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초 농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자금’ 문제가 재점화될 조짐이다. 농업계에서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통해 재원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후계농 육성자금은 청년농과 후계농에게 최대 5억원의 영농자금을 정책금리로 융자해주는 사업으로 청년농 규모가 확대되고 대출 조건이 개선되면서 지난해부터 수요가 급증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자금 조기 소진을 예상하고, 지난해말 자금 배정 방식을 상시에서 선별로 변경했다. 그 결과 대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미리 농지 계약서 등을 작성한 후계농·청년농들이 자금 배정에서 연이어 탈락하는 일이 벌어졌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농식품부는 지난해까지 후계농·청년농으로 선정된 인원에 대해서는 상시 배정 방식을 유지하고, 대출 가능 한도도 6000억원에서 1조500억원으로 늘려 급한 불을 껐다.
당시 일각에서는 후계농·청년농 사이에서 자금 소진을 우려한 가수요가 발생해 다시 예산 부족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었다. 이러한 우려가 최근 현실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부 예상보다 자금이 빠르게 소진돼 기존 후계농·청년농에게 연말까지 안정적으로 자금을 공급할 수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6월26일 추경안 심사를 위해 개최한 전체회의에서 ‘후계농 육성자금 이차보전사업’ 예산을 12억4300만원 증액했다. 하지만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와 본회의 관문이 남아 최종 통과를 낙관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농업계는 이번 2차 추경안에 후계농 육성자금 증액안이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담보를 마련하기 어려운 청년농 특성상 후계농 육성자금 없이는 농업 진입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최범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한농연을 비롯한 주요 농민단체는 지난해말부터 후계농 육성자금 증액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지만, 올해 예산과 1차 추경에 모두 반영되지 않았다”며 “2차 추경에도 포함되지 않는다면 농촌 현장의 혼란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대출금리와 정책 목표금리 간 차액을 지원하는 이차보전사업의 특성상 적은 예산으로 대출 가능 금액을 크게 늘리는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반기 집행하는 후계농 육성자금 때부터 신청 자격을 얻은 2025년도 후계농·청년농 선정자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올해 선정자들은 기존 선정자들과 달리 선별 방식으로 자금을 배정받는다.
류진호 한국4-H중앙연합회장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대출을 신청한 신규 후계농·청년농에게 자금 배정이 가능한 인원을 말해주는데, 신청자에 비해 매우 적은 인원이라 이들 사이에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지자체에서는 모든 신청자에게 자금을 동등하게 배분할 것이라는 계획을 후계농·청년농에게 전달하자 실제로 영농을 시작하기 어려운 소액이 배정될까 불안해하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전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아직 올해 후계농·청년농 선정자들을 대상으로는 자금 신청만 완료된 상황이며, 각 지자체에서 전달하는 배정 금액과 인원은 확정된 내용이 아니다”라면서 “이번 2차 추경안에 후계농 육성자금 증액안이 반영되면 올해 후계농·청년농 선정자들에게 자금을 문제없이 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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