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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정부 각료로 이재명정부에서 유임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열린 국회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정권 교체 전 야당(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 온 양곡관리법 등 농업 민생 법안에 대해 “(농망법의) 망이 아니라 희망으로 바꿀 수 있도록 의원님들과 노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한승호 기자
윤석열정부 벼 8만ha 감축안
민주당 양곡법 개정안에 이식
비판하던 민주당도 태도 전환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2025. 7. 13
정부와 여당이 올해 쌀 수확기 이전에 「양곡관리법」 개정을 완료하기로 합의했다. 일정 기준을 넘는 생산량 초과나 가격 하락이 발생할 때 정부가 초과생산량을 의무매입케 하는 게 골자로, 윤석열정부에서 세 차례나 무산된 법안이다. 단, 그 전제조건으로 윤석열정부의 대표적 양곡정책인 ‘벼 재배면적 8만ha 감축’을 새로 덧붙일 계획이다. 윤석열정부 인사로서 이재명정부에 연임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영향이다.
윤석열정부의 벼 8만ha 감축 정책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불과 대선 직전까지만 해도 앞장서 반대하던 것이었다. 단지 강압적인 추진 방식만이 아니라 8만ha라는 규모에 대해 “산출 근거가 없고 과도하다(문금주 의원)”, “터무니없이 많다(송옥주 의원)”, “생산·비축 전략이 선행돼야 한다(이원택 의원)”는 등의 지적을 쏟아낸 바 있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당정간담회 이후 민주당 농해수위원들은 송 장관과 나란히 서서 벼 8만ha 감축을 포함한 양곡법 개정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2400억원인 전략작물직불금을 4000억원 규모로 늘리고 생산기반을 정비해 논에 콩·밀 등 타작물 재배를 유도하겠다는 설명이다. 기존의 민주당 발의안에도 논 타작물 재배지원 조항이 들어 있긴 했지만, 추상적인 법 조항을 8만ha라는 공격적 정책목표로 구체화한 것이다. 이 정도 공격적인 면적조절이 선행된다면 공급과잉 상황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고, 정부에 초과생산량 매입 의무가 부여되더라도 집행되는 일이 드물어 재정을 크게 절약할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다.
그동안 왜 그토록 치열하게 대립했는지 의아할 정도로 쉽게 도출한 절충안인데, 물론 함정이 있다. 자급률 100%가 채 안되는 상황에서 벼 재배면적 감축은 그 자체가 논란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로 예상 밖의 흉작이 빈발하고 있어 과도한 면적 감축은 언제든 일본과 같은 ‘주곡 대란’ 사태를 초래할 수 있으며 대체작물인 콩·밀의 가격 폭락이나 판로 문제를 풀 해법도 아직 불투명하다. 자칫 콩·밀 자급률은 높이지 못한 채 쌀 자급률만 급감시키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있다. 고령·소농을 중심으로 한 농가소득 감소도 심각한 문제다. 때문에 농민단체들은 “후퇴 없는 양곡법 추진”을 외치며 정부·여당의 이같은 시도를 반대하고 있다.
현 양곡법 개정안의 등장 배경을 살펴보면 문제는 더 명확하다. 2020년 문재인정부는 쌀농가 소득 안전장치인 변동직불제를 폐지하면서 그 대안으로 수급불안 시 정부가 초과생산량을 매입하겠다 약속했지만 문재인정부도, 윤석열정부도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2020년부터 지금까지의 5년은 양정 역사상 처음으로 농민들이 쌀값 폭락에 ‘무대책’으로 노출돼 있는 비상상황이다.
정부의 매입 역할에 의무성을 부여하는 지금의 양곡법 개정안은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게 아니라 2020년 고안된 ‘변동직불제 폐지의 대안’을 정상 작동시킬 뿐인 법안이다. 벼 재배면적 감축은 정부가 농민들과 협의를 통해 추진해야 할 별개의 논제일 뿐, 이 법안의 전제조건이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벼 8만ha 감축은 민주당 진영의 장관이 취임했다면 추진할 수 없는 정책이지만, 송 장관의 존재로 인해 민주당이 은근슬쩍 승차할 수 있게 됐다. 애당초 이같은 ‘양곡법 비틀기’가 송 장관 유임을 통해 이 대통령이 노린 효과 중 하나라는 분석이 진보야당과 농민단체 일각에서 공유되고 있다.
대다수의 농산물은 작기 회전이 빠르거나 대체소비가 가능하거나 이미 어느 정도 수입량에 의존하고 있지만, 주곡인 쌀은 이 중 어느 조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자급기반 축소로 공급부족이 나타나면 식량 분야에서 겪어 보지 못한 파장이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그간 추곡수매제와 변동직불제 등으로 쌀을 각별히 관리해 온 게 이 때문이다. 하지만 윤석열정부의 8만ha 감축 정책은 쌀을 여타 품목들과 동일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인식에 기반했으며, 이 인식이 유임된 송 장관을 통해 이재명정부에 이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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