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국민 채소 배추와 무의 재배면적은 감소하고 있지만 생산량은 늘고, 소비 감소세는 진정되지 않고 있어 향후 전망이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수급안정을 위해 계약재배 확대, 생산안정제 도입 등의 수급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배추와 무 생산과 유통 현장에서는 오히려 위기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재배 현장은
재배면적 줄어도 생산량 증가
종자·농약값 상승 등
생산비 부담에 농가 끙끙
중국산 김치까지 활개
●수급대책 점검 시급
수급조절매뉴얼 무용론 대두
계약재배 최저가격제도
가격 낮아 농민 참여 저조
도매시장 유통능력 확대를
▲배추·무 재배 줄어도 가격 낮아 비상=배추와 무 재배면적은 이미 오래전 감소세로 돌아섰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배추 재배면적은 2004년 4만ha 이상을 유지해 왔지만 2005년에는 3만4000ha로 급격히 떨어지더니 계속해서 줄고 있다. 2014년에는 3만2000ha였다. 무 재배면적 또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2004년 3만ha에서 2014년 2만1000ha로 줄어든 것이다.
이처럼 재배면적이 감소했음에도 농가와 산지유통인 등 재배현장에서는 생산량이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체감하고 있다.
배추를 주력하는 한 산지유통인은 “병충해에 강한 배추와 무 품종이 개발되고 밀식재배를 하고 있기 때문에 단위 면적당 생산량은 크게 늘었다”며 “이 때문에 재배면적이 감소하고 있어도 생산량이 비례해 감소하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배추와 무 재배 과정에서 생산비는 가장 큰 애로다. 매년 종자와 농약 등 농자재 구매비는 물론 상승하는 인건비 부담에 애로를 호소하고 있다.
또 다른 산지유통인은 “종자와 농약 등 농자재 값은 가만히 있어도 매년 인상되고 가뭄 등이 지속되면 물차까지 동원해야 하니 생산비는 해가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며 “출하를 해도 출하원가를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최근 들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가락시장의 배추 상등품의 매달 평균 경락가를 보면 2014년의 경우 1~10월까지 평균 시세를 넘어선 달이 없었다. 또한 올해 들어서도 5~8월에는 평년 평균가격을 웃돌았지만 추석 등 대목 성수기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바닥세로 떨어졌다. 무의 경우에도 지난해 1년내내 평년 평균가격을 밑돌았고, 올해에도 여름 한 철을 제외하고 전반적인 약세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배추와 무 생산·유통 현장에서는 “최근 2~3년간 배추와 무 재배로 소득은커녕 오히려 손해만 보고 있다”며 “정부에서 수급안정 대책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배추와 무 생산기반은 초토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급안정과 유통대책 총체적 점검 절실=배추와 무의 재배면적이 감소하는 동안 중국산 김치가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지난 2003년부터 급증한 김치 수입량은 지난 10여년 이상 물량이 증가해 한해 평균 21만5000여톤에 달하고 있다. 국내 배추와 무 산업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수치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에서는 배추 등 주요 노지채소의 계약재배를 확대하는 한편 올해부터는 생산·출하안정제를 시행하는 등 수급안정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수급대책이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신정훈 국회의원은 농산물 수급조절위원회가 가격 보장 기능을 못한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은 “지난해 배추, 양파, 무 등 주요 채소류 가격이 매우 낮았는데 산지 폐기와 수매비축을 결정하는 수급조절매뉴얼이 시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계약재배 최저가격제도 또한 가격이 낮아 농민들의 참여가 저조하고 수매비축과 산지폐기가 이뤄지는 기준 가격도 지나치게 낮다”며 “생산비 수준을 반영한 현실화가 절실하다”고 촉구한 바 있다.
배추와 무의 도매시장 유통능력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가락시장의 경우 배추와 무를 취급하는 특수품목 중도매인이 매년 감소해 개장 당시 800여명에 달하던 것이 최근에는 300명 이하로 줄어든 상황이다. 특히 무와 배추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중도매인은 각각 60여명, 70여명 수준으로 가락시장의 분산 능력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배추와 무의 수급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전국의 무와 배추 기준가격이 되는 가락시장 가격은 반입물량에 따라 급심한 편차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배추 유통인은 “추석 이후 배추와 무 가격이 바닥시세였음에도 지난 10월 1일 비가 내리며 가락시장 반입량이 감소해 배추와 무 가격이 폭등한 사례가 있고 반입량이 평소보다 많으면 폭락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며 “가락시장의 특수품목 중도매인 감소와 외곽 유통물량이 늘어나면서 분산 능력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라고 진단했다.
이병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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