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의 규격출하를 유도하고 공영도매시장에서 출하자의 하역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표준하역비’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민 등 출하자들은 일반 규격포장 또는 정부의 농산물 표준규격에 맞춰 포장 출하하고 있지만 표준하역비 혜택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실정. 특히 각 도매시장별로 표준하역비 운영 잣대가 제각각이다보니 출하자들의 혼선도 가중되고 있다.
규격출하품 하역비 도매법인·시장도매인 부담 규정 불구
도매시장마다 운영 잣대 제각각…출하자 실질 혜택 적어
기준 재정립, 일반품목에 의무적용 등 제도 개편 급선무
농안법 제40조 2항에는 ‘도매시장 개설자가 업무규정으로 정하는 규격출하품에 대한 표준하역비는 도매시장법인 또는 시장도매인이 부담한다’고 규정돼 있다. 다시 말해 규격출하품에 대해 출하자가 하역비를 지불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제도는 지난 2002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2013년 기준 전국 32개 공영도매시장의 하역비 부담현황을 보면 980억4600만원의 하역비가 발생했는데, 이중에서 출하자가 611억1700만원을 부담했고 도매법인이 369억2900만원을 지불했다. 표준하역비 제도가 시행되고 있어도 출하자의 하역비 부담이 여전한 것.
이처럼 표준하역비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대부분의 도매시장에서 규격출하품 지정을 까다롭게 하거나 반입이 소량인 특수품목만 표준하역비 대상에 지정하는 등 제각각이기 때문. 여기에다 지방도매시장의 경우 표준하역비 지불여력이 없을 정도로 도매시장법인의 경영 여건이 매우 열악한 것도 원인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농안법에서 ‘개설자가 업무규정으로 정하는 규격출하품’으로 운영하다 보니 진척이 매우 더딘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규격출하품 분류와 표준하역비에 대한 기준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표준하역비 대상도 출하물량이 일정 수준 이상인 일반적인 품목을 의무 적용하는 등 제도의 전면적인 개편이 요구된다.
이와 관련 한 유통전문가는 “낙후된 도매시장의 체계적인 하역여건 개선계획을 수립하고 규격출하와 표준하역비 기준을 모든 도매시장에서 유사한 수준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각 도매시장의 시장관리위원회에서 실질적으로 해당 도매시장의 현안을 풀어나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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