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농업 통계의 정확성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쌀 예상 생산량(418만4000t)과 실제 생산량(424만1000t)의 차이가 5만7000t이나 됐다. 통계청의 가축동향 조사와 농림축산식품부의 소 이력제 자료가 맞지 않는 경우도 많다. 최근 발표된 ‘2015년 가을배추·무 재배면적 조사 결과’에서도 이와 비슷한 문제가 불거졌다.
통계청은 이 조사에서 올해 가을배추 재배면적이 1만2724㏊로 지난해(1만5233㏊)보다 16.5%나 감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농업관측 10월호에 따르면 가을배추 재배면적 예상치는 지난해보다 6.2%만 감소한 1만4288㏊다. 통계청 발표치보다 1564㏊ 많다.
믿기 힘든 통계자료가 발표될 때마다 <농민신문>은 그 부정확성을 지적하며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개선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정부 부처마저 통계청의 농업 통계 자료를 외면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농경연의 가을무 관측 10월호를 보면, 2014년 가을무 재배면적이 ‘7182㏊’로 나와 있다. 하지만 국가 공식 통계인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에는 ‘5498㏊’로 돼 있다. 농경연이 7182㏊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은 이렇다. 통계청 자료인 5498㏊를 사용해 그해 단수인 8771㎏을 곱하면 생산량은 48만2229t이 된다. 이는 평년 생산량 58만9597t에 견줘 18.2%나 감소한 것으로 가격 급등과 같은 가을무 대란이 벌어졌을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해 가을무가격(11~12월)은 평년보다 10~30% 낮았다. 결국 농식품부와 농경연은 고심 끝에 통계청 자료 대신 자체 조사한 7182㏊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국가 공식 통계를 사용하지 않음으로 인해 훗날 통계의 시계열에 부정확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통계청 통계를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관련 농업정책의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최근 농식품부 관계자는 “통계청 통계 자료는 참고만 한다”며 “농경연의 재배의향면적 조사, 종자 등 자재 판매량과 현지 농협과 상인 등의 의견을 종합해 재배면적을 나름대로 산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계청까지 참여해 가동되고 있는 ‘농업관측 고도화 태스크포스(tf)팀’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해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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