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기 없는데…” 공급 증가 걱정
상품·중품 경락값 3000원선 ‘2012년 이후 최저’
김장철 이전에 ‘폐기 전제 시장격리’ 대책 나와야
■ 서울 가락시장 대아청과 제2배추경매장
3일 밤 11시, 서울 가락시장의 대아청과㈜ 제2배추경매장. 800~900망쯤 돼 보이는 배추 망포장을 산처럼 잔뜩 실은 5t 화물차들이 분주히 오갔다. 하지만 경매장의 활기는 이내 수그러졌다.
이날 경매는 20분 만에 끝이 났다. 반입물량이 5t 화물차 63대분으로 전날(86대분)보다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평소 이맘때 하루 평균 반입물량은 70대분가량. 따라서 이날 반입물량이 유독 적었다기보다는 전날 반입물량이 반짝 증가했다고 할 수 있다. 10월 말의 때이른 추위가 물러가면서 미뤘던 수확작업을 개시한 곳들이 늘어난 까닭에 출하물량이 한꺼번에 몰렸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얘기다.
공급물량이 감소한 덕에 가격은 전날 대비 10㎏들이 한망당 500원가량 올랐다. 하지만 경매사와 중도매인 등 현장 관계자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어두웠다. 경매 후 2층 컨테이너 건물에 마련된 대아청과 사무실에서 확인한 경락가격이 그 이유를 짐작하게 했다. 상품 3539원, 중품 3087원으로 3000원 선을 턱걸이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10월29일~11월3일 6일간 평균 시세는 3215원으로 2012년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중도매인 이미남씨(57·경준농산 대표)는 “김장철 직전이라 시세가 없는 때이긴 하지만 한망당 5000원 정도는 나와줘야 하는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씨는 그러나 “이달 둘째주가 되면 김장에 돌입하는 소비자가 생겨나고 주 후반부터는 대형마트들이 할인행사에 나설 것으로 보여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했다.
시장에선 11월15일~12월10일을 김장철로 본다. 김장철은 배추를 비롯한 채소류의 연중 최대 대목이다. 하지만 10여일을 앞둔 현재, 시장에선 기대감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경기 침체로 매기가 실종된데다, 가을배추 생산량이 대풍이었던 전년보다도 늘어날 수 있다는 예상이 확산되면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이달 2일 발표한 농업관측에서 자체 추정한 재배면적(1만4288㏊)에다 단수를 적용, 예상 생산량을 156만t으로 전망했다. 이는 평년(151만t)보다는 3% 많지만 지난해(170만t)보다는 8% 적은 규모다. 그러나 시장 관계자들은 “단수 증가폭이 예상보다 훨씬 커 생산량이 전년보다도 많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오현석 대아청과 경매차장은 “3일 충남 아산 등지를 점검한 결과 지난해보다 늘면 늘었지 결코 줄어들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가을배추는 날씨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 대표적인 노지채소다. 기상 호조로 작황이 좋아 단수가 크게 늘어난 부분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 통계청이 10월29일 발표한 가을배추 재배면적(전년 대비 16.5% 감소한 1만2724㏊)과 관련, “농경연 추정치와 차이가 커 헷갈린다. 하지만 기상에 따라 단수가 확 달라지는 가을배추의 특성상 재배면적 추정치는 공급물량을 파악할 때 큰 의미는 없다”고 했다.
생산량 증가 전망은 배추 값 하락세가 3년 연속 계속될 수 있다는 비관론을 키우고 있다. 대아청과의 최근 3년간 김장철(11월15일~12월10일) 배추 시세(상품)는 2012년 8100원→2013년 5822원→2014년 3290원으로 줄곧 내리막길이었다. 올해마저 하락세를 유지할 경우 배추산업 자체가 흔들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배추 생산·유통에서 산지유통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상황에서 수년째 이어진 산지유통인의 경영 악화는 밭떼기 거래 저조→생육 관리를 농가가 전담→농가 경영비 증가 및 배추 품질 저하→시세 하락이라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김장철 배추 값 지지를 위해서는 ‘폐기를 전제로 한 시장격리’ 대책이 적어도 김장철 이전에는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김소영 기자 |
[경북일보] 김장채소 수급 불안 해소 
[농민신문] 김장철 앞둔 배추 산지·소비지를 가다-충남 홍성군 결성면 일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