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한·미 상호관세 협상 농축산물 관세·비관세 장벽 철폐 반대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종수 기자
관세협상 농산물 개방 검토
CPTPP 가입 논의도 ‘고개’
피해보전직불 등 속속 일몰
“농업 지원 대책 새 틀 짜야”
농민신문 양석훈 기자 2025. 7. 17
통상당국이 미국과의 상호관세 협상 과정에서 농산물 추가 개방을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파장이 이어진다. 촉박한 스케줄에 쫓겨 충분한 소통과 대책 없이 협상을 진행했다가 우리 농업에 불가역적인 피해를 초래하진 않을지 우려가 쏟아진다. 더구나 기존 통상협정 체결에 따른 농업분야 피해 보전 대책은 상당수 종료 수순을 밟고 있어 이런 우려를 키우고 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 “미국뿐 아니라 어느 나라와도 통상 협상을 할 때 농산물이 고통스럽지 않은 적이 없다”며 “농산물은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할 부분으로 큰 틀에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예고한 25%의 상호관세 부과 시점(8월1일)이 다가오는 가운데, 협상 카드로 농산물시장 추가 개방을 시사한 셈이다.
협상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전문가들은 완전히 새로운 협정의 출범을 염두에 두고 그에 걸맞은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진교 GSnJ 인스티튜트 원장은 “우리가 자동차·철강·알루미늄 등에서 성공적인 협상을 한다 해도 미국이 전세계에 부여한 10%의 보편관세가 남아 있다면, 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사라지고 전혀 새로운 협정이 맺어진 걸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뜩이나 한·미 FTA 협상 타결 후 마련된 약 20조원 규모의 농업대책은 대부분 종료됐고, 폐업지원제·FTA피해보전직불제·농어촌상생협력기금 등 다른 FTA 체결에 따라 도입된 농업분야 피해 보전 대책도 일몰됐거나 일몰을 앞둔 상태다. 서 원장은 “한·미 FTA 체결 때 사과 등에 대한 대책은 거의 마련되지 않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농업피해에 따른 직접 보전과 농업경쟁력 강화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대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미 통상 협상이 벌어지는 다른 한편에선 미국발 통상 불확실성을 낮추기 위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논의도 이뤄지며 우리 농업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면서 “피해 보전 대책은 협상이 끝난 뒤 경제성 평가를 거쳐 마련해야 하겠지만, 개방 파고에 대응하기 위한 농업경쟁력 제고 대책은 그 전에라도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장은 깜깜이 협상에 대한 개선 요구가 크다. 최범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상대국과의 협상만큼 국내 협상도 중요한데 당국이 시간에 쫓기면서 이해 당사자와 해야 할 협상은 뒤로 미뤘다가 갑자기 ‘제도개선’ ‘소비자 후생’ 등 모호한 표현으로 농업계를 간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군산·김제·부안을)도 여 본부장 발언을 두고 “여당과 교감이 전혀 없었다”면서 “또 한번의 농업 희생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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