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창녕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관계자가 양파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봄철 저온·우박…이상기후 탓
생산량 감소하고 품위도 하락
도, 정부에 농업재해 인정 촉구
농민신문 창녕=이선호 기자 2025. 6. 29
경남지역 양파 주산지들이 생육기 이상저온으로 생산량 저하와 품위 하락에 시달리고 있다. 전국적인 작황 호조로 생산과잉이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현장에서는 ‘이례적인 국지적 현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창녕에서 1만9835㎡(6000평) 규모로 양파를 재배하는 박기수씨(60)는 수확량 감소를 체감 중이다. 3.3㎡(1평)당 25∼28㎏을 얻었던 평년에 비해 올해는 18㎏밖에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생산량도 줄었지만 구 지름 10㎝ 이상인 특상품이 감소하는 등 품질도 떨어져 걱정”이라고 말했다.
품위 저하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창녕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에 따르면 구 지름 6㎝ 이하인 하품은 보통 1%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15%까지 치솟았다. 류상열 APC 팀장은 “이대론 시장에서 높은 값을 받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자꾸 들린다”며 “창녕뿐 아니라 합천·함양 등도 다 비슷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주원인은 3∼4월 이어진 기온 저하다. 양파는 4∼5℃ 이하일 때 생장이 멈추거나 느려지는데, 한창 성장해야 하는 봄철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현저히 낮았기 때문이다. 창녕에선 3월 한때 기온이 영하 5.1℃까지 떨어지고 4월엔 고암면 일대에서 우박이 쏟아졌을 정도로 이상기상이 심각했다. 합천과 함양도 2∼4월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각각 0.8℃, 1.6℃ 낮았다.
반면 전남 등 다른 지역에선 오히려 생산량이 늘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산 중만생종 양파 생산량을 지난해(105만5558ｔ)보다 3.2% 늘어난 108만9078ｔ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장에선 이상기후라는 말 외엔 다른 설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미숙 농경연 전문연구원은 “지난해말 잦은 비로 아주심기(정식)가 늦어진 것과 경남 양파 주산지들의 생육기 기온이 유독 낮았던 상황이 겹치면서 작황이 나빠진 것 같다”면서 “전남과 경남의 날씨가 이렇게 차이가 난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경남도에 따르면 전체 양파 재배면적 3800㏊ 중 670㏊에서 저온피해가 발생했다. 경남도는 이를 토대로 정부에 농업재해 인정을 촉구할 방침이지만 쉽지는 않아 보인다. 도 관계자는 “보통의 농업재해는 전국적인 단위로 발생하거나, 태풍처럼 명확한 사건으로 인한 것이라 이번 건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고민”이라며 “재해 인정과 별개로 농약대 일부 지원 등 도 차원의 실질적인 대책을 우선 마련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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