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전남 나주시 동강면 배 과수원에서 농민 신동환씨가 응애 피해를 봐 얼룩덜룩해진 잎을 살펴보고 있다.
* 10일 충남 태안군 고남면의 고추농가 이재순씨가 수확을 보름 정도 앞둔 밭에서 담배나방 피해를 본 고추를 제거하고 있다.
전남 배 ‘점박이응애’ 피해↑
예년보다 보름가량 발생 일러
충남 고추 ‘담배나방’ 골머리
유충 출현 빨라 방제시기 놓쳐
벼농가, 멸구 피해 재발 ‘불안’
농민신문 나주=정성환, 태안·청양=김민지 기자 2025. 7. 13
“비는 안 오고 덥기만 해 벌레들이 살판났습니다.” 짧은 장마 뒤 때 이른 폭염이 찾아오면서 주요 농작물에 해충이 확산해 비상이 걸렸다. 피해는 주로 충남 이남지역에서 과수·채소·벼 가릴 것 없이 전방위로 나타나는 모양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농협은 예찰활동을 강화하는 등 방제에 총력을 쏟고 있다.
◆ 전남 배농가 ‘응애’로 골머리
9일 오전 11시 전남 나주의 한 배 과수원. 자동차 계기판에서 확인한 외부 온도는 40℃였다. 뙤약볕 아래 선 지 5분 만에 뒷목이 붉게 달아올랐다. 배나무를 살펴보자 초록 이파리 곳곳에 생긴 흰색과 황갈색 얼룩이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1만5206㎡(4600평) 규모로 배농사를 짓는 신동환씨(68·나주시 동강면)는 “점박이응애가 잎을 빨아 먹고 토한 자국”이라며 “잎을 잘 보면 0.1㎜ 크기의 미세한 응애가 기어다닌다”고 말했다. 그는 “인근 배농가 중 응애가 안 나오는 집이 없다”면서 “이파리가 상해 배 생육에 지장을 초래할까봐 걱정”이라고 발을 굴렀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해충은 장마철에 발생이 줄었다가 장마가 끝난 후 고온기에 왕성하게 번식한다. 이준현 나주배원예농협 과장은 “응애는 장마가 끝나는 7월 중순 많이 나오는데 올해는 6월말부터 다량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응애는 고온기엔 7∼10일마다 새로운 세대가 나올 정도로 확산이 빠르다”면서 “피해가 심한 과수원은 멀리서도 잎 색이 달라 보일 정도”라고 덧붙였다.
◆ 충남 고추농가 ‘담배나방’ 피해 속출
10일 찾은 충남 태안군 고남면의 한 고추밭. 중간중간 색이 바랜 고추들이 눈에 띄었다. 자세히 보니 지름 5㎜ 정도 크기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고추의 주요 해충인 담배나방 유충이 열매 속을 갉아 먹어 발생한 피해라는 것이 농가들의 설명이다.
3306㎡(1000평) 규모로 고추농사를 짓는 이재순씨(67)는 “평소대로 방제했는데 지난해엔 보이지 않던 담배나방이 너무 많다”고 토로했다.
산지에 따르면 번데기로 월동한 담배나방이 6월 상순 허물을 벗으면 1세대 성충이 된다. 성충이 잎에 알을 낳으면 알에서 깨어난 유충이 잎·꽃·과실을 갉아 먹으며 자란다.
그런데 올해는 예상치 못한 이른 더위와 짧은 장마로 담배나방 유충이 예년보다 일찍 발생해 방제 시기를 놓친 농가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승기 농촌진흥청 농촌지도관은 “장마가 빨리 끝났고 6∼7월 높은 기온을 기록하면서 각종 해충의 세대교체 기간이 단축되기 좋은 기후 조건이 됐다”며 “세대교체가 빨라지니 개체수도 많아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종진 태안 안면도농협 영농상담사는 “이렇게 담배나방 피해를 호소하는 농가가 속출한 적은 거의 처음”이라고 했다.
충남 청양도 비슷한 상황이다. 청양 화성농협 관계자는 “보통 6월 중순에 담배나방 약제를 뿌리면 어느 정도 잡혔는데 올해는 이른 더위 탓에 유충이 이미 성숙해 약이 효과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서해안·전남권 벼농가 ‘멸구 공포’
전남권 벼농가는 멸구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전남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서해안지역 시·군을 중심으로 애멸구가 전년보다 10일가량 일찍 발생했다. 애멸구는 줄무늬잎마름병을 옮기는 해충으로, 어린모의 즙을 빨아 먹는다.
도농기원은 6월25일∼7월8일 보성·화순·장흥·해남·완도·진도 6개 군의 예찰포를 대상으로 해충 발생 상태를 점검했다. 그 결과 해당 군의 논 34.3%에서 애멸구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벼에선 줄무늬잎마름병 증상도 확인됐다.
임종준 도농기원 지도사는 “전남지역 전체 870㏊ 규모 논에서 애멸구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지난해 추석 명절 전후로 나타난 고온 탓에 벼멸구 피해를 봤던 농가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했다. 임 지도사는 “애멸구가 벼 한포기당 4마리에서 최대 24마리까지 발견됐는데, 7월 기준으론 발생 밀도가 낮다”면서도 “고온기 번식 속도가 빨라 크게 번질 위험이 있다”고 짚었다.
중국 남부에서 편서풍을 타고 비래하는 벼멸구도 요주의 대상이다. 농진청에 따르면 최근 서해안·전남 지역에서 나타는 벼멸구는 6월17∼24일 중국에서 날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에 들어와 27∼30일 지나면 성충이 되므로 이달 13∼15일 발생이 집중될 것으로 예측된다.
권철희 농진청 농촌지원국장은 “‘한·아시아 비래해충 예찰 협력사업’을 통해 6월 중국 현지 예찰포를 확인한 결과 벼멸구가 전년 동기 대비 2배가량 많았다”면서 “국내 낮 기온이 급격히 높아져 벼멸구 세대 증식이 빨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 정부·지자체·농협, 예찰·방제에 총력
농진청은 ‘농작물 병해충 중앙예찰단’과 도농기원, 시·군 농업기술센터와 함께 서해안·남해안 4개 도, 20개 시·군에서 합동 예찰을 추진하고 적기에 방제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 중이다.
나주배원협은 응애 발생 배농가를 대상으로 방제요령을 전파했다. 이 과장은 “과수원 내 풀을 전부 제거하면 풀에 붙어 있던 응애가 과수로 이동한다”며 “풀을 벨 때는 지면에서 10㎝가량을 남기고, 작용기작이 다른 약제를 10일 간격으로 2∼3회 뿌리되 약제가 풀·나무 모두에 고루 묻도록 살포하면 좋다”고 설명했다.
농진청 관계자는 “벼멸구는 벼 한포기에 2마리 이상 보이면 등록약제를 사용해 아침 시간대에 살포하고 출수기 전에는 항공방제, 이후엔 광역방제기를 활용해 방제 효과를 높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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