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을 이겨내고 무럭무럭 자라는 김장 배추를 보는데 왜 힘이 나지 않을까요.”
지난 20일 김장 배추 주산지인 충남 아산시 배방읍에서 만난 농민과 산지유통인들은 곧 다가올 김장시즌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은 듯했다. 이 표정은 연일 관련 기관과 언론 등에서 오르내리는 가뭄으로 인한 김장철 배추 수급 우려와도 거리가 멀었다. 김장철을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현 시점에 산지를 찾아 올해 김장철을 미리 점검해봤다.
재배면적 감소…11월 출하량 전년비 11% 감소 전망
품위는 예상보다 좋지만 낮은 현시세 이어갈까 걱정
▲출하량은 감소, 품위는 예상보다 선전 예고=배방읍 일대의 배추밭을 관리하고 있다는 한 산지유통인은 “배방읍 일대 이 지역은 예로부터 김장배추의 주요 산지였다. 그런데 5년 전만해도 60만~70만평(198만㎡~231만㎡)에 이르렀던 배추 재배면적이 지금은 33만평(99만9000㎡) 정도에 불과하다”며 “몇 해 배추 시세가 떨어지며 농가와 산지유통인들이 배추 산지에서 등을 돌렸다”고 전했다.
이곳의 산지를 비롯해 주요 배추 산지의 김장 배추 재배면적이 줄어들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의 10월 배추 관측에 따르면 김장 배추가 주 출하되는 11월 배추 출하량은 재배면적 감소로 지난해보다 11%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출하량은 감소할 것으로 예고된 반면 품위는 예상보다는 선전이 예상되고 있다. 가뭄피해가 없지는 않았지만 이달 초 내린 비로 가뭄이 일부분 해갈됐고 배추밭이 관정시설도 잘 설치돼 있어 생육에 큰 지장을 초래하지 않았다는 것. 오는 25일 김장 배추 첫 출하가 시작되고 다음달 10일 경이면 본격적인 출하가 진행되는 배방읍 일대의 김장 배추도 이와 같았다.
이날 배추밭을 관리하다 만난 한 배추농민은 “요즘에는 관정설치가 잘 돼 있어 가뭄피해가 그리 크지 않다”며 “배추밭을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배추가 균일하지 않느냐. 확실히 결구도 잘 됐고, 적어도 52망(배추 포장망 가로규격·㎝) 이상의 물량이 나올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재배 농민도 “생육기 일교차가 좋았다. 앞으로 기상여건만 크게 문제 없으면 적어도 우리 지역에서는 배추 품질 갖고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도매시장에서도 비슷한 반응이다. 가락시장의 오현석 대아청과 경매차장은 “날씨가 좋았으니 품위야 그리 문제될 게 없다”고 전했다.
▲시세전망은 그리 밝지 않아=김장철을 목전에 둔 현시점의 낮은 시세가 투영된 듯 김장철 배추 시세전망은 그리 밝지 못한 상황이다.
배방읍의 한 배추농민은 “예년 같다면 다음달 10일 경이면 김장시즌에 들어가는데 최근 몇 년 동안의 김장철 배추 시세를 보면 10월말 좋지 않았던 배추 시세가 김장철 갑자기 좋아진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최근의 바닥세가 김장시즌까지 이어질까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낮은 시세와 날씨 등의 영향으로 배추 작기가 늦춰지는 것도 김장시즌 시세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지역의 한 배추 산지유통인은 “10월 넷째주면 평년 기준 마무리에 들어갔어야 할 고랭지나 준고랭지 지역의 물량이 아직 나오고 있고, 일부 김장시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김장철 시세에는 좋지 않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오현석 차장은 “예상 이상의 수요가 일거나 날씨가 급변하지 않는 한 올해 김장철 배추 시세는 현재까지 놓고 볼 때 너무나 어둡게 보인다”며 “김장철 붐이 일어나도록 김장철 소비대책이 마련되고 사회적으로도 김장 붐이 일도록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22일 현재 가락시장에서의 배추 평균 경락가는 10kg망대 상품 기준 3284원으로 2010년 이후 이 시기 가장 낮은 곳에 시세가 위치해 있다.
김경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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