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개입 최소화…‘합의’통해 수급조절
수급조절위원회 설치…자율적 조절 기반 조성
저율관세할당 물량 조기도입·증량 최대한 자제
도매시장 정가수의매매 늘려 가격 급등락 완화
적정재배·출하조절 등 종합적 조절기능은 미흡
농산물 가격의 급등락 및 과도한 유통비용은 농산물 수급·유통 부문에서 해묵은 난제다. 박근혜 정부 들어 이러한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바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위적·일방적 시장 개입에서 참여와 합의에 의한 체계적 방식으로의 전환을 말한다. 농산물수급조절위원회를 설치하고 수급조절매뉴얼을 만든 것이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농산물 가격 변동성이 완화되는 성과도 나타났다. 하지만 적정재배와 출하조절을 통한 종합적 수급조절기능 강화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 참여와 합의에 의한 수급정책=농가들은 농산물 가격이 오르는 시기에 정부가 저율관세할당(trq) 물량 조기도입이나 증량방식으로 해당 농산물을 수입하는데 반발한다. 돈 좀 벌만 하면 수입해 소득이 생길 틈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현 정부라고 해서 trq를 사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올해만 해도 양파와 마늘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자 trq 물량을 조기에 도입했고, 각각 14만t, 4만1000t을 증량했다.
하지만 현 정부가 과거 정부와 다른 점은 trq 도입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불가피하게 도입해야 할 경우에도 생산자·소비자 등의 ‘참여와 합의’로 만든 수급조절매뉴얼에 따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마늘과 고추의 경우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하는 trq가 각각 1만4467t, 7185t이지만 지난해 803t, 1100t만 수입했다. trq가 2만645t인 양파는 전혀 수입하지 않았다. 지난해 해당 품목의 가격이 높지 않았다는 이유도 있지만, 의무수입물량을 도입하지 않으면 해당 농산물 수출국의 반발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trq 도입을 최대한 줄였다는 평가다.
◆ 시장 자율적 수급조절기반 마련=농림축산식품부가 현 정부 들어 마련한 수급조절위원회와 수급조절매뉴얼은 참여와 합의에 의한 수급정책의 기본 토대라는 평가다.
생산자·소비자·정부 등 모든 이해 당사자가 위원회에 참여해 수급조절매뉴얼을 만들었고, 또 이의 운용도 위원회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수급조절위원회와 매뉴얼은 과거 정부가 주도적으로 농산물 수급 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농업인·소비자의 불신이 컸고, 관련 정책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낮다는 반성에서 나온 것이다. 이 두가지 장치를 통해 정부가 시장 개입을 최소화함으로써 수급조절이 시장 기능에 따라 자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것이 농업계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이를 통해 시장의 농산물 가격 변동성도 대폭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5대 채소 가격변동률은 2012년 14%에서 2013년 12.9%, 2014년 9.8%로 낮아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수급조절매뉴얼 운영 등 선제적 대책으로 대규모 공급 과잉 등 수급 불균형 상황에서도 시장에 큰 혼란 없이 가격이 단기간에 안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 도매시장 효율성 제고=농안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과 규제 완화를 통해 도매시장 법인의 매수집하 및 중도매인 간 거래 허용, 도매시장 내 정가수의매매 활성화 등을 추진한 것도 성과로 꼽힌다.
특히 정가수의매매 비중 확대를 통해 경매제 중심 거래에서 나타났던 도매시장 가격의 급등락이 완화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정가수의매매 시행 후 23개월간 7개 도매시장법인의 가격변동계수가 4.1%포인트 하락했다.
농식품부는 도매시장 정가수의매매 비중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올해 17% 달성을 목표로 도매시장 평가 시 정가수의매매 비중 확대, 경매사 자격 개편 등 제도적 장치를 보완하고 있다. 또 저금리자금 지원 확대, 저온창고 신규 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했으며, 예약거래·출하정보 제공시스템 보급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기존 경매거래 선호 경향, 산지와 소비지의 규모화·조직화 미흡 등은 정가수의매매 확산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어 이를 해결하는 것이 과제로 대두된다.
◆ 사전 수급조절기능 여전히 취약=현 정부의 농산물 수급안정 정책은 많은 성과에도 적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 ‘적정재배’와 ‘출하조절’ 같은 사전·사후 대책을 포괄한 종합적인 수급체계 구축이 대표적이다.
수급조절위원회와 수급조절매뉴얼이 아무리 잘 가동돼도 이상기후나 경기침체 등 갑작스런 상황 변화에는 수급조절에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확한 농업관측을 토대로 한 적정재배와 가격 급등락 시 출하물량을 줄이거나 늘릴 수 있는 생산안정제 정착이 매우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격 등락이 특히 심한 고랭지배추를 대상으로 올해 첫 도입된 생산안정제의 경우, 계약물량에 대해 평년 가격의 80%를 보장해 기존 계약재배의 한계를 보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올해 고랭지배추·겨울배추·양파 등 3개 품목을 대상으로 생산안정제를 도입하며, 2020년까지 무·마늘·고추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적정재배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농업관측의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농업관측은 통계청의 통계치와 맞지 않는 경우가 자주 발생해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서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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