등이 저지대로 계속 확산함에 따라 배추 재배 여건이 나빠졌다”며 “올해 정식한 배추 중 30% 정도나 제대로 출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특히 고랭지배추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는 씨스트선충의 경우 이미 농가 단위의 방제로는 막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시갑 회장은 “개별 포전에서 아무리 씨스트선충 방제를 잘해도 사람들이 오가고 공동으로 사용하는 농자재를 통해 피해가 금세 확산된다”며 “가축 전염병 방역처럼 선충 방제도 시군 단위로 지구를 설정하고 집중관리해야 제대로 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고랭지배추 재배가 날로 어려워지는 상황에 생산자들은 각자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일조량 과다 피해를 막기 위해 탄산칼륨을 뿌리거나, 토양 온도를 3~4℃가량 낮춰주는 흑백삼중비닐로 멀칭을 하고, 포전 근처에 물탱크를 설치해 관수 시설을 갖추는 등 여러 방안을 시도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정부의 물가 대책이 생산 의욕을 꺾고 있다는 목소리도 크다. 정부가 여름철 배추의 원활한 공급이라는 명분 아래 봄배추 비축 물량을 늘리고 시장에 출하하는 것에 대한 걱정이다. 가뜩이나 비용이 많이 들고 생산성도 점차 나빠지는 고랭지배추인데 비축 물량의 방출과 겹쳐 가격마저 떨어질 것을 우려해 8월 출하에 맞춘 고랭지배추 재배를 점차 기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원 지역 농협 관계자는 “정부가 고랭지배추 생산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 저장물량으로 공급을 대신하다 보니 결국 지난해 8월말 배추 한 망에 7만원대라는 극단적인 가격이 나타났고 고랭지배추의 정상적인 생육을 위해 고심하고 노력하는 산지 생산자들은 답답한 상황”이라며 “농정 당국이 고랭지배추의 원활한 출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농민과 산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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