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지원·보험할증 수정안,
결론은‘기존대로’ “후퇴한 개정, ‘희망법’ 아냐”
양곡법 개정, ‘시장격리 의무’ 에서→
‘사전적 수급조절’ 로… 면적감축 ‘똬리’
농업인신문 유영선 기자 2025. 7. 18
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국회 상임위 의결을 필두로 윤석열정부 ‘거부권’으로 상징되던 ‘농업4법’ 이 7월 임시국회에서 통과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각각의 법률 개정안 내용에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할 당시 내세웠던‘내란농정 주장’이 고스란히 담겨져 똬리를 틀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령 양곡관리법의 경우 거부권 행사 당시 시장격리 의무화에 방점을 찍은 개정안이었던 반면, 얼마전 당정협의를 통해 합의한 내용에는 ‘사전적 수급조절 정책 도입’ 즉, 벼재배면적 강제조정을 시장격리 내용 뒤에 끼워넣는 식의 수정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남귤북지’ ‘누더기 개정’ ‘퇴보’ 등 농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국회 농해수위는 지난 14일 전체회의를 열고 농어업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보험법, 농어업고용인력지원특별법 등을 통과시켰다. 이날 농해수위는 농업재해에 대한 ‘국가책임농정’ 의 일환이라고 개정안 통과 명분을 밝혔다.
농어업재해대책법은 복구비 이외에, 재해 이전에 농업 생산에 투입된 비용을 지원내지 보장하는 내용이 골자이고, 농어업재해보험법은 농민 탓이 아닌 재해에 대해 보험 처분 이후 보험료 할증하는 부분을 없애는 게 개정 요지다.
문제는, 윤석열정부 때 거부권에 걸려 폐지됐던 농어업재해대책법·보험법, 그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농업계 지원을 받아 발의했던 내용과, 이번에 똑같은 의원들이 발의하고 논의한 개정안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이 대목에서 농민들은 현 여당인 민주당과 유임된 송미령 농정이 당정협의 즉, 노선을 합치면서‘현실적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보는 해석이 많다. 기존 농업4법 개정안에 현실‘농정 키’를 쥐고 있는 송 장관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게 농업계 중론이다. 송 장관의 농정철학이 180도 바뀐게 아니라는 뜻이다.
이번에 상임위를 통과한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은 재해에 대한 보험 처리시 보험료 할증을 없앤다는 내용이지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 보험료 할증 시에 제외한다는 조항을 예외로 달았다.
정부가 상황에 따라 시행령을 정해서 할증 유무를 판단하겠다는 뜻이다. ‘할증을 없애는 것은 보험시장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 이라고 줄곧 주장했던 송 장관 관습 농정이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농어업재해대책법도 비슷한 수순을 따르고 있다. ‘복구비 이외 재해 이전 생산에 투입된 비용을 지원한다’ 는 수정안에, 농어업재해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보험목적물이나, 보험 가입 여부 등이 재해지원 단계 평가 항목에 포함됐다.
이 또한 과거의 거부권 이유였던 ‘형평성’ 을 적용해 지원범위를 축소할 수도 있는 문제다. 법률 테두리는 바뀌었지만, 내용은 전 정부 농정 과정을 그대로 답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후 시장격리’에서 벼재배면적 감축 등의 ‘선제적 수급조절’ 로 무게중심이 이동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예산 확보가 어려워 현실적 실현방안에 속도가 줄어든 최저가격보장제 개념의 농안법 개정안 등도 기존대로 통과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는 게 국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농해수위 소속 진보당 전종덕 의원은 “윤석열정부에서 농업4법을 거부했던 송미령 장관 유임으로, 우려됐던 현실이 ‘후퇴된’ 농어업재해보험법·대책법 통과로 확인됐고, 이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고 말했다.
농민단체 한 관계자는 “이재명농정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윤석열농정과의 단절을 선언하고 농민에게 안심을 주는 것” 이라며 “양곡법을 비롯한 기존 법률 개정안 또한 부분 수정이 아니라 전면 개정이 농민 요구였다. 새 정부는 이전 정부의 관성적인 행정을 답습하는 현실을 쫒아갈게 아니라, 농업·농민의 현실에 접근하는 자세를 먼저 가져야 할 것” 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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