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사과·쌀 등 수입 확대
정부, 협상 카드로 사용 검토
“국익 앞세운 농업 희생 안돼”
농민신문 지유리 기자 2025. 7. 17
정부가 대미 관세협상에서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카드로 쓸 것으로 알려지면서 농업계가 들끓고 있다. 농업단체는 연이어 성명을 발표하고 이런 방침에 변화가 없을 경우 단체 행동을 예고했다.
통상당국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8월1일로 예고된 상호관세 협상 조건으로 전방위적 관세·비관세 장벽 철폐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업분야에선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 제한 조치 해제 ▲사과 등 원예작물 검역 완화 ▲미국산 쌀 수입 확대 등이 거론된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4일 브리핑에서 “농산물을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민감한 부분은 지키되 그렇지 않은 부분은 협상 전체 큰 틀에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산 농축산물의 수입 확대를 시사한 발언으로, 협상 타결을 위해 미국 측에 ‘내줄 카드’로 농산물을 검토하는 것이라 풀이된다.
농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축산물 관세·비관세 철폐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최흥식 한농연 회장은 “국익이라는 명분 아래 30년 이상 희생하며 견뎌온 농민을 또다시 죽음의 낭떠러지로 몰아세운다”며 “양국의 농업통상에서 미국이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는데도 국내 농업계 요구를 당당히 밝히지 못하는 산업부 만행을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15일엔 전국한우협회가 성명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의 최대 수입국가는 한국”이라며 “한·미 통상을 통해 최대 이익을 얻고 있는 미국이 상호관세 명분으로 농축산물 비관세장벽 철폐를 요구하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꼬집었다. 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내년이면 미국산 쇠고기 관세가 0%가 돼 다른 수출국가보다 가격 경쟁력 우위에 있는 미국산 쇠고기 점유율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한국사과연합회도 “국내 농업보호 원칙을 저버리는 미국산 사과 수입 검토를 즉각 철회하라”는 내용이 담긴 결의문을 발표했다. 사과연합회는 “사과 수입 개방으로 농민을 희생양 삼는 일이 없도록 법과 제도로 못 박으라”며 “정부가 이같은 외침을 외면한다면 총궐기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하겠다”고 주장했다.
여당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일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 측 압박에 대해 “농업의 가치를 협상 카드로 전락시키는 것이자, 우리 사회가 오랜 시간 쌓아온 식품안전기준과 검역 주권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요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다른 산업의 이익을 위해 일방적으로 농업을 양보하는 방식은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줄곧 “협상 국면에서 농업분야 비관세장벽 완화와 수입 확대 등에 관해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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