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미 관세협상 전략으로 쇠고기·사과 등 민감품목의 추가 개방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농업계는 이런 정부 방침에 강하게 반대하며 단체 행동을 예고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단 브리핑에서 “미국뿐 아니라 어느 나라와의 통상 협상에서 농산물이 고통스럽지 않은 적이 없다”며 “농산물은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할 부분으로 큰 틀에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협상 국면에서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를 지렛대로 삼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 본부장은 특히 “(농산물분야의) 우리 제도개선이나 경쟁력 강화,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 유연하게 볼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민감한 부분은 지키되 그렇지 않은 부분은 협상의 전체 큰 틀에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덜한 품목의 검역 규제를 완화해 미국에 양보할 카드로 쓰면서 국내 물가 이슈에도 대응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서 4월 관세·비관세 장벽으로 인한 무역적자를 해소한다면서 전세계에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했다. 우리나라엔 25%의 상호관세를 책정해 7월9일 부과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이를 변경해 8월1일부터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이같은 관세 압박은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각국의 관세·비관세 장벽 철폐를 이끌어내려는 전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우리나라에 대해 꼽는 농업분야 비관세장벽은 ▲쇠고기 30개월령 이상 수입 제한 ▲유전자변형생물체(LMO)의 복잡한 수입 절차 ▲사과 등 원예작물 검역문제 등으로, 미 무역대표부(USTR)가 매년 발표하는 ‘국별무역장벽보고서(NTE)’를 통해 꾸준히 거론됐다. 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산 쌀 수출 확대에도 관심을 보인 바 있다.
서진교 GSnJ 인스티튜트 원장은 “농산물 검역은 과학적 절차에 따르는 것으로 인위적으로 당길 수 없다”면서 “소비자 후생을 높이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국내 생산을 안정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통상 협상을 농업과 비농업으로 나눠서 접근하는 태도는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에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산업부는 협상 타결을 위해 조만간 국내 이해관계자와 협의하고 비관세장벽 철폐방안을 작성할 것으로 보인다.
농업계는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지금까지 다른 산업의 이익을 위해 농업이 계속해서 고통을 감내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여기서 더 물러난다면 그것은 곧 우리 농업과 먹거리를 포기하는 것이며 식량위기 시대에 국가 안보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한·미 상호관세 협상 농축산물 관세·비관세 장벽 철폐 반대 긴급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한농연 관계자는 “협상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국내 농업계에 아무런 설명도 없이 ‘깜깜이’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며 “국내 이해관계자들과의 대내 협상에 제대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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