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금·법인세 등 세제 혜택
재정당국, 올해말 폐지 검토
지역금융·농가 살림 ‘위기’
농촌 경기 회복에도 악영향
특례 연장 법안 발의 잇따라
“지역경제·농가 지원 위해 필요”
농민신문 김해대 기자 2025. 6. 27
올해말 종료되는 ‘조합원 예탁금 3000만원 이하 이자소득 비과세’ ‘농축협 법인세 저율과세’ ‘조합원 2000만원 이하 출자금 배당소득 비과세’ 등의 특례 연장에 재정당국이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며 농축협 조세특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도농간 소득격차가 여전한 데다 이재명정부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는 상황에서 농민·서민의 체감 경기와 연결되는 해당 조세특례는 반드시 연장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농축협, 신협 등 상호금융권의 예탁금과 출자금 비과세 혜택에 대한 심층평가를 진행해 7월초 발표를 앞두고 있다. 기재부는 올해 조세지출 기본계획에서 이같은 특례를 정비가 필요한 ‘적극’ 항목으로 분류했다.
여기에 상호금융권 예금자 보호 한도가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연내 상향되면 상호금융으로 자금이 대거 몰릴 수 있다는 관측도 특례 폐지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언급된다.
농촌 현장에서는 이들 조세특례 폐지가 농가와 농축협 경영악화를 부채질할 것이라는 성토가 나온다. 농민과 서민이 주를 이루는 조합원 등의 이자 수익이 줄고, 농축협 대출 여력 감소와 지점 통폐합 여파로 지역금융의 토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해말 상호금융권의 비과세 예탁금 잔액은 165조8945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농축협 예탁금이 63조1100억원으로, 만약 비과세 혜택이 폐지되면 예·적금의 30%가 이탈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다른 특례도 규모가 작지 않다. 농축협은 농민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협동조합인 점을 고려해 일반 법인의 세율(9∼24%)과 달리 9%·12% 2가지 세율을 적용받는다. 지난해 이를 통해 1472억원 상당의 경영개선 효과를 얻었다. 조합원 출자금 배당소득 비과세 특례는 1267억원의 농가소득 개선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농가 경영 측면에선 ‘농업용 기자재 부가가치세 영세율 적용’ 연장이 시급한 과제다. 이 특례로 농민들은 지난해에만 1조6904억원의 세금 부담을 덜었다.
곽점용 전북 장수 장계농협 조합장은 “규모가 작은 농촌 농협들은 지역주민과 귀촌인, 출향 인사 등에게 비과세 예탁금의 장점을 적극 홍보해 자금을 유치하고 있는데, 특례가 폐지될 경우 (유치한 자금이) 금리가 높은 예금을 찾아 급속도로 빠져나갈 것”이라며 “최근 소비 자체를 안할 정도로 농촌 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 지역경기 회복이 정말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박성욱 경희대학교 회계세무학과 교수는 “비과세 예탁금은 지역사회 내 대출과 투자활동을 확대하는 기반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조합원과 지역에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조세특례가 사라질 경우 상호금융과 1금융권 간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상호금융은 절세 혜택이 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취급하지 않아 1금융권에 비해 자금 유치가 어렵다. 지난해말 기준 1금융권 은행 ISA 가입금액은 14조2000억원, 증권사는 18조원으로 매년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 농협 관계자는 “농축협은 전국에 본점·지점 4874곳을 운영하고 있는데, 조세특례가 폐지되면 현재와 같이 점포를 운영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조세특례가 농촌 주민 금융 서비스 개선에 미치는 효과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에선 관련 조세특례 연장 필요성에 공감한 법 개정 추진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군산·김제·부안갑)은 5월 조합 예탁금 저율과세 특례 10년 연장을 포함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신 의원은 “특례 연장은 농어가 경영 불안정성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강원 속초·인제·고성·양양)도 이달초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농어촌지역에서의 지속적인 인구 유출과 경제상황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어민과 관련 조합 등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조합원 예탁금 이자소득 비과세 특례 등을 3년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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