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경남 창녕군 도천면에서 벼농사를 짓는 신용무씨(56)가 빗물에 잠긴 논을 바라보고 있다. 호우는 잦아들었지만 아직 퇴수가 이뤄지지 않아 못처럼 변한 논 위로 드문드문 벼 줄기가 보인다.
* 18일 경남 창녕군 도천면에서 농사를 짓는 신용무씨(56)가 호우가 휩쓸고 간 저장 창고를 보여주고 있다. 퇴수 후 남은 개구리알이 바닥에 가득한 가운데 젖은 마늘과 농기계들이 보인다.
* 18일 경남 밀양시 부북면에서 깻잎 농사를 짓는 이상환씨(57)가 흙탕물이 묻은 깻잎들을 보여주고 있다. 침수가 길어지면 뿌리가 죽어 잎이 마르고 품위가 저하되는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것이란 게 이씨의 설명이다.
창녕·밀양 호우로 농작물 피해…농가 “참담할 뿐”
농민신문 창녕·밀양=이선호 기자 2025. 7. 18
“어제 낮 11시부터 빗줄기가 거세지기 시작하더니 범람한 물줄기가 농로를 모두 덮어버렸어요. 오늘에서야 길이 뚫려 상황을 살피러 와보니, 참담할 뿐입니다.”
18일 오후 5시. 경남 창녕군 도천면에서 3만3058㎡(2만평) 규모로 벼 농사를 짓는 신용무씨(56)가 아직도 퇴수가 이뤄지지 않아 못처럼 변한 논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침수가 길어질수록 뿌리가 숨을 쉬지 못해 잎이 마르는 고사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마땅한 대책을 찾지 못해 막막한 표정이었다.
신씨는 “오늘 중으로라도 물이 빠지면 다행이지만 또 호우가 이어지면 도열병이나 문고병 등 병충해가 생길 가능성이 치솟을 것”이라며 “올해로 농사를 지어온지 30년이 넘었지만 며칠새 이만한 규모의 비가 내린 건 처음”이라고 토로했다.
신씨의 말대로 창녕군 도천면에는 어제부터 오늘 18시까지 375㎜의 폭우가 내렸으며, 그중 어제 하루 동안에만 375㎜가 내려 역대급 강수량을 기록했다. 현재 창녕을 비롯한 경남도 내 시군 18곳엔 호우주의보가 발령된 상태다.
피해는 벼에만 그치지 않는다. 창고에서 출하를 기다리던 마늘 500망과 트랙터·콤바인도 그대로 침수 피해를 입었다. 신씨는 “물에 젖어 고스란히 못쓰게 된 마늘 피해액만 5000만원이 넘는다”며 “고장난 농기계 수리비까지 포함하면 가늠이 되지 않을 지경인데, 아마 나같은 농가가 한둘이 아닐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창녕군 농업정책과에 따르면 군내 전체 농작물 침수면적은 17일 기준 212.3㏊에 이른다.
창녕뿐 아니라 밀양도 역대급 물폭탄을 맞았다. 17일 시내인 내이동엔 117.2㎜ 수준의 비가 내렸지만, 농촌 지역인 무안면에 272.5㎜, 부북면에 194㎜가 오며 피해가 집중됐다. 해당 지역들엔 연중 출하 작목인 깻잎 농가와 아직 수확을 끝내지 않은 고추 농가들이 있어 경제적 타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부북면에서 9917㎡(3000평) 규모로 깻잎을 재배하는 이상환씨(57)는 17일 낮 11시부터 새벽까지 물이 빠지지 않는 침수 피해를 당했다. 급하게 시설하우스 속 짐들을 빼고 빗물을 퍼냈지만 기록적인 폭우에 15년만에 처음으로 수로가 넘쳐 속수무책이었던 탓이다. 남은 깻잎들이나마 수확하고 있다는 이씨의 손에는 아직 누런 흙탕물 색이 빠지지 않은 잎들이 들려 있었다.
이씨는 “수확 이후에는 뿌리 활착을 돕는 발근제를 뿌리고 병충해 방제를 할 예정이지만, 이런 작업도 오늘 또 침수피해를 입으면 말짱 도루묵으로 돌아가버린다”며 “2개월간 모종을 심고 잎을 솎으며 2000만~3000만원을 투자했는데, 출하가 시작될 참에 재해가 덮쳐 다시 처음부터 작기를 시작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여름고추 농가들도 발을 구르긴 마찬가지다. 신영만 밀양 무안농협 과장은 “파종한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호우가 닥쳐, 물이 빠진 이후에도 뿌리 상태와 품위 저하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며 “여름 작기를 시작하지 않은 농가 중에도 아직 수확을 완료하지 않은 곳들이 있어 구체적인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고 짚었다. 밀양시 농업정책과에 따르면 농작물 전체 피해면적은 202㏊다.
이에 지방자치단체장들은 피해현장을 방문하며 점검에 나섰다. 성낙인 창녕군수는 18일 도천면을 비롯해 배수로·농로·하천변 저지대 등을 직접 살피며 “과하다 싶을 정도의 대응으로 군민 안전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안병구 밀양시장 또한 같은날 무안면∙청도면∙부북면 일대를 살피며 “신속한 농작물 피해 집계와 함께 실질적인 복구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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