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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에 마무리되는 정부의 ‘제1차 인구감소지역 대응 기본계획’은 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위기 속에서 새로운 활력 제고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관련 연구에 따르면 이에 대해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전남 화순군의 한 면 소재지 풍경. 한승호 기자
‘제1차 인구감소지역 대응 기본계획’이 남긴 우려들
농업 활성화 방안, 주민 당사자 중심 정책 강화해야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2025. 7. 6
‘제1차 인구감소지역 대응 기본계획(2022~2026년, 기본계획)’은 가파른 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위기 속에서 마련된 첫 범정부 종합계획으로,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란 비전과 ‘지방소멸 위기 극복 및 새로운 활력 제고’라는 목표를 내세웠다.
16개 부처 합동 기본계획인 만큼 여러 방안(16대 추진과제·43개 실천과제)이 포진돼 있지만, 종합하면 일자리(지역 맞춤형 일자리 창출·산업 진흥), 정주여건(매력적인 정주 여건 조성 지원), 사람(생활인구 유입 및 활성화 도모)으로 모아진다.
그러나 대책의 실효성을 놓고 관심과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제기돼 왔다. 1차 기본계획 마감 시한을 1년여 앞두고 있어 그간 지적된 핵심 사항을 정리하고 평가해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국회미래연구원에 따르면 이미 2020년 전체 시군구의 66%에서 데드크로스(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보다 많아 인구가 자연감소하는 현상)가 진행됐고, 2047년이면 소멸 고위험지역이 전체 기초지자체(226개)의 69%(157개, 현재 인구감소지역은 89곳)로 예측되는 등 관련 전망이 심각하다. 하지만 기본계획은 인구 유입만 기대하거나 건설·개발 등 가시적 성과에 치중하고 기존 정책을 답습하는 등 정책 방향의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관련 연구들은 기존 지역주민의 필요에 부응하고, 지역에 살고자 하는 청년들의 정착을 지원하는 정책적 섬세함이 떨어지는 점, 지역위기 문제와 동전의 양면 격인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을 간과한 점을 특히 문제로 꼽았다.
기본계획 3대 전략은?
기본계획을 살펴보면, 지역경제 활성화와 맞춤형 일자리 창출 산업진흥(전략1)을 위해 △지역기업 경쟁력 강화 △수도권 기업 지방 이전 촉진 등을 제시했지만 관련 인프라 개선, 지원센터 건립이 대부분이고, 농업 관련해선 임대형 스마트팜 조성이 제시됐을 뿐이다.
정주 여건 조성 지원(전략2)으로는 △주거·돌봄·일자리 복합 주거거점을 조성하는 지역활력 타운 사업 △청년농촌보금자리 35개소 조성(2026년) △고령자 복지주택 5000호 공급(2027년) △농촌공간 재구조화(농촌공간재구조화법 2024년 3월 시행) 등이 주요 대책이다. 정주 여건에서 현재 주민들에게 당장 와닿는 정책은 농어촌 빈집 정비·활용, 교통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수요 응답형 버스, 공공형 택시, 벽지·소외도서 노선 지원 정도다.
아울러 의료 및 돌봄 사각 해소를 위한 비대면 진료와 농촌 소규모 어린이집(현원 3~20명인 농촌 국공립·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 설치·운영 지원(2026년까지 118개소), 학생·주민이 교육자원(문화·체육·복지시설)을 함께 활용할 수 있는 학교복합시설(2027년까지 200교 공모·선정) 지원안이 있다.
생활인구 유입 및 활성화 도모(전략3) 방안의 핵심 키워드는 생활인구다. 생활인구는 월 1회, 하루 3시간 이상 지역에 체류하는 사람인데, 전국 89개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생활인구를 산정·제공함으로써 이에 기반한 맞춤형 시책을 추진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관광·창업·업무 등 다양한 목적으로 체류하는 인구들을 통해 관내 소비 촉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겠단 취지다. 고향사랑기부제와 지역특화 관광상품 개발, 농산어촌 체험 프로그램 등도 관련 방안으로 제시됐다.
