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익산 삼기농협의 진형용 상추 공동선별출하회장이 폭염 탓에 시들어 죽은 상추를 보여주고 있다.
* 고온으로 시들어버린 상추.
* 폭염과 지속된 열대야로 착색이 늦어진 하우스감귤.
마른장마 뒤 더위 ‘엎친 데 덮쳐’
잎채소 모종 활착 못해 죽어
과일 착색 더디고 수확도 지연
생산비 증가 불구 상품성 하락
농민신문 전국종합 2025. 7. 16
7월초까지 이어진 폭염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잎채소는 고사하고 과일은 색이 나지 않는 등 지역과 품목을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피해가 확인되고 있다.
특히 잎채소농가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마른장마와 이른 폭염 탓에 고사하는 사례가 속출하며 생산량이 급감했다.
진형용 전북 익산 삼기농협 상추공동선별출하회장은 “차광막을 씌웠다 걷었다 하며 어떻게든 폭염을 이겨내고자 노력했지만 몇주간 이어진 무더위에 속수무책이었다”면서 “시설하우스 10동 중 3동은 모종을 다시 심어야 할 만큼 타 죽은 상추가 많다”고 설명했다.
공선회에 따르면 이 지역 상추농가들의 생산량은 평년 여름철 대비 30%가량 줄었다.
경기 포천에서 시설하우스 1만4875㎡(4500평) 규모로 시금치·근대·열무 등을 재배하는 양문석씨(76·소흘읍)도 “평소 시금치 고사율은 10% 정도지만 올해는 40∼50%”라며 “지난 주말부터 기온이 떨어지고 비가 왔지만 작물이 이미 심하게 상해 수확량이 평년보다 30∼40% 줄어들 것”이라고 걱정했다.
같은 지역에서 시설하우스 1만3222㎡(4000평) 규모로 오이와 근대를 재배하는 이희대씨(72·소흘읍)는 “근대 모종을 25일간 길러 시설하우스에 옮겨 심었는데 고온 때문에 활착하지 못하고 거의 다 죽었다”며 “차광막을 씌워도 소용이 없다”고 허탈해했다.
전남에서는 성출하기를 맞은 무화과의 생육부진이 심각하다.
1만4876㎡(4500평) 규모로 노지에서 무화과를 재배하는 전남 영암군 미암면 권정권씨(70)는 “이맘때면 무화과나무 키가 1.8m까지 크고 가지엔 3∼4화방이 달려야 정상인데 비가 오질 않아 키 1m에 1∼2화방만 달려 있다”면서 “최근 비가 왔지만 완전히 회복하긴 힘든 상황이어서 생산량이 최대 60%까지 줄 수도 있다”고 했다.
제주에서는 폭염과 함께 지속된 열대야로 하우스감귤 착색이 더뎌져 수확이 지연되고 있다.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의귀리에서 1만6528㎡(5000평) 규모로 하우스감귤을 재배하는 오지훈씨(44)는 “시설하우스 내부 기온이 저녁엔 20℃ 정도로 떨어져야 감귤 착색이 원활한데, 최근까지 열대야로 27℃를 웃돌아 색 변화가 거의 멈췄다”며 “평년 이맘때 60% 정도 수확을 완료했지만, 올해는 수확률이 15% 수준”이라고 말했다.
생산량 감소와 상품성 하락은 농가수익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진 회장은 “생산량이 이렇게 줄었는데 상추값은 오르기는커녕 오히려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면서 “각종 비용은 다 늘었는데 농산물값은 형편없어 농민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속상해했다.
경남 김해에서 6612㎡(2000평) 규모로 장미 등을 재배하는 신윤화씨(58)도 “장미 줄기 길이가 80㎝ 정도는 돼야 상품으로 칠 텐데 지금은 60㎝ 안팎인 경우가 상당수여서 좋은 값을 받긴 힘들 것 같다”고 호소했다.
과수농가는 내년 농사 걱정까지 해야 할 지경이다. 폭염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나무의 수세가 약해질 수도 있는 데다 생육이 지연돼 수확까지 늦어지면 이후 농장 관리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오씨는 “8월 중순부터는 가지치기(전정) 작업을 해야 하는데, 귤을 못 따 일정이 밀릴 것 같다”며 “제때 전정하지 않으면 수세가 떨어져 향후 생산량이 줄고 심하면 나무가 죽을수도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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