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무조건 매입은 부작용”
재배면적 감축과 연계 검토 중
무산된 개정안과 달라 반발 예고
전략작물직불 확대 여부도 주목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2025. 6. 27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양곡관리법 개정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재정 부담 등의 부작용을 거론하는 가운데 벼 재배면적 감축 노력 등을 전제로 한 ‘조건부 의무매입’ 으로 정책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가격 폭락 시 남는 쌀을 무조건 의무 매입하면 각종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농가들에게 감축목표 등을 부여한 후 이를 달성했음에도 쌀값이 하락하면 정부가 수매하는 조건부 매입 방안을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초과 생산된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할 경우 막대한 예산 투입이 불가피한 것은 물론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 심화, 고품질 쌀 생산 의지 저하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가 국회에 제출된 10여개의 양곡관리법 개정안 중 조건부 매입이 담긴 더불어민주당 윤준병·문대림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법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윤준병(전북 정읍·고창) 의원이 올 3월 발의한 개정안에는 정부의 선제적 수급 조절과 재배면적 관리에 대한 목표 설정 및 추진계획이 포함됐다. 만약, 정부가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수요량을 초과하는 생산량 또는 예상 생산량을 공공비축미곡의 매입가격으로 구입하는 내용이다.
문대림(제주 서귀포) 의원은 미곡 재배면적 감축 목표를 달성했음에도 사전에 정한 기준보다 미곡 가격이 하락하거나 하락이 우려되는 경우 등에 초과생산량을 매입하는 것이 골자다.
두 개정안 모두 조건부 의무 매입이고 정부가 선제적 수급조절을 위한 목표 설정은 동일하지만 윤준병 의원은 목표 미달성 시에만, 문대림 의원은 목표 달성여부에 관계없이 쌀을 의무 매입하는 차이가 있다. 농식품부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논의할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 당정협의 등을 통해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조건부 의무매입’은 민주당이 야당 시절 추진했던 양곡관리법 개정안에서 후퇴한 데다, 그동안 농민들이 반발해온 재배면적 감축과 연계하는 내용이어서 농가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민주당 주도로 지난해 11월 국회를 통과됐으나 윤석열 정부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는 시장가격이 공정가격(기준가격)보다 급격하게 하락하거나 하락이 우려되면 해당 연도에 생산되는 쌀의 수요량을 초과하는 생산량 또는 예상생산량을 매입하도록 명시했었다.
전남에서 벼를 재배하는 한 농가는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한 것은 대선 후보 시절 쌀값 안정 등을 내세운 양곡관리법 개정을 약속했기 때문”이라며 “벼 재배면적 감축이라는 목표를 부여하는 것을 전제로 양곡관리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호 단국대 교수는 “매년 논 재배면적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특별히 목표를 설정해 재배면적을 감축할 필요가 없다”며 “정부가 쌀값이 적정수준 이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논에 타 작물 재배를 유도하려면 지금보다 최소 2배 이상 전략작물직불금을 지급해야 농가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그래야 전체적인 식량자급률도 향상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략작물직불금 확대와 관련해서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전략작물직불 예산은 2440억원이지만 현장에선 직불금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많아 단가를 상향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며 “내년 예산도 올해보다 증액해서 기획재정부에 넘겼다. (대통령 공약에도 담긴 만큼) 예산을 늘리고 대상작물도 확대할 수 있도록 기재부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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