‘지역 활성화는 곧 농업 활성화’
기본계획의 과제 가운데 농업의 지속에 대한 고민은 거의 없다. 임대형 스마트팜 조성과 스마트팜 청년창업농 육성이 제시돼 있지만, 이는 기술과 자원이 집약된 농업으로 농산물 판로와 유지보수비용이 보장되지 않으면 경영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맹점이 있으며, 농촌의 대다수인 소농가의 삶을 유지하려는 방안도 없다.
타운형 마을 및 주거단지 조성에만 집중된 정주 지원 방안은 평생을 보낸 마을에서의 삶을 단절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특히 농촌지역을 기능별(마을·관광·축산·산업·재생에너지 등)로 지구화해 개발(농촌특화지구)하겠다는 농촌공간 재구조화는 2024년 3월 시행 이전부터 지역주민과의 협치를 배제하고 토건 기업의 이익 추구 기회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가시질 않고 있어 주민 참여를 보장하는 더 촘촘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농촌사회학자 정은정씨는 “농촌공간 재구조화 정책의 큰 문제 가운데 하나는 건축과 관광 위주라는 점이다. 여러 연구자가 ‘복지관(건물)만 들어오면 뭐 하나. 프로그램이 들어와야지’라고 지적하는 이유다”라며 “프로그램을 위해선 먼저 사람에 투자해야 하는데, 이는 바로 성과가 나올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 마인드는 빠른 성과 위주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금의 농촌공간 재구조화처럼 읍내에 그럴듯한 아파트·빌라 등을 지어놓고 작은 마을 주민들을 옮겨와 몰아넣겠다는 방식은 가능하지 않고 옳지도 않다”라며 “농촌 주민들의 욕구는 살던 곳에서 마지막까지 생을 영위하는 것이다. 세금 투입의 효율성과 드러나는 성과만 강조하면 억지스러운 정책이 양산될 수밖에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아울러 “농촌은 기본적으로 농업과 한 몸인데도 농업은 산업으로 농촌은 복지로만 접근하면 지역은 계속 중앙정부에 예속될 수밖에 없다. 지역 활성화는 농업 활성화와 뗄 수 없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은정씨는 지방소멸 대응 정책의 핵심은 대규모 인프라 구축이나 건설·개발이 아닌 현재 주민들의 필요와 욕구에 맞춘 정책, 마을에서의 돌봄과 공동체성을 이어갈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1인 가구, 귀촌 청년들의 정착 기반)로 채워져야 한다는 제안을 덧붙였다.
‘주민의 필요 충족할 수 있어야…’
비대면 진료 제도화 추진이나, 분만취약지 지원 같은 의료사각지대 해소책도 미미한 수준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일원화해 관리하는 유보통합이나 정규수업 전후 초등학생에게 교육 돌봄을 제공하는 늘봄학교 역시 기존 정책의 재탕이다. 현장에서는 적어도 어린이집과 초등학교까지는 아이들이 단 한두 명만 있대도 운영하고, 보건소에 소아과를 두는 것 등이 더욱 실질적인 정책이라고 꼬집는다.
생활인구 유입 방안도 현재로선 정책 효과를 장담하긴 어렵다. 2024년 국회입법조사처 현안분석 보고서(지방소멸 대응책으로 도입된 생활인구 제도 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생활인구는 “매년 인구수 변동이 클 가능성이 있어 향후 인구 증감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각종 생활인프라나 공공시설 등을 설치할 경우, 추후 유지·관리비용이 증가해 지방재정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아울러 “생활인구 도입에 따라 지역의 활력 제고에 효과를 줄 것이란 기대와 더불어, 보여주기식 정책으로 지역 간 불필요한 경쟁만 야기할 뿐 지방소멸 대응책으로서 효과를 주기 어렵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해당 보고서는 “단지 체류인구 수를 늘리는 정책이 아닌, 체류인구가 지역과 지속해서 관계를 맺고, 궁극적으론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및 입법 설계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기본계획 가운데 그나마 현실성 있는 방안은 마을기업 육성(인구감소지역 마을기업 육성, 공동체일자리 창출 지원)과 최근 소기의 성과를 보이는 치유농업(농업·농촌 자원을 이용해 국민의 신체·정서·심리 등 건강 도모) 활성화 정도다.
