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참깨 농약 허용기준 19배
검역은 국민 건강주권 최후 보루
농민신문 2025. 7. 7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산 상품의 수입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와중에 국내로 들여온 미국산 참깨에서 농약 잔류허용기준(MRL)을 크게 초과한 제초제 성분이 검출돼 충격을 주고 있다. 본지가 전문 분석기관에 미국산 참깨의 잔류농약검사를 의뢰한 결과 제초제 성분인 글리포세이트가 1㎏당 0.934㎎이 나왔다고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고시한 ‘식품의 농약잔류허용기준’에 따르면 참깨의 글리포세이트 기준은 1㎏당 0.05㎎으로 미국산 참깨는 기준치보다 19배나 높다.
글리포세이트는 2015년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가 ‘인체에 발암 가능성이 있는 성분’으로 분류해 안전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은 글리포세이트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명확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의 한 보건단체는 농업계가 사용하는 화학물질 성분이 아동들에게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문제는 근년 들어 미국산 참깨가 중국산보다 가격이 싸 수입이 급증하는 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내년부터는 관세마저 철폐될 예정이라는 점이다. 2021년 한해 1.9t에 불과했던 미국산 참깨 수입량은 지난해에 201t으로 급증했고, 올해는 5월까지 1460t이나 들어와 국민 식탁안전의 새로운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은 3월말 내놓은 ‘국별 무역장벽보고서(NTE)’를 통해 우리나라의 위생 및 식물검역(SPS)을 무역장벽으로 지목했다. 우리의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를 물고 늘어지면서 농약 잔류허용기준의 허용범위와 기준값을 완화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농축산물 안전성을 따지지 말고 그대로 수입하라는 압박의 다른 표현이다.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한 다자합의와 FTA라는 양자합의는 국경조치의 핵심인 관세를 무력화하면서 수입 농축산물에 대한 안전성은 위생 및 검역에만 의존하게 하고 있다. 우리를 비롯해 무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위생 및 검역 완화를 요구하는 미국 역시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강력한 국경검역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산 참깨 잔류농약 검출에서 보듯 국가의 식량안보와 국민의 건강권을 지킬 최후의 보루인 위생 및 식물검역은 결코 양보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더욱 강화해야 할 국민 건강주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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