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살림연합이 지난달 30일 충북 청주시 한살림생산자연합회 사무실에서 충청 권역 간담회를 열고 친환경 임차농이 ‘유령 농부’로 사는 문제를 논했다.
한살림, 친환경 임차농 문제 다루는 권역 간담회 개최
친환경농업계, 국회 기자회견 등 공동행동 집중 전개
한국농정신문 김하림 기자 2025. 7. 6
한살림연합(상임대표 권옥자, 한살림)이 지난달 30일 충북 청주시 한살림생산자연합회 사무실에서 조합원·생산자 60여명이 모인 가운데 충청 권역 간담회를 열고 친환경 임차농이 ‘유령 농부’로 사는 문제를 논했다. 한살림을 비롯한 친환경농업계는 임차농 보호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이달 서명운동·기자회견·시위 등 공동행동을 집중 전개한다.
“친환경농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친환경농가가 농업을 지속하는 게 가능할까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다.” 강윤경 한살림 정책기획본부장의 말이다. 한살림이 이러한 심각한 현실 인식을 가진 것은 많은 임차농이 친환경농사를 지어도 친환경 인증을 받을 수 없는 현실에 부닥쳐있기 때문이다.
임차농은 임대차계약서가 있어야 농업경영체로 등록하고 직불금 등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지주는 임대차계약서를 쓰기 꺼린다. 「조세제한특례법」에 ‘8년 이상 자경 시 양도소득세 감면’ 조항이 있어, 계약서를 쓰지 않고 지주가 직접 농사짓는 것처럼 꾸미면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임차농이 친환경 인증을 받으면 농업경영체 등록 명의(지주)와 친환경 인증 명의(임차농)가 다른 것이 드러나며 직불금 부정 수령 단속 대상이 된다.
이 때문에 지주가 단속을 피하고자 임차농에게 친환경 인증을 포기하라고 압박하는 경우가 생겼다. 그렇게 친환경농사를 짓고 있음에도 임대차계약서도, 친환경 인증도 없는 ‘유령 농부’가 탄생한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친환경 임차농들이 자신의 피해 사례를 공유했다. 한살림청주연합회 생산자 장경호씨는 “경작지 중 한 필지는 지주가 임대차계약서를 안 써줘서 경영체 등록을 못 했다. 정부 지원을 못 받더라도 농지는 있어야 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농사를 짓고 있다”고 털어놨다. 괴산연합회 생산자 이규웅씨는 지주와 연락이 닿지 않아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지 못한 사례다. 그는 “친환경 인증 신청을 못 하니 거기선 직거래할 수 있는 감자나 옥수수 같은 품목만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한살림·한국친환경농업협회·환경농업단체연합회·전국먹거리연대는 ‘친환경 임차농 보호 촉구 공동행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정부가 친환경 임차농 보호 대책을 마련하고 국회가 「농지법」·「조세제한특례법」을 조속히 개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친환경 농업을 하고자 하는 경우 공익성 인정 차원에서 농지의 개인 간 임대차를 허용하는 내용의 「농지법」 개정안, 친환경농가에게 농지 장기 임대 시 지주에게 양도세 감면 혜택을 주는 「조세제한특례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친환경 농민단체들은 먼저 오는 31일까지 임차농 보호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1만인 서명운동을 전개한다. 또한 10일에는 국회 본청 앞에서 ‘유령 농부’ 보호 입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11~23일에는 국회 정문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한다. 23일에는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정문 앞에서 정부 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8월에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지법 소관)와 기획재정위원회(조세특례제한법 소관) 의원들을 만나고, 더 나아가 이재명 대통령과 면담하는 것이 목표다.
강 본부장은 “현실을 외면하고 탁상에 앉아서 규제 방안만 만들고 있을 때가 아니다”라며 “친환경농가가 소수다 보니 정치권이 관심을 덜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 생산자도 소비자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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