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전남 해남군 관내 남도마늘 재배 농민들이 생존권 보장을 내걸고 적정 수매가 결정을 촉구했지만, 올해 농협 계약재배 단가는 여전히 생산비를 담보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전국마늘생산자협회(마늘협회)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해남지역 남도마늘 생산비는 1kg 기준 6359원인데, 8일 현재 기준 수매단가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옥천농협을 제외한 해남군 관내 농협의 수매단가는 4000원대에 불과한 실정이다. 반면 지난 8일 영남지역 농협 공판장에서 거래된 남도마늘 경락가는 상품 1kg 기준 평균 5000원대를 상회했거나 이에 가까운 4900원대였다. 평균 경락가 7000원을 기록한 공판장도 있었다.
특유의 알싸한 맛과 향을 지닌 남도마늘은 김장에 없어선 안 될 필수요소다. 하지만 대서마늘 대비 생산량이 적고 가격 결정 체계가 대서마늘 만큼 잘 갖춰져 있지 않은 탓에 매년 재배면적이 큰 폭으로 감소하는 실정이다. 아울러 생산비 보장은커녕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지속 중인 수매단가에 불만을 품어온 남도마늘 주산지 농민들은 참다못해 ‘남도마늘 재배를 포기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는 토로를 쏟아내고 있다. 남도마늘 생산기반이 크게 우려되는 이유다.
허용식 마늘협회 해남군지회장은 “남도마늘 재배에 대한 자긍심, 명맥을 이어야 한다는 책임감, 대서마늘 재배 시 농가 전반에 퍼질 가격 폭락 우려 등 때문에 수년째 생산비에 밑지는 가격을 받고도 남도마늘을 심어 왔다. 하지만 올해 파종 땐 자가소비용과 깐마늘 공장 납품 물량을 제외하곤 대서마늘을 심어버리려 한다. 주변에서도 적지 않은 농가가 대서마늘 심겠단 얘기를 하고 있다”며 “매번 계약재배 단가 정할 때마다 안달 나서 발 동동 구르는 게 부아가 나기도 하고 농협이 근거 없이 마음대로 수매가 정하는 꼴도 더이상 못 보겠다. 적어도 생산비는 보장돼야 농민들도 계속 농사지을 수 있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이무진 마늘협회 부회장은 “남도마늘이라도 영남권은 공판장을 통해 가격 발견이 가능한 데 반해 전남과 제주의 경우 객관적인 가격 결정 시스템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농협에선 판매가 걸려 있으니 가공업체나 상인 장단에 놀아날 수밖에 없고, 그렇다 보니 생산비에도 못미치는 가격이 계속 형성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무진 부회장은 남도마늘 생산 지속 및 육성·발전에 대한 지자체 행정, 정부 차원의 고민이 전무하다는 점도 짚었다. 남도마늘 생산기반이 크게 흔들리는 와중에도 관련 대책이 전혀 없고, 가까운 시일 내 대책이 마련될 기미조차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무진 부회장은 “대서마늘과 확연히 구분되는 양념용으로서의 남도마늘을 브랜드화하고 고품질화해야 하는데 행정은 물론 농식품부에서도 아무 생각이 없다. 행정이 일말의 노력만 보여도 수집·분산 및 가격 결정이 가능한 공판장 건설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라며 “남도마늘이 무너지는 건 남도마늘 재배 농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체 마늘 수급은 물론 타작물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행정뿐만 아니라 농식품부에서도 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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