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화순군 능주면 복숭아농장에서 농장주 황연옥씨(오른쪽)와 또 다른 농가 김미호씨가 수확을 앞둔 복숭아를 살펴보고 있다. 이들은 최근 내린 비로 덥고 습한 날씨 탓에 농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의귀리에서 하우스감귤을 재배하는 오지훈씨가 최근 폭염과 열대야가 작황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조생종 복숭아 수확 한창인데
비에 습도 높아져 작업 힘들어
급작스러운 폭우는 생육 악재
잎채소·노지감귤·복숭아 등
열매터짐·병해충 발생 우려 커
덥고 습해 품질 유지에도 애로
농민신문 전국종합 2025. 7. 14
역대급 폭염으로 농작업을 하는 농민은 물론 작물도 허덕이는 상황에서 폭우까지 겹쳐 농가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주말부터 내린 비로 기온은 다소 내려갔지만, 대신 습도가 올라 농산물 품질 유지가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오락가락하는 날씨 탓에 농가들의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
◆ 뜨거우나 무더우나…힘겨운 농작업
14일 오전 9시 전남 화순군 능주면 복숭아농장에선 조생종 ‘수황’ 수확이 한창이었다. 농장주 황연옥씨(71)는 “최근 비로 습도가 올라가 나무 아래 있으면 공기가 막혀 찜질방처럼 답답하다”고 말했다.
주말 동안 내린 비로 더위가 한풀 꺾였다 해도 여전히 더운 데다 습하기까지 한 날씨에 온몸이 금세 땀범벅이지만 “복숭아는 하루이틀만 수확 시기를 놓쳐도 퍽퍽해지거나 맛이 없어져 날씨가 더워도 작업을 쉴 수 없다”는 게 농가들 사정이다.
힘들긴 선별작업도 마찬가지다. 오전 수확 후 주로 오후에 선별·포장을 하는데, 선별장에 선풍기가 있지만 한여름 낮시간에 뜨겁게 달궈진 철제 가건물의 열기를 식히긴 무리다.
황씨는 “작업물량을 맞추려면 낮에도 다시 밭에 나가 복숭아를 따야 할 때가 있다”며 “순간적으로 머리가 핑 돌면서 어지러운 경우도 있지만 참고 일한다”고 말했다.
◆ 비가 와도 걱정, 안 와도 걱정
폭염 탓에 생육이 부진했던 작물들에 급작스러운 폭우는 또 다른 악재다. 단비가 되기보단 열매터짐(열과), 병해충 등 다른 피해를 야기할 수 있어서다. 특히 잎채소와 과수농가들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양인호 충남 금산 추부깻잎연합회장은 “기온이 30℃ 이상이면 성장 속도가 더디고, 파종해도 뿌리가 잘 자리 잡지 못한다”면서 “비가 오면 기온이 낮아져 작업하기엔 좋지만, 습기 탓에 깻잎이 물러지니 출하하기 쉽지 않은 건 폭염 때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제주에선 노지감귤 피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현재근 서귀포 제주위미농협 조합장은 “메말랐던 상태에서 갑자기 많은 비가 내리면 노지감귤이 수분을 과하게 머금어 열과 현상이 급증할 수 있다”고 했다.
복숭아농가들은 폭우 때문에 중만생종 작황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한다. 고진석 능주농협 상무는 “비가 적당히 오면 도움이 되겠지만 수확기를 앞두고 비가 너무 많이 내리면 탄저병 등 병해충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 오락가락 날씨에 ‘속수무책’
극단을 오가는 날씨에 농가들은 작물 관리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잎채소는 제대로 자라지도 못하고 타 죽는 등 폭염의 직격탄을 맞았다.
경기 포천에서 시설하우스 1만4875㎡(4500평) 규모로 시금치·근대·열무 등을 재배하는 양문석씨(76·소흘읍)는 “6월 하순부터 거의 20일간 30℃를 웃도는 날씨는 농사를 지으면서 평생 처음”이라며 “시금치 발아율이 평소보다 낮은 데다 그나마 자란 것도 계속 말라 죽고 있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폭염과 비로부터 농산물을 지키기 위한 힘겨운 싸움도 벌어진다. 진형용 전북 익산 삼기농협 상추공동선별출하회장은 “서울 가락시장 저녁 경매에 보내려면 전날 오후와 새벽에 작업한 상추를 보관했다가 점심 무렵에 탑차에 싣는다”면서 “반나절을 보관해야 하는데 덥고 습해서 금방 상품성이 떨어지니 계속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상이 걸리긴 국화농가도 마찬가지다. 오규영 부경원예농협 과장은 “폭염도 폭염이지만 난데없는 폭우가 내리는 등 예측할 수 없는 날씨가 이어지면 베테랑 농가라도 일정한 온도와 일조량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자칫 수출 대목인 일본 오봉절(8월15일)에 개화 시기를 맞추지 못하면 손해가 클 것”이라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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