실제로 관련 연구자들도 이 같은 정부 대응책만으론 지역위기를 막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지역에 전입인구를 늘리거나 출산을 장려해 인구를 유지하자는 발상은 안이하다. 인구가 감소한 농촌 지자체에 재정을 지원하기만 하면 될 것이라고 보는 것도 무책임하다(2023년 7월 국회입법조사처 지방소멸대응연구 전문가 간담회)”라고 지적하는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무엇보다 ‘농촌 지역사회의 활력’을 제고할 수 있는 주민들의 자율적 연대와 실천(사회적 경제, 마을 만들기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김 선임연구원은 관련 간담회에서 “남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데 사라진 것들, 그것들을 어떻게 회복할까? 손쉽고 포괄적인 해결책은 없다. 협동조합, 마을 만들기, 커뮤니티 비즈니스, 사회적 경제 등 지역사회의 자율적이고 집합적인 실천이 대안일 수 있다. 물론 그런 실천만이 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주민 스스로의 힘으로 무언가 시작할 출발점이 되기엔 충분하다”라며 “인구 과소화에 적응하려는 농촌 지역사회의 작은 실천들을 잘 보호하고 확산해 법률이나 정책 등 제도 수준에서 수용해야 한다”라고 제안한 바 있다.
이 같은 지원이 일면 ‘비효율적’이더라도 공공부문의 역할이므로 ‘재정 지원의 정당성’이 충분하며, “시장도 정부도 해결사 노릇을 못 하지만, 저밀도 지역사회 주민의 필요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충족할 방도를 찾자는 것”이다. 즉 대규모 투자나 건설사업보다 현재 살고 있는 이들의 삶에 밀착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관련한 정책 방향 제안에서 김 선임연구원은 “정부 재정투입 기준에서 ‘농촌 지역사회의 필요 내지는 수요에 대한 충족 비율’이란 지표를 활용해야 한다”라며 “성장주의 시대 과밀 도시 기준의 기본값을 내장한 정책을 혁신하지 않고서는 인구 감소에 적응할 농촌 정책의 추진 전략을 그리기 어렵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기본계획에도 포함된 지방소멸대응기금(기금) 사용처의 편중도 문제로 지적된다. 기금은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에 따라 지정된 인구감소지역의 위기 대응을 지원하기 위한 재원이다. 2022~2031년까지 10년간 매년 1조원 규모로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에 각각 25%, 75%를 지원한다.
이에 대해 나라살림연구소는 지난 3월 발표한 ‘2022~2025 전국 지방자치단체 지방소멸기금 사업 내역’에서 매년 기금이 문화·관광 분야 사업에 편중되는 추세임을 지적했다. 이는 “기금이 정주인구가 아닌 체류인구 확보에 중점을 두고 운영됨을 시사하며, 이 같은 운영은 장기적 지역사회 유지 및 발전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기금이 지방의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본래 목적에 충실히 활용되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짚었다.
아울러 2022~2023년 사업 내역 분석에서도 산업·일자리·문화·관광 등에 50%가 넘게 배정돼 정주여건 개선 효과가 의문시되며, 기금은 지방의 재량으로 사용돼야 함에도 ‘공모사업으로 변질’됐다라고 지적했다. 즉 기금이 지자체의 주체적 결정에 따라 지역주민이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사업에 투입되고 있는지, 과연 현재까지 지방소멸 대응이란 목적에 성과를 보이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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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창간특집] 인구감소·지역소멸의 위기, 생활 기반 격차로 드러나다 
[한국농정신문] 거세지는 미국발 통상압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