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마트인 가가열에서 다양한 종류의 김치가 판매되고 있다.
* 김치협회 해외연수단이 유기농 과채류를 재배하는 온실을 둘러보고(사진 왼쪽), 웨이하이시 원덩구청에서 협력방안 등을 논의했다.
* 가가열에서 배추를 비롯한 채소를 판매하는 전경.
* 김치협회 김치은 회장과 정민서 부회장 등이 중국에서 내놓은 시제품을 맛보고 있다.
* 김치협회 회원사들은 종이상자, 포장지, 인쇄공장 등 포장자재기업들을 방문해 원가절감방안을 모색했다.
* 김치은 회장이 가가열에서 판매하는 배추를 살펴보고 있다
중국 산둥성 김치시장을 가다
한국농어민신문 서상현 기자 2025. 7. 4
대한민국 김치산업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김치제조업체들이 생산비 상승과 원료수급 불안으로 안정적 생산체계 유지나 경영의 지속성을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수입산 김치가 내수시장을 잠식하는 것도 걱정이다.
김치수입은 2021년 이후 매년 8~9%씩 증가해 2024년에는 31만2000톤이 수입됐다. 올 5월까지 수입물량은 13만7784톤으로 전년 동기 12만5555톤 보다 9.7%가 더 늘었다.
현재의 위기를 타계할 방안은 뭘까. 대한민국김치협회(회장 김치은)가 6월 25~28일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를 방문해 김치관련 시장조사와 대응책 마련에 나선 이유다. 김치협회 회원사들의 시장조사를 동행했다.
# 연중 맞춤형 채소 생산, 한국과 협력 희망
웨이하이시 유기농 채소단지
1㎏당 160~200원에 배추 납품
대형마트서 판매되는 김치는
㎏당 가격 3380~3580원 형성
중국 도착 직후 방문한 곳은 채소재배단지다. 웨이하이시 원덩구에 위치한 ‘강차이위안 국가녹색인증기지’인데 유기농 과채류를 생산하는 농가들로 구성된 협동조합이 운영한다. 약200무(1무=666.7㎡, 13만3340㎡)의 부지에 20여개의 현대적 온실을 보유하고 있다. 이곳은 물리적 병해충 방제를 하면서 농약과 화학비료, 성장호르몬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즉, 유기농 표준재배법에 따라 40여 종의 과채류를 생산해 유럽, 일본 등지로 수출하며, 8~10종의 과채류로 구성한 밀키트(Meal Kit, 가정간편식)를 베이징, 상하이 등지로 매주 공급한다. 관상술 웨이하이시정부 한국사무소 경제무역대표부 수석대표는 “중국도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채소나 식품에 대한 위생기준이 높아지고 있고, 이곳에서 생산된 농산물의 경우 베이징, 상하이보다 인천으로 수송하는 거리가 더 짧다”면서 “스마트온실에서 현대적인 방법으로 채소를 재배하기 때문에 맞춤형 생산과 연중 공급이 가능하므로 한국과 협력관계가 형성되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웨이하이시는 밀, 땅콩, 옥수수, 고구마 등의 주산지이고, 노지 배추는 7월말에 정식해서 11월말에서 12월초에 수확하기 때문에 재배현장을 직접 둘러보지는 못했다. 6월말 시점에 중국에서 유통되는 배추는 산둥성보다 위도가 높은 허베이성에서 재배된 것이다. 현지에서 만난 채소 유통인은 “김치공장에 납품하는 배추는 한국 종자를 재배한 것”이라면서 “일본으로도 수출하기 때문에 품질 측면에서 한국산에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전한다. 또한 이 유통인은 “생산량에 따라 가격이 시시각각 변하지만 평균으로 따지면 톤당 800~1000위안(1㎏당 약160~200원)에 김치공장으로 납품한다”면서 “일반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는 배추가 A급이라면 김치공장은 B~C급이고, 납품단가도 절반 수준”이라고 덧붙인다.
# 중국 대형마트, 포기김치 1㎏당 3400원대에 팔려
스마트온실서 현대적 방법 재배
맞춤형 생산·연중 공급 가능
국가 지원 받는 ‘하오지아지공사’
숙성 조절·유통기간 연장 등 연구
배추의 소비자가격은 좀 더 비싸다. 대형마트인 ‘가가열’을 방문했을 때, 배추는 ㎏당 1.96위안(약392원), 포기당 5.2위안(2.66㎏, 약104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김치는 비닐에 포장된 포기김치가 ㎏당 16.9위안(약3380원)이었는데, 김칫국물이 많이 함유됐다는 게 회원사들의 평가였다. 병에 포장된 김치는 1㎏에 17.9위안(약358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유통현장을 둘러본 김치은 회장은 “중국 역시 인건비를 비롯한 제조원가가 지속 상승하고 있는 반면 가격을 쉽게 올릴 수 없으니까 편법으로 무게를 맞춘 것”이라고 분석한다.
중국의 김치업계도 상품성 제고에 주력하고 있다. ‘하오지아지(HAOJIAJI)생물과기유한공사’는 2022년 설립된 김치연구소인데 연구원과 보조인력 등 40여명이 근무한다. 프리바이오틱스(pretbiotics),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 포스트바이오틱스(postbiotics) 등을 활용해 숙성기간 조절, 유통기간 연장기술 등을 개발하고 있다. 이곳 관계자는 “농업대학과 협력해 김치관련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국가로부터 연구비를 보조받고 있다”면서 “포장 김치를 1개월 이상 유통시키는 발효억제기술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양한 시제품을 선보이면서 ‘입맛에 맞는 김치는 무엇인지’, ‘보완점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이에 회원사들은 ‘단맛이 강한데, 일본 김치와 비슷하다’, ‘포기김치로 저장했다가 판매 시 잘라서 포장하는 방식인데, 한국 기술로는 45일 정도 유통시킬 수 있다’, ‘발효억제기술이 한국에서는 보편화된 것’이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김치연구소에서 생산된 제품은 ‘한소선식품’이란 브랜드로 중국 내에 판매하는데, 절임반찬은 139g기준 10~15위안(약2000~3000원), 김치는 ㎏당 25~35위안(약5000~6000원)으로 마트보다 단가가 높았다.
