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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주산지 덮친 무더위·가뭄, 여름배추 수급이 위태롭다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5-07-11 조회 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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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대표적 고랭지배추 주산지인 강원 강릉시 왕산면 안반데기에서 지난 8일 외국인노동자들이 배추 모종을 심고 있다. 올여름 마른장마에 이어 연일 지속된 폭염 탓에 밭이 바싹 메말라 있다. 한승호 기자



           농식품부, 수급대책으로 비축 통한 ‘가용물량 확대 계획’ 발표

           사실상 전무한 생산 지원책…현장선 급수차 부르며 발 ‘동동’

           나날이 무너지는 작황, 비축 목표 달성 여부에도 의문 뒤따라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2025. 7. 11



 무더위와 가뭄이 여름배추 주산지, 강원도를 덮쳤다. 드넓은 포전 전체에 관수장치를 설치하고 급수차를 불러 물을 주는 등 현장에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작황을 지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7~8월 여름배추 출하 전망은 여전히 어두운 실정이다.

지난 8일 강원도 삼척시 하장면 일원에서 만난 50년 경력의 산지유통인 김종석씨는 “날이 덥고 가물어서 배추 상태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 거의 매년 무더위와 가뭄에 배추 작황이 무너지다 보니 올해는 7~8월 출하 배추 정식이 평년보다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아예 다른 작물을 심은 포전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 정식을 늦춘 실정이다. 이에 추석을 앞둔 9~10월 출하 물량은 일정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 중이다”라고 전했다.

김씨에 따르면 이미 출하됐거나 출하를 앞둔 배추 포전 대부분에서 가뭄으로 인한 생육 피해가 확인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일 살펴본 포전에선 관수장치 설치 유무 및 관수 정도 등에 따라 생육 편차가 확연히 드러났다.

또 다른 산지유통인 김씨 또한 6월 말에서 7월 초순 무렵 출하했어야 할 물량 대부분이 포전에서 전부 녹아내렸다고 전했다. 김씨에 따르면 출하를 앞두고 구가 차오를 무렵 배추가 무너져 적지 않은 물량을 포전 째 갈아엎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정식 중인 완전고랭지의 상황도 좋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평년 대비 심각한 수준의 무더위와 가뭄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현장 농민에 따르면 강릉 안반데기의 경우 지난 8일 기준 정식작업이 90% 가까이 완료된 상태였는데 가뭄과 이에 따른 용수 부족 문제가 심각한 실정이다. 이날 정식 중이던 현장 농민은 모종을 심으면서도 가뭄에 제대로 활착이 될지 걱정이 앞선다고 전했고, 실제 곳곳에서 급수차와 살수차를 동원해 모종마다 물을 주고 있었을 만큼 안반데기 포전 대부분이 바짝 말라 있었다.

김시갑 강원도무·배추공동출하협의회 회장은 “강릉시 관내 전체적으론 재배면적이 15%가량 줄어든 것 같은데 안반데기의 경우 평년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모종은 6월 말부터 7월 5일경 제일 많이 정식됐고, 이 가뭄에 뿌리가 잘 내리고 이상기후 현상이 크게 없다면 9월 중순 이후부턴 물량이 제법 출하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회장은 용수원이 바닥날 만큼 가뭄이 심해 모종이 제대로 뿌리내릴지가 관건이라 덧붙였다.

아울러 김 회장은 아직 작황을 전망하기엔 이르지만 정식 후 활착까지 10여일 동안 비가 내리지 않을 경우 급수차와 인력 등을 동원해 모종마다 물을 주는 방법밖에 없는데 이마저도 한계가 있다며 우려했다. 또 모종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더라도 출하 직전까지 기상에 따라 편차가 크게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라 전했다.

이처럼 여름배추 수급에 난관이 예상되는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 농식품부)에선 지난 6일 ‘여름배추의 안정적인 생산과 공급을 위해 총력 대응에 나섰다’고 발표했다. 골자는 공급 부족에 대비한 가용물량 확대다. 농식품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많은 가용물량 3만5500톤(비축 1만9000톤과 출하조절시설 8000톤, 유통인 출하약정 7000톤 등)을 확보해 가격상승 시 도매시장 및 김치 업체 등에 공급할 계획이며, 농협 및 산지유통인과의 사전 수매계약 및 작목전환으로 재배확대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비축물량 확보부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물량 자체가 많지 않을뿐더러 저장 가능한 품위의 배추가 포전에 거의 없어서다. 뿐만 아니라 농민과 산지유통인 등은 물량 부족 시 정부가 또 신선배추 수입에 손을 댈까 강하게 경계하면서도 산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소비지 위주의 수급대책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날 만난 한 농민은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물량 부족 시 시장가격이 상승하는 건 당연한 이치인데 정부에선 생산량 감소로 인한 현장 고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소비지 가격을 떨어뜨리기 위한 대책만 주구장창 펼치고 있다. 여름배추 물량 부족하다고 하면 또 수입하진 않을까 걱정인데, 생산기반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적정 가격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농식품부는 가용물량 확대 등의 대책 외에도 생육관리협의체 상시 운영 및 약제·예비묘 공급 확대 등 생육관리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안정 생산을 담보할 관련 지원 대책 자체가 전혀 없는 실정이다. 이에 현장 농민들은 용수 공급 문제 해결과 약제 지원 등 생산기반을 유지할 수 있는 대책이 선행돼야 적정 생산량 유지 및 원활한 수급이 가능하다며 지자체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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