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포함 14개국에 서한 발송
쇠고기·LMO 수입 확대 등
비관세장벽 철폐땐 조정 고려
‘사과 수입’ 협상 쟁점으로 부상
생산자 “국내 생산기반 초토화
농가 생존권 정면 위협” 반발
농민신문 김소진 기자 2025. 7. 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각) 한국을 포함한 14개국에 국가별 상호관세를 명시한 ‘관세 서한’을 보낸 가운데 ‘미국산 사과 수입’이 한·미 관세 협상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국을 포함한 14개국에 관세 서한을 발송했다. 한국에는 앞서 4월 설정한 25%의 관세를 8월1일부터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애초 7월8일까지였던 유예 시한을 3주가량 연장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시장을 개방하고, 관세·비관세 장벽과 무역 장벽을 철폐하길 원한다면, 이 서한의 조정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협상의 여지를 남기면서 전방위적인 압박 공세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각) 백악관 내각회의에서 “의약품·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관세 부과를)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며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너무 적게 지불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서진교 GSnJ 인스티튜트 원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기조는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이번 서한 역시 관세·비관세 장벽을 포괄한 원론적 수준의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최근 정부가 관세 협상 과정에서 ‘제도 개선’을 언급하는데, 비관세장벽 완화를 시사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실제로 정부가 미국산 사과 수입을 협상 카드로 검토한다는 보도 등이 나오면서 농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국산 농산물이 국내에 수입되기 위해서는 관세와 별개로 세계무역기구(WTO)의 동식물 위생·검역(SPS) 규정에 따라 총 8단계 수입위험분석 절차를 거쳐야 한다. 미국산 사과는 현재 2단계에 있지만 관세 협상에 따라 이례적으로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미국은 ‘2025 국별무역장벽 보고서(NTE)’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확대 및 유전자변형생물체(LMO) 수입규제 완화와 함께 사과 수입에 대한 승인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고 한국 정부에 요구한 바 있다.
농업계의 반발은 거세다.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과 전국사과생산자협회는 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미국산 사과로 인해 단 하나의 유해 병해충이라도 국내에 유입된다면, 그 피해는 우리 농업 생태계와 국민 건강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생산현장도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국사과연합회(회장 서병진·대경사과원예농협 조합장)와 한국과수농협연합회(회장 박철선·충북원예농협 조합장)는 앞서 7일 긴급 성명을 통해 “사과는 국내 과일 생산량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노지 과수원의 23%를 차지하는 대표 농산물”이라며 “미국산 사과 수입은 사과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사과농가의 생존권을 정면으로 위협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관세 협상 시한이 3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한미 정상회담 성사 여부가 협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서 원장은 “현재 상호관세 협상은 단순한 통상 이슈로만 접근해선 풀기 어려운 사안”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이 7월말 방미한다면 협상에 큰 진전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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