# 1~5월 국내 수입 평균 1㎏ 812원
현지 제조원가만 800원 이상에
박스포장·물류비 등 더하면 ‘적자’
김치협회가 시장조사에 나선 것은 중국의 김치산업을 둘러보고, 수입과정은 투명한지, 수입산과의 차별화 전략은 무엇인지 등을 찾아보자는 취지였다. 제대로 파악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했지만 김치수출가격에 대한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탕리밍 웨이하이진왕국제무역유한회사 대표는 “중국에서 부산항으로 갈 때는 해운사에서 물류비를 지원해 톤당 600달러 내외로 수출하고, 평택항이나 인천항으로 수출할 때는 톤당 45달러 정도가 추가된다”고 설명했다. 수출김치 단가가 1㎏당 840~900원 전후란 것이다. 또,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1~5월에 수입된 김치물량은 약13만7784톤이고, 수입금액은 7988만3000달러다. 수입단가가 ㎏당 0.58달러(약812원)에 불과한데,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단가란 설명이다. 김치은 회장은 “중국에서 확인했지만 김치공장에 납품되는 배추가 ㎏당 200원 정도이고, 김치제조 시 인건비와 임가공비 250원, 양념비 350원 등을 감안할 때 ㎏당 제조원가만 800원대로 추정된다”면서 “수출 시 박스포장비, 물류비, 관세를 비롯한 제반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현재의 수입가는 여전히 의문이고, 수입신고 시 수출면장을 첨부토록 조치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회원사들은 포장상자를 제조하는 ‘징메이(JINGNEI)채색인쇄유한공사’, 식품, 화장품, 생활용품 등의 포장재를 만드는 ‘하오동(HAODONG)포장’, 일본계 ‘OSP그룹’의 스티커 제작업체인 ‘옌펑(YANFENG)인쇄’를 방문했다. 포장자재의 공동구매를 통한 원가절감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징메이채색인쇄유한공사’에서는 ‘김치포장용 상자를 제작한 경험이 있는지’, ‘포장디자인도 가능한지’ 등을 물어봤다. ‘하오동포장’에서는 ‘가스는 투과하고 액체는 불투과성이 포장재 제작이 가능한지’ 등을 점검했다. ‘옌펑인쇄’는 다양한 디자인의 라벨을 생산하는데, 최소발주량, 세부견적 등을 문의했다. 이에 중국 업체들은 ‘샘플과 요구사항을 별도로 보내주면 구체적인 견적을 보내주겠다’고 답했다. 또, 농산물과 김치를 수출하는 웨이하이진왕국제무역유한회사 관계자들이 ‘옌펑인쇄’로 찾아와 배추, 무, 김치 등의 생산시설과 수출현황 등을 소개했다.
[인터뷰] 김치은 대한민국김치협회 회장
“품질·가격 경쟁력 갖추고 수출 확대 방안 마련해야”
시장조사를 통해 중국산 김치가 어떻게 생산되고, 우리나라로 저렴하게 수출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확인하고 싶었다. 중국산 김치는 가격경쟁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판단했는데, 품질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채소재배단지를 봤는데, 품질이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 중국의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농산물의 품질이나 위생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 원물을 공급하면 한국의 우수한 기술력으로 김치를 만들어 중국으로 수출하라는 제안도 있었다. 한국, 일본 등 수출국의 기호에 맞는 김치를 개발하고 있는 식품연구소도 가봤다. 여기에 대응해 우리도 김치의 품질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우리나라 김치제조업체들의 경우 인건비를 비롯해 생산원가가 상승하고 있음에도 수입김치와의 가격 차이 때문 가격을 인상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포장박스, 김치포장재, 스티커인쇄 등의 제조공장을 둘러보면서 시장조사를 했다. 유통과정에 필요한 공산품을 공동으로 구매해 원가를 절감하고, 수입김치와의 가격 차이를 줄여보자는 취지에서다. 공동구매는 회원사들과 더 논의할 계획이다.
중국 사람들도 쌀과 김치는 한국인들의 주식이나 마찬가지고, 한국 내 배추 생산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수입할 수밖에 없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여기에 대한 대처가 필요하다. 김치의 주원료인 배추를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방법이라든지, 수입배추를 사용했을 때 품질 및 가격경쟁력 등에 대한 연구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특히, 김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식품이다. 대한민국이 김치종주국이지만 정부의 뒷받침이 없으면 김치산업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주원료인 배추는 작황에 따라 공급이 불안정하고, 가격의 등락폭도 크다. 생물이라서 시시각각으로 품질이 변하는데, 장기저장시설 등도 부족하다. 이런 조건에서 1년 내내 품질 및 가격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김치 원부재료의 생산, 관리, 유통에 대한 연구, 내수시장에서 국산 김치의 경쟁력 제고나 수출 확대 방안 마련 등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을 갖고 김치산업 발전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
[한국농어민신문] [사설] ‘농산물 할인지원사업’ 전면 재검토하라 
[한국농어민신문] “올해 품위 좋고 적정 물량 생산···4500원은 받아야 다시 파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