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 좋은데…” 가격 낮아 한숨
김치공장·대형마트 ‘값인하’ 압박…“헛농사 되나”
생산비 부담에 밭떼기 거래 위축…물량처리 막막
국민채소라 할 수 있는 배추가격이 심상치 않다. 이러다 ‘4년 내 최저치’라는 성적표를 쥘 판이다. 채소류 최대 대목인 김장철을 열흘여 앞둔 3일, 산지와 소비지의 표정을 함께 살펴봤다.
■ 충남 홍성군 결성면 일대
3일 오전 10시, 김장용 가을배추 출하가 시작된 충남 홍성군 결성면 일대. 극심한 가뭄 속에서도 속이 꽉찬 배추가 3포기씩 배추망에 담겨 5t 화물차에 실리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윤만수 결성농협 계장은 “8월 말 아주심기한 것부터 시작해 이달 10일쯤 본격적인 출하에 돌입한다”며 “농업인들이 애쓴 결과 품질은 여느 때보다도 좋은데 도매가격이 워낙 낮아 그동안의 수고가 헛일이 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결성면 일대에서는 매년 120여농가가 김장용 가을배추 40~46㏊(12만~14만평)를 재배한다. 1인당 경지면적이 작아 대부분 농협 계약재배를 하고 있다. 올해는 상품 한포기당 380원, 김치공장으로 공급할 물량은 1㎏당 100원 선에 계약됐다.
윤 계장은 “도매가격이 하락하면서 최근 김치공장과 대형마트 등에서 공급가격 인하 압박이 거세졌다”며 “상대적으로 높은 시세에 구매하게 된 것을 만회하려는 것인지 검품이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농업인들의 생산비 부담은 지난해보다 커진 상태다. 이신철 결성배추작목반장은 “배추 모종이 개당 70~100원, 뿌리혹병약 등 농약값이 3306㎡(1000평)당 30만~40만원, 여기에 비료 값과 광열비 등을 더하면 배추 한포기당 중간재비만 300원 이상 든다”며 “유독 가물었던 올해는 양수기를 돌려 물을 대느라 비용이 더 투입돼, 대다수 작목반원들은 자기 노임도 못 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수확할 때의 인건비 부담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작업반장을 포함한 6명 한팀의 하루 품삯은 50만원(1인당 8만~9만원) 선. 숙련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외국인 노동자들로 작업팀이 꾸려지고 있는데, 최근엔 인력을 확보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홍성 관내는 지형의 높낮이가 심한데다 필지당 재배면적이 작아 작업 효율이 평야지대보다 떨어진다는 이유로 인부들이 일을 꺼린다는 게 이곳 농가들의 얘기다.
밭떼기 거래는 10월 이후 크게 위축된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가을배추 9917㎡(3000평)를 재배한 김성훈씨(69·결성면 읍내리)는 “8월 말~9월 초 아주심기할 무렵 산지 유통인들이 포기당 300~350원 선에 밭떼기가격을 제시하다가 이후 도매가격이 떨어지면서 발길을 끊었다”며 “계약재배 이외에 상인들을 통해 팔았던 물량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본전 찾는 걸 포기하면서까지 200원 수준의 헐값에 가져가라고 해도 찾는 이가 없다”고 울먹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일 발표한 농업관측에도 이러한 산지 분위기가 드러나 있다. 농경연은 “11월 출하될 가을배추의 평균 밭떼기가격은 3.3㎡(1평)당 4000~5000원 수준, 12월 출하물량은 4500~55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때보다 낮은데 밭떼기거래 비중은 지난해의 5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가을배추 생산면적 추정치가 기관에 따라 크게 엇갈리고 있는 것과 관련, 이광진 결성농협 계장은 “통계청에서 낸 가을배추 재배면적 조사결과(지난해보다 16.5% 감소한 1만2724㏊)에 따른다면, 생산량이 크게 줄 것으로 예상돼 산지가 들썩여야 할 것”이라며 “하지만 그런 조짐은커녕 지난해보다도 거래가 뜸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매비축 등 과감한 대책으로 가격 지지가 필요한 시점인데, 정부가 통계청 결과에 따라 다른 판단을 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이곳에서 만난 다른 농가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이들은 “수확을 열흘 정도 앞두면 배추가 물러질까봐 물도 안 주는 등 특별히 밭관리를 할 게 없는 시기인데, 관리 소홀로 작황이 부진해져 생산량이 크게 감소할 리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홍성=이성제 기자 |
[농민신문] 김장철 앞둔 배추 산지·소비지를 가다-서울 가락시장 대아청과 제2배추경매장 
[전라일보] 김장철 배추값 하락 확실시··· 농가 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