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가 출범했지만, 12.3 내란 극복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청산해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니지만, 특히 지난 정부의 ‘농민 없는 민생정책’도 청산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농민과 소비자를 갈라치기하는, 그래서 유통업자나 수입업자의 배를 불리는 정책이 이어지면서 농민들의 삶은 크게 위협받았다.
이는 지난 3년 동안 농업소득이 4분의 1 이상 감소했다는 것만 보더라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더욱이 기후위기 등으로 인한 농업 생산 현장의 어려움을 다독이고 농민과 함께 지혜를 모으기보다는 대형유통업체를 통한 소비지원행사 등 전시성 행정으로 농업 문제를 눈가림으로 감추려 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농정대전환을 이루는 일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만들어졌고, 이를 위한 농정개혁이 어느 부분보다 신속하게 속도감을 가지고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대신 새로 들어선 정부가 보여준 첫 번째 농정 메시지는 지난 정부에서 농촌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농민 없는’ 민생경제회의를 통해서 대형유통업체의 할인행사를 주도했던 농식품부 장관을 이재명정부의 첫 번째 농식품부 장관으로 유임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이재명정부의 ‘국민주권정부’가 혹시라도 ‘농민 없는 국민주권정부’로 나아가지는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유임된 장관은 지난 정부와는 여건이 변했다는 말로 자신감 아닌 자신감을 표출했지만, 이를 진심으로 받아들일 농민은 그다지 많지 않다.
또한, 농민들의 높은 불신에 “농업과 농민의 문제는 직접 챙겨가도록 하겠다”라고 이재명 대통령이 약속했다고는 하지만, 예전의 윤석열정부에서도 농업·농촌을 직접 챙기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은 농민들의 농정에 대한 실망감을 달래기 위한 수사로 사용된 것을 농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전 정부의 농식품부 장관 유임으로 초래된 농정 불신을 덜어내기 위해서는 농민과 시민사회진영이 요구해 온 농업과 먹거리 대전환을 위한 정책을 협치의 틀에서 실천해 낼 기구라도 하루빨리 가동해야 한다.
불신의 극복이 없고서는 그 어떤 정책도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제도화된 기구를 통해서 현장의 요구를 시급하게 반영해야 할 것이다. 쌓인 불신은 분노로 변하기 마련이다.
[농민신문]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방향 재정립 필요” 
[한국농정신문] 송미령 유임 첫 결과물, ‘양곡법 비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