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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농정춘추] 이재명 국민주권정부에 거는 기대와 우려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5-06-30	조회	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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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정춘추] 이재명 국민주권정부에 거는 기대와 우려

김철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2025. 6. 29

이재명정부가 출범했다. 비상계엄과 파면이라는 매우 극적인 상황 이후 정상적인 국가 운영의 토대가 마련됐다. 하지만 새 정부가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비상식적인 관세부과와 외교정책은 한국경제의 미래를 낙관할 수 없게 만들며, 장기적으론 기후위기와 인구절벽으로 상징되는 사회·생태적 지속가능성 위기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이러한 여러 위기들은 농업·농촌·농민과도 깊이 관련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SNS를 통해 “농업은 기후위기 시대에 식량주권을 지키는 국가안보의 최전선이자 국가 생존을 위한 기간산업”이라며 △농업 재해 보상 현실화 △농업인 노후 보장 △첨단 기술 적용 스마트 농업 확산 등 몇 가지 주요 농업정책들을 제시했다. 또 윤석열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며, 농정 관련 예산 비중을 높여 선진국형 농가소득 안전망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농민들의 큰 관심사인 ‘양곡관리법’을 개정해 쌀값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GMO 완전표시제의 단계적 추진, 친환경 유기농업 및 저탄소 농업에 대한 지원 확대 등도 약속했다.

이제 ‘약속’의 시간이 지나가고 ‘실천’의 시간이 왔다. 국민주권정부의 수장이 된 이재명 대통령은 농민에게 했던 약속을 무겁게 생각하고, 공약을 실천할 엄중한 책임이 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꾸는 대전환의 정치를 기대한다. 큰 틀에서 사람과 생명 중심, 그리고 더불어 삶의 정치와 정책을 펼쳐주기 바란다. 이러한 바람의 배경에는 그동안 우리 사회가 추구해온 발전모델에 대한 반성이 있다. 1960년대 이후 한국의 발전모델은 양적인 경제성장을 극도로 강조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발전모델의 대가는 적지 않다. 낮은 행복도, 높은 자살률,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 등은 한국 발전모델이 낳은 부작용이다. ‘오직 경제’ 즉 돈 중심의 발전은 다른 사람을 경쟁의 대상, 심지어는 적으로 여기는 죽임의 문화로 이어졌다. 시멘트와 콘크리트의 도시 공간은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자연 생태계와의 단절을 가져왔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지만, 많은 사람들이 더 공허하고 더 외롭고 더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회가 됐다. 기존의 한국 발전모델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이제 돈과 경제 중심의 발전모델을 넘어서야 한다.

농의 가치를 중심으로 한, 보다 근본적인 대전환을 기대해본다. 농의 가치란 한국사회가 수십 년 동안 놓치고 외면하고 있었던 생명, 살림, 공생의 가치이다. 한국사회의 지속불가능성을 극복하기 위한 중요한 단초가 바로 농에 있다.

이러한 대전환을 위해서는 정부의 관점과 조직도 바뀌어야 한다. 소위 개발주의 시대의 관성과 신자유주의 시대를 거치며 농 관련 업무는 주변적인 것으로 간주돼 왔다. 조직 내에서 농업이나 환경 관련 부처는 홀대받고,기획재정부나 산업통상자원부 등 경제성장 관련 부처는 과도한 권력을 행사해왔다. 대통령부터 이런 관행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농업과 먹거리의 문제를 단순히 농림축산식품부 한 부처의 문제로 협소하게 여기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 부처 간 관계의 재정비 혹은 정부조직 개편도 필요하다. 예컨대 현재 논의되고 있는 ‘기후에너지부’에 농업, 식량, 생명, 환경, 삶의 질 같은 의제를 포함·확대하여 ‘지속가능사회부’로 보다 전향적 개편을 하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 될 것이다.

이 원고를 퇴고하기 직전 이재명정부의 첫 장관 후보자 명단이 발표됐다. 본인 스스로도 당황스럽다는 송미령 장관의 발언과 함께 유임 소식을 접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송 장관은 윤석열정부 시절 ‘양곡관리법’,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농어업재해보험법’, ‘농어업재해대책법’ 등 농업 4법을 ‘농망4법’이라 폄훼하며, 농민들에게 큰 상처를 준 당사자다. 이제 막 출범한 국민주권정부가 농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애초 생각했던 이 칼럼의 제목 ‘이재명정부에 거는 기대’에 ‘우려’가 덧붙여진 연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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