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등의 검역 기준 완화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협상단의 방어 전략 필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사진은 6월 27일 서울 한 대형마트 축산매대에서 소비자가 미국산 소고기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이다
농경연, 트럼프 2기 통상 농업 과제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2025. 6. 27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와 유전자변형농산물(LMO) 등에 대한 검역 기준 완화를 한국에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이는 한국이 농업 이슈에 민감하다는 점을 겨냥한 ‘통상 협상용 전략 카드’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기후위기 시대에 반도체·자동차·철강 등 기간산업에서의 경제적 이익 논리가 식량 안보보다 앞서는 일은 결코 허용돼선 안 되며, 한국 협상단이 이러한 현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범부처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문도 함께 나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6월 25일 발표한 이슈플러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호무역 강화와 농업 부문 과제(담당자 김상효 연구위원·이기현 부연구위원·변지현 연구원)’에서 이같이 제언했다.
# 미국, ‘농업 이슈’ 민감한 한국 겨냥···‘통상 협상용 전략 카드’ 가능성
이슈플러스에 따르면, 현재 미국 쇠고기 산업은 생산 차질과 함께 대중 수출 제약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국 시장으로의 수출 확대는 불가피하면서도 전략적인 선택으로, 미국 협상단이 검역 기준 완화와 같은 규제 철폐를 요구하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는 단순한 통상 이익을 넘어 자국 산업계에 ‘행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정치적 메시지의 성격도 지니고 있다는 분석이다. LMO와 관련된 문제 제기 역시,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로 인해 미국산 대두의 대중 수출이 위축될 가능성에 대한 대응 수단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현재 한미 간 무역 협상의 핵심은 농업이 아닌 자동차·철강 등 관세 문제가 중심에 있다. 그럼에도 미국 협상단이 한국이 농업 이슈에 민감하다는 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협상단은 이를 인식하고 농업 분야를 방어하는 동시에 협상 전략의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농경연은 강조했다.
# 식량안보 ‘핵심 아젠다’로 격상···품목별 대응 방안 마련해야
농경연은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한국 농업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고 설득력을 확보하기 위해 △식량안보 최우선 △품목별 대응 방안 마련 △농업 및 식품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수립 등 3가지 과제도 제시했다.
우선 기후위기 시대, 식량은 단순한 무역 품목이 아닌 생존을 위한 국가 전략 자산이며, 협상의 핵심 무기가 되고 있다. 고령화, 농지 감소, 농촌 소멸 등의 위기 속에서 무분별한 추가 시장 개방은 한국 농업의 지속 가능성도 훼손할 수 있다. 이에 식량안보는 반도체·자동차·철강보다 앞서는 협상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식량안보를 국가 전략 수준의 핵심 아젠다’로 격상해 범부처 차원에서 대응해 나가며 식량 자급률 제고, 주요 곡물 비축제도 정비, 해외 농업 개발 실효성 제고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농경연은 제언했다.
미국이 요구한 조치들에 대해 국내 품목 영향을 분석·검토해 ‘품목별 전략적 대응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예를 들어 미국이 요구하는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 완화는 일본 사례에서 볼 때 수입량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한우 시장 수급 상황, 식품안전성 우려, 호주산 가격 변화 등을 종합 고려해 소비자 후생 변화를 사전적으로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감자 등 LMO 품목 수입 허용 시,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함께 향후 유전자변형농산물 생산·유통에 대한 국내 산업계의 요구 증가, 외국 기업의 유사 요구 가능성, 국민 식생활 안전성 등 장기적 파급 효과까지 분석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론 반복되는 시장 개방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선 ‘국내 농업의 구조 혁신과 경쟁력 제고’도 필수적이다. 농업 예산이 단기 생계 지원에 머물지 않고 스마트농업, 디지털농업, 정밀농업, 자동화 시스템 등으로의 전환을 이끌어야 한다. AI(인공지능)·빅데이터 기반 생산 혁신과 함께 품질 향상, 생산비 절감, 유통 혁신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며, 수출 다변화 전략도 병행해야 한다. 미·중·일 중심의 수출 의존도를 줄이고, 동남아·중동·유럽 등 신흥 시장을 개척해 케이푸드(K-FOOD) 수출 기반을 확대할 필요도 있다.
농경연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농식품 부문에 대한 관세 및 비관세 조치 강화가 예상되는 만큼, 정부는 정책적 대응 체계를 조속히 정비하고 협상 전략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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