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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입법조사처는 6월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산불 대응 특별보고서’ 발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선 대형 산불의 구조적 문제에서부터 대응 체계에서의 부실한 문제 등이 망라되며, 산불 대응 체계의 전면적인 개편 필요성이 제기됐다. 김흥진 기자
국회입법조사처 ‘산불 대응 보고서’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2025. 7. 1
“산불은 산에서만 발생하고, 산에서 끝나는 일이라는 고정관념이 만연하다. 이러한 인식이 반복되는 대형 산불의 근본 원인이며, 부실한 피해 대응 체계로 이어지는 핵심 이유다.”
이는 국회입법조사처가 6월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개최한 ‘산불 대응 특별보고서’ 발간 기자회견에서 제기한 핵심 문제의식이다. 이날 회견에서는 반복되는 대형 산불의 구조적 원인을 짚고, 예방·대응·복구 전 과정에 걸쳐 산불 대응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집중적으로 나왔다.
기자회견에 나선 이관후 입법조사처장은 “현재 산불 대응 체계는 예방, 대응, 복구의 3단계 모두에서 이행력과 실행력, 현실성이 매우 낮다”며 “인명과 재산 피해가 상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관기관은 사과 한마디 없이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고, 사후 점검 과정도 매우 소극적이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며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 대형 산불 반복, 잘못된 인식·지휘 체계 문제
산불발생 규모나 범위 따라
지휘체계 구분 ''불합리''
예방단계는 산림청이 맡고
진화는 소방청에서 주도
대피는 지자체가 담당해야
보고서에선 산불 대응 단계에서의 지휘 체계 등의 문제와 함께 개선 방안이 제안됐다.
이관후 처장은 “우리가 10년 동안 대형 산불을 계속 겪으면서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근본 원인은, 산불은 산에서만 발생하고 산에서만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만연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산불 지휘 체계는 중소형 산불(100ha 미만)은 기초단체장, 대형 산불(100ha~1000ha)은 광역단체장, 2개 이상 시도에 걸친 산불(1000ha 이상)은 산림청장이 지휘하도록 구분돼 있다. 이에 대해 이 처장은 “이런 구분은 바람을 타고 급속히 확산되는 산불에선 우왕좌왕으로 혼란만 야기하는, 말 그대로 탁상공론식의 지휘체계”라고 지적했다.
또한 산불 대응이 산림 안의 화재에만 집중된 점도 문제로 꼽혔다.
그는 “이제는 산림뿐 아니라 사람과 시설을 통합적으로 고려한 화재 예방 및 진화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예방 단계에서는 산림청이 지휘를 맡고, 대응 단계에서 진화는 소방청, 대피는 지자체가 담당하며, 복구는 정부 부처와 지자체가 함께 나서서 전문성과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민 대피 체계와 관련해선 지자체가 실제 재난 사례를 바탕으로 지역 맞춤형 대피 계획을 철저히 수립하고, 주민이 대피 체계를 숙지할 수 있도록 모의 훈련을 반복적으로 실시하는 등 대응 능력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 피해 복구 제도, 현실성 부족 지적
인명·주거·시설물·농작물 등
광범위한 보상대책 꼭 필요
산불 후 지방소멸 가속 확인
지역커뮤니티 복원 지원을
예방 대책도 제대로 세워야
이날 회견에는 이례적으로 우원식 국회의장이 직접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우 의장은 “입법조사처가 3개월간 산불 피해 지역을 직접 현장 조사하고 제도를 분석해 만든 이번 결과보고서는 매우 종합적이며, 국회는 물론 정부 정책 수립 과정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국회 내 입법 지원기관들이 우수한 정책 보고서를 꾸준히 만들어내고 있음에도 널리 알려지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이러한 공적 자산이 국회의원들의 입법 활동뿐 아니라 국민, 민간 연구기관, 학계 등에서 더 잘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http://www.agrinet.co.kr)복구 단계에서도 피해 보상 체계의 현실화 필요성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이 처장은 “대형 산불로 주택이 전파됐을 경우 현재 보상 상한선은 3600만원”이라며 “이 금액으로 피해 본 분들이 다시 거주할 수 있겠나. 이런 기준 자체가 산불을 산에서만 일어나는 일로 간주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영남지역 대형 산불 피해를 보면 주민 27명과 156명이 사망하거나 부상했고, 주택 3848동, 사유시설 7175개소, 공공시설 5643개소, 농산림 작물 3419ha, 가축 2만2000마리, 양식수산물 27만 마리 등 농축수산업 피해를 포함한 지역사회에서 광범위하고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며 “이게 과연 산에서만 일어난 일인가. 인명 피해와 주거지, 시설물, 농작물 등에 대한 광범위한 보상이 가능한 법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행 산불은 농어업재해대책법상 재해 범위에 포함돼 있지 않고, 임산물 재해보상도 표고버섯 등 8개 품목만 보장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제도의 한계를 지적하며, 산불을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으로 이분화하지 말고 통합된 재난 개념으로 접근해 국비 지원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산불 피해 이후 지방소멸이 가속화되는 현상도 지적했다. 2019년 고성·강릉·동해, 2022년 영덕 산불 이후를 조사한 결과, 해당 지역에서 인구 감소가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주민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주거와 소득 기반을 조성하고, 지역 커뮤니티 복원을 위한 정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방 단계에서는 내화수림 조성 확대, 드론 감시 활동 활성화, 산불 원인자 처벌 및 신고 포상 제도 개선 등이 과제로 제시됐다.
이 처장은 “반복되는 산불로 인해 큰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겪고 나서야 이런 깨달음을 얻는 현실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며 “산불과 같은 재난은 단일 부처나 국회 상임위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만큼, 범정부적인 대응과 근본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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