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쌀 외 식품·술 만드는 쌀
정부, 대상 품목에 편입 계획
다른 품목보다 단가 높을 듯
알팔파·수수·메밀도 포함 검토
‘양곡법’ 개정 전제 조건으로
단가 인상 등 제도 강화 나서
농민신문 지유리 기자 2025. 7. 3
정부가 전략작물직불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밥쌀용 외 쌀’을 대상 품목에 포함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반적인 지급 단가 인상도 검토한다. 논 타작물 재배를 적극 유도해 벼 재배면적을 감축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양곡관리법 개정안’ 추진을 위한 토대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농림축산식품부는 6월27일 당정 간담회를 열고 ‘양곡관리법’ 개정 추진방안으로 ‘논 타작물 전환을 통한 사전적 수급 관리’를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전략작물직불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농식품부는 전략작물직불제 강화책의 일환으로 ‘밥쌀용 외 쌀’을 대상 품목에 편입할 방침이다. 밥쌀용 외 쌀은 일반 밥쌀과 품종은 같되, 용도를 식품 가공 또는 주정용으로 한정한 ‘가공용 쌀’이다. 제분에 특화돼 밀을 대체하는 가루쌀(분질미)과는 품종·용도·특성이 다르다. 밥쌀용 외 쌀은 밥쌀시장에 유통되지 않아 쌀 생산·수급 조정에 적합하다는 게 농식품부 판단이다.
밥쌀용 외 쌀은 애초 밥쌀이기 때문에 일본 사례처럼 밥쌀 재고가 부족할 경우 밥쌀용으로 공급할 수 있어 식량안보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또 재배 조건·기술이 일반 벼와 동일해 농민의 접근성이 높아 타작물 전환에 효과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농식품부는 이런 제도 재편이 재정 절감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농식품부는 현행 ‘양곡관리법’에 따라 쌀 과잉 해소 대책으로 초과 물량을 시장격리해 최대 3년간 비축한 뒤 주정용·사료용 등으로 저렴하게 처분하고 있다.
부처에 따르면 2021∼2024년 이같이 매입한 물량은 120만t, 소요 비용은 2조6000억원이다. 매입 비용 외에 보관·관리·가공 비용 등을 감안하면 시장격리 1만t당 손실 추정액은 286억원에 이른다. 전략작물직불제를 통해 정부가 비축 과정 없이 신곡 상태로 저렴하게 판매하면 제반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매입 비용뿐 아니라 연간 비축 관리 비용까지 감안한다면 농가에 전략작물직불금을 지급하는 편이 재정이 적게 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 가공용 쌀이 대부분 구곡인데 신곡을 사용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식품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농식품부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요구가 높았던 알팔파·수수·메밀도 전략작물직불제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급 단가도 오를 전망이다. 전략작물직불제는 2023년 도입된 이후 2년 연속 단가가 상향됐고 이와 함께 참여농가도 증가 추세다. 하계작물 기준 전략작물 이행면적은 2023년 2만6000㏊에서 2024년 3만9500㏊로 늘었다. 올해는 6월말 기준 6만㏊ 넘게 접수됐다. 밥쌀용 외 쌀의 지급 단가는 논콩 등 일부 품목에 집중된 전략작물의 빠른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기존 타작물보다 높게 설계될 것으로 예상된다.
농식품부가 발주한 ‘전략작물직불제 활성화 방안’ 연구용역 보고서에도 이같은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는 타작물 가운데 가공용·사료용 쌀을 중심으로 직불제를 재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밭작물은 논에서 재배할 경우 파종 시기를 맞추기 어렵고 농기계를 바꿔야 하는 등 불편이 큰 데다 침수 피해 발생도 우려된다고 지적하며 논에서 쉽게 재배가 가능한 유사 품목으로의 전환이 효과적이라고 짚었다.
연구를 수행한 서진교 GSnJ 인스티튜트 원장은 “쌀 가공식품 소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향후 가공용 쌀(밥쌀용 외 쌀)은 시장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가공용 쌀에 적합한 품종 개발도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전략작물 전문 생산단지 필요성도 강조했다. 전략작물도 수요를 초과해 과잉 생산되면 가격 폭락을 피할 수 없어 정부의 매입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이다.
서 원장은 “타작물 전환 이후 회귀 가능성을 낮추려면 생산자에게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며 “주산지 단지화와 생산자 조직화를 통한 생산비 절감 등 수익성 제고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 (생산 방식이) 수요업체와 생산자 간 계약재배 방식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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