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시세가 채소류를 관통하면서 산지와 시장이 움츠러들고 있다. 예전처럼 몇몇 품목에 치우친 게 아닌 다수의 품목에서 장기간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고, 이로 인해 저시세가 오래갈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도매시장 매기 가라 앉고
산지는 물량 빼내기 급급
채소류 시세는 추석 이전부터 10월 둘째 주 현재까지 계속해서 낮은 시세가 이어지고 있다. 예전 같으면 추석 이후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올해의 경우엔 여름부터 가을 내내 저시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가락시장에서 추석 대목이 포함돼 있는 9월 이후 10월 12일 현재까지 42일 동안 채소류 가격 표준지수가 80p를 넘어선 적이 단 하루도 없었다. 가락시장 표준지수는 최근 5년간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품목별 평균가격에 가중치를 적용해 기준지수화(100p)한 값으로 100p 상회 시 평년 보다 높다, 하회 시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10~11일 기온하락과 비 소식 등 궂은 날씨와 한글날 연휴 속에 물량이 일시적으로 급감해 10일 70.12p였던 표준지수가 12일 76.59p로 반등했지만 여전히 평년 시세보다는 한참 낮은 시세이다. 또 당분간 특별한 기상이변 없이 평년 수준의 기온을 회복할 것으로 예고돼 생산물량도 다시 늘어 시세 회복이 요원할 가능성이 높다.
품목으로 보면 현재 수확이 이뤄지는 거의 전 품목에서 저 시세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의 경우 현재 저장물량이 나오고 있는 양파, 마늘 등의 양념채소류가 2015년산 생산량 감소로 평년보다 높은 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평년 시세의 80%도 올라서지 못하는 채소류 시세의 충격이 더 크게 다가오고 있다. 실제 12일 현재 양념채소류의 표준지수 119.79p를 제외하면 뿌리채소류 42.4p, 잎채소류 66.18p, 양채소류 49.31p 등 거의 모든 품목의 시세가 평년 시세보다 반 토막이 났다.
도매시장에선 소비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거의 모든 품목에서 저 시세 현상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는 데 우려의 시선도 보이고 있다.
가락시장의 정현기 중앙청과 경매차장은 “몇몇 품목의 시세가 좋지 못하면 시세가 금세 오를 수 있는데 거의 모든 품목에서 시세가 떨어져 있으니 이 영향으로 시세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시세 반등이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된서리가 오기 전까지는 이런 흐름이 계속될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양상국 가락시장 한국청과 영업총괄은 “조금씩이라도 나아져야 하는데 그렇게 빨리 시세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다도 더 소비가 위축된 것 같다”며 “이와 반대로 산지에선 풍작이라 물량은 늘어나 시세가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매시장에서의 낮은 시세 여파는 산지에도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다. 도매시장에선 소비 침체 속 재고 우려에 매기가 가라앉아있지만 산지의 경우 시세가 더 낮아질 것을 우려하며 물량을 빼내기에 혈안이다. 더욱이 그동안 저시세로 수확을 미뤘던 물량 등 앞으로 나올 대기물량도 많아 ‘산지에선 물량을 속히 빼내야 하는 상황, 도매시장에선 재고 우려에 물량이 빨리 빠져나가지 못하는 상황’, 한마디로 ‘엇박자’가 나고 있다.
김경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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