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육에 딱 맞는 날씨…물량 늘어 소비 걱정
소비만이 걱정될 뿐이다. 추석 대목을 열흘도 남겨두지 않은 현 시점에 배추와 무를 비롯해 채소류 유통종사자들의 걱정은 ‘소비’ 단 하나로 귀결된다. 태풍 등 큰 기상이변이 없었던 데다 완연한 가을 날씨를 지나고 찾아온 추석으로 작황은 어느 해보다 양호했다. 이에 수급 물량에 대해선 일부 버섯류와 저장 양념류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품목에서 문제없이 흘러가고 있다. 우려되는 부분은 소비와 이에 따른 시세. 다수의 채소류가 시세 전망에 먹구름이 끼어있는 가운데 소비가 받쳐줘야 현재의 어두운 대목 시세 전망을 빗겨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출하 미뤘던 물량까지 가세
무·배추 바닥세 지속 전망
양파는 평년시세 웃돌지만
대파·쪽파는 한풀 꺽여 약세
시금치·고사리 생육 양호
나물류 품질 좋고 물량 증가
▲ 배추·무, 현 약세 흐름 대목까지 이어질 듯=배추와 무는 바닥세가 계속되고 있다. 14일 가락시장에서 배추 평균 경락가는 5174원(10kg망대 상품), 무는 7045원(18kg상자 상품)으로 두 품목 모두 평년 이 시기 시세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산지 작황에 전혀 문제가 없어 물량이 크게 불어난 반면 수요는 이를 따라오지 못한 공급 과잉 상황인 것이다. 작업비가 상대적으로 많이 드는 무는 작업비도 건지지 못할 지경이라고 산지 관계자들은 호소하고 있다.
추석 대목에는 이런 현상이 더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추석 대목에 작기를 맞춘 산지가 많은데다 생육에 알맞은 날씨가 계속되고 있어 물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 또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낮은 시세로 출하를 지연했던 곳도 이제 더 이상 늦출 수 없어 추석 대목에 출하를 진행할 것으로 여겨진다.
가락시장의 김찬겸 대아청과 경매사는 “최근 산지를 둘러보고 왔는데 예년 같으면 고온이나 폭우 등으로 듬성듬성했던 배추와 무 밭이 올해는 전부 푸르게 보였다. 태풍 등 기상 피해도 없고 비는 적당히 오면서 생육조건이 좋아 물량이 크게 불어나고 있다”며 “추석 대목에는 출하 지연됐던 물량까지 나와 배추와 무 모두 시세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나의 변수는 고랭지 지역의 이른 한파인데 대목이 얼마 남지 않은 현 시점에 한파도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 같다”고 밝혔다.
▲ 양념류, 품목 간 전망 엇갈려=대파와 쪽파, 양파와 마늘, 고추 등 양념류의 추석 대목 시장은 품목 간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단 올해산 물량이 부족했던 양파는 저장물량까지 많지 않아 올 추석 대목에 평년 이상의 시세 흐름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역시 올해 생산물량이 줄어든 마늘도 양파와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건고추는 올해산 생산량이 줄어들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이월재고량이 많아 수급에 큰 문제가 없어 시세도 평년 수준이거나 이보다 조금 낮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까지 시세가 양호했던 대파는 추석 대목에 물량이 집중적으로 출하될 것으로 보여 시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쪽파 역시 대목에 약세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측된다.
배효석 대아청과 경매사는 “대파와 쪽파는 최근까지 시세가 괜찮았지만 대목에는 시세가 약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산지가 넓어지며 물량이 몰리기 때문”이라며 “반면 마늘 등 일부 저장 품목의 경우 올해산 생산량이 적어 시세가 비교적 선전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 나물류, 양질의 나물 차례상에 올라온다=시금치나 고사리 등 차례상에 무침으로 주 소비되는 나물류는 추석 직전에 가서야 수요가 크게 늘기 때문에 시세를 전망하기 어렵다. 다만 올 추석에 양질의 국산 나물류가 차례상에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금치와 고사리 모두 작황상황은 양호하다. 이들 품목 모두 낮 기온이 내려가며 최근 생육상황이 크게 좋아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더욱이 추석 대목을 겨냥해 재배에 들어간 곳이 많아 면적도 증가, 도매시장에서는 20~30%(시금치 기준) 물량이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성언 가락시장 한국청과 경매사는 “추석 직전까지 가봐야 할 만큼 대목에 나물류 수요와 시세는 변동이 크다”며 “일단 시금치나 고사리 모두 품위는 상당히 좋을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재배면적 증가와 작황 호조 등으로 물량도 크게 늘 것으로 보여 시세 전망은 그리 밝지 않지만 그래도 추석 직전 수요가 크게 늘 수 있어 시세 전망은 유동적이다”고 밝혔다.
▲ 버섯류, 원활치 못한 느타리 물량이 타 버섯에도 영향 주나=버섯류 중 명절 최대 수요 품목인 느타리의 경우 지난 5월 경 배지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일부 문제가 발생, 현재까지 이 영향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추석 대목 시장에 물량이 줄 것으로 보이고, 어느 정도 회복돼도 평년보다는 늘지 못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새송이도 이와 비슷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이들 품목은 시세가 평년을 웃돌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표고나 양송이는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량에는 큰 어려움이 없지만 표고 시세는 느타리 영향으로 같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는 표고를 느타리와 같이 제수용으로 활용하는 가정이 늘고 있는 등 대목에 느타리 시세가 올라서면 표고도 동반 상승하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민종우 가락시장 동부팜청과 경매사는 “느타리 영향으로 타 품목까지 시세가 올라설 수 있지만 워낙 추석 수요가 매년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 시세 전망이 어렵다”며 “다만 물량이 그리 많지 않아 평년보다 시세가 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김경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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