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권을 중심으로 소리 없이 찾아온 가을 가뭄이 산지를 엄습하고 있다. 9월 추석 대목까지 낮은 시세에 신음하던 산지는 이제 10월 이후 나올 물량에 대해선 작황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무엇보다 물 대기가 어려운 밭작물의 상황이 심각하다.
강원 등 최근 강수량 바닥수준
당분간 비소식 없어 해갈 감감
김장 배추·무 산지 곳곳 말라 죽고
콩·깨 꽃도 피지 않아 못 여물어
‘물절약’ 외에는 대책 없어 원성
충남 공주의 한 채소 재배 농민은 “하루 이틀 비 소식이 전해지지 않나 싶더니 언제 비다운 비가 왔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10월 중순께 수확할 콩과 깨는 꽃이 펴서 한창 여물어야 할 때인데 쭉정이만 나오고 있고, 이제 나와야 할 고구마는 가뭄으로 아예 농사를 포기해버렸다”며 “한여름 심은 김장 배추도 생육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 돼 어쩔 수 없이 추석 때 내려온 자식까지 동원해 물대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의 강수량은 바닥수준이다. 10월의 주 배추 출하산지인 강원도 춘천의 경우 한창 생육기였던 지난 8월의 강수량은 46.8mm로 8월의 평년 강수량 317.5mm를 한참 밑돌았다. 비대기인 9월은 더 심각해 160.9mm의 평년 강수량에 훨씬 못 미친 4.8mm의 비가 지난 한 달 대지를 스쳤을 뿐이다. 타 지역도 춘천보다는 덜하지만 상황이 좋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콩 등의 잡곡류가 10월에 수확될 충남 부여의 8월 강수량은 56.9mm로 평년 강수량 280mm에 크게 못 미쳤고, 9월 강수량도 22mm에 그쳐 이 지역 9월 강수량 152mm의 20%도 강수량을 채우지 못했다. 전북 장수도 평년 8월과 9월의 평균 강수량 333.5mm와 144.8mm보다 부족한 99.9mm와 31.5mm의 비가 올해 8~9월 내렸을 뿐이다. 10월 첫 날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비가 왔지만 남부권을 중심으로 내려 가뭄이 상대적으로 큰 중부권의 가뭄 해갈에는 한참 모자랐고 당분간 비소식도 전해지지 않고 있다.
이에 가을철 수확기를 앞둔 다수의 작목 생육이 원활치 못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여름에 파종한 김장 배추와 무는 산지 곳곳이 말라죽어 듬성듬성한 모습이 노출돼 있는 모습을 쉽사리 목격할 수 있고, 중부권을 중심으로 이달 중 수확할 콩과 깨 등의 품목은 꽃도 피지 않은 채 제대로 여물지 못하고 있다. 한창 수확할 고추 등 일부 밭작물 농가들은 가뭄이 장기화되면서 밭에 물 공급이 여의치 않아 작물 수확을 포기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산지에선 전하고 있다.
도매시장에서도 가뭄으로 인해 물량 수급이 원활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락시장의 김찬겸 대아청과 경매사는 “10월에 나올 준고랭지 2기작 배추물량의 경우 가뭄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일교차도 커 결구가 미숙한 물량이 많아 적어도 10월 중순까지는 반입물량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정부에 대한 산지의 불만도 팽배하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달 24일 ‘10월부터 내년 4월까지 사전 농업용수 확보대책을 추진하겠다’고, 국토교통부가 30일 ‘가뭄 발생 시마다 사전 예보의 미흡 등을 지적하는 의견이 많아 가뭄 예·경보 시행 등을 위한 수자원통합관리시스템 구축 등의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당장 ‘물 절약’ 외에는 가뭄 피해를 입은 농가들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농민신문] 억울한 농산